내일, 나의 우주에서 너의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00. 내일의 나에게도 사랑을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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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지, 여명. ''


'' 응? ''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수빈이를 바라볼려고 했지만 그가 나를 아주 꽉 안고있는 바람에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 아, 보지마... ''






그렇게 말한 수빈이는 내 어깨에 턱을 올렸다. 나는 나보다 체온이 높은 수빈이의 따뜻한 뺨과 내 뺨을 비비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 최수빈, 얼굴보고 싶어. ''


'' ...얼굴보여주기 싫어. ''


'' 왜? ''


'' 울거같아서. ''



'' 그럼 가지마. 내 옆에 있어. ''







수빈이는 침묵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바보, 오래 살고싶으면 내 곁에 붙어있지나 말지. 바보 멍청이 똥개 해삼 말미잘 개복치 최수빈.








'' 사랑해는 너희 언어로 뭐라고 발음해? ''







수빈이는 숨을 섹섹 쉬며 물어보았다. 힘겨운 목소리가 그의 남은 시계가 얼마 안가 멈출거라는 것을 암시했다.






'' ... [사랑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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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사러... 아니 사란, 랑. 사랑해? 아 이거다. 사랑해... ''







수빈이는 한참을 힘겹게 사랑해를 발음했다. 그리고 몇번이고 내게 속삭여주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나의 언어로.






'' 응... 사랑해. ''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여명. 정말로 사랑해... ''







물먹은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수빈이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깨가 점점 젖어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수빈이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보드러운 그의 머리에 입을 살짝 맞추자 내 눈에선 눈물이 툭, 떨어져버렸다.

잘 참고 있었는데.










'' 있지, 여명. 내가 내일 죽고나면 사랑해라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할거야. ''


'' 싫어. 가지마. 갈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또 다시 차갑게 대할거잖아. 그 얼굴로... ''


'' ...그러니까 부디 내일의 나에게 다시 말해줄 수 있어? 이번엔 꼭 기억할게 ''


'' 거짓말. 나도 잊을거면서. ''






수빈이는 내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깜짝 놀란 내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내 두 뺨을 잡고 다시 자신에게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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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






애써 참고 있었던 그의 눈에 달려있던 눈물이 툭하고 떨어져버렸다. 그는 울면서 내 눈물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 한번만, 이번 한번만 나한테 져주면 안될까? ''







수빈이의 말에 나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아주아주 강하게 끌어안았다. 수빈이가 떠나지 못하게.






''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랑이라는 말을 내일의 너는 모를테니 내일의 내가 말해줄게. ''






내 말이 다 끝나자 수빈이는 내게 몸을 기댔다. 그의 체중때문에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나와 맞닿은 그의 따스한 온기가 점점 식어가는걸 느끼며 나는 수빈이를 토닥여주었다.







'' 사랑이라고 몇번이고 말해줄게. 그러니까 다시 꼭 말해줘야해. 사랑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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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내일의 나에게도 사랑을 말해줘













나는 이 외계인을 우숩게도 사랑한다.


개복치와 다름없는 최수빈이지만, 그럼에도 그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그를 사랑하고,

그는 그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다.


그의 외계인은 나의 외계인을 사랑했다.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인간]이라고 칭하듯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웨버]라고 칭했다.



아름답고 황홀한 지구와 똑닮은 행성 KS1299, 아니 나만의 유토피아에 살고 있는 그들은 우리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짧았지만

우리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았다.


매우 역설적인 이 말이 역설이 아닌 이유는 그들은 환생을 하여 전생에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약처럼 전생의 기억은 오직 자신의 기록만으로 기억을 되살렸지만 한계가 있는듯했다.

모든 감정과 상황을 기록할 수 없으니까.




내가 끝끝내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익히게 되었지만 그들의 기록까지는 배우지 못했다.

그들은 우리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난 시력과 청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내겐 기적에 가까웠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그가 그리도 소중하게 간직한 그의 기억의 일부였던 일기를 찢어서 건낸 쪽지에 적힌 글을 이제서야 해석해보는데 이렇게 적혀있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생물체였다.





그들에겐 일기가 그들의 인생에 한페이지였기에 그가 내게 준 쪽지의 의미가 자신의 인생에 한페이지를 준것인지 나에 대한 기억을 준것인지 모르겠다.

전자면 그가 나를 잊지 않겠다는 뜻이고 후자면 나를 잊겠다는 뜻이니까.

무튼 그가 남긴 쪽지, 아니 기억의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를 단 한순간도 잊고싶지 않다.

사랑이란 감정을 기억하고 싶다.

그녀와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그녀를 기억하고싶어.







우리의 슬픈 사랑은 기록은 내가 불시착한 그의 행성에서 그를 조우했을때부터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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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처럼 이렇게 ''
표시 되어있는게 지구공통어고요 
'' 그냥 이렇게 ''
표시 되어있는게 수빈이의 행성 언어이기 때문에
수빈이가 여명이의 이름을 부를때 여명 라고 표현 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외계인이니까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게 여명아가 아닌 여명.이렇게 표현해봤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