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나의 우주에서 너의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03. 온전히 너만을 위한 나의 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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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인정해야겠다.
나의 우주가 너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그날 이후로 수빈이는 내게 주기적으로 먹을 것을 줄뿐 더이상의 간섭은 하지 않았다. 가끔 내게 언어를 알려줄 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보고싶다. "








정확히는 바빴다고 표현하는게 맞는거 같다.







'' 심심한데... 다리도 다 나았으니까 밖으로 나가볼까? ''








요 며칠 창밖에 보이는 마을 풍경은 우울했는데 어느새 놀라울 정도로 활기찼다. 그 뜨거운 열기에 나도 데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곳의 밤공기가 차서 감기에 걸리는거 같은데 이제 남은 감기약이 없어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는거 같다.







'' 수빈. 심심. ''








아무래도 수빈이한테 말하고 나가는게 맞는거 같아 나는 살짝 문을 열고 수빈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종이 위에는 묘한 그림 엇비슷한 것들이 그려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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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뭐하는거야? ''








내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란 나머지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 많이 놀랐어? 미, 미안... 그게... 그니까... ''








수빈이는 황급히 책상을 정리하고 나를 들어 자신의 침대 위에 살포시 올려주었다.









'' 봤어...? ''

'' 므, 미. 미아, 미안. ''









아까 내게 말했던 수빈이의 발음을 따라했다. 수빈이는 나를 토닥여주며 달래주었다.








'' 미안해... 너무 놀라서 그만... ''







수빈이는 나를 끌어안고 토닥여주었다. 그러다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 너, 지금 떨고있는게 무서워서 떨고있는게 아니지? ''








분명 번역기는 잘 돌아가고 있을텐데 내가 떨고있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내려 내 손을 바라보니 작게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밤마다 기온이 낮아서 자연스럽게 몸을 떨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습관으로 굳어진 모양이다.










'' 열인가? ''









수빈이는 내 이마에 손을 톡 올리더니 다시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포갰다.










'' 미안, 잠시만 실례. ''








내게 미안하다고 말한 직후 수빈이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아, 역시 그때보다 뜨겁네. ''

'' ㅇ, 으어...? ''








소행성이 충돌하듯 심장이 쿵하고 강하게 울렸다. 그 여파에 산산조각이라도 났는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충돌에 여운만 느꼈다.



이젠 정말 인정해야겠다. 소행성이 충돌하는 확률일줄 알았던 일이 일어나버렸다고. 

그가 나의 우주가 되어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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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난다. 감긴가? ''










감기라니. 지금 감기가 중요한게 아니다. 지독하게 수빈이에게 감겨버린거 같다. 그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은게 날 애타게 만든거라면 수빈이의 작전은 완벽하게 통한 듯 했다. 아니 통했다.












'' 열날 정도면 심각한거 같은데 ''











수빈이는 걱정이 한껏 묻어난 한마디를 툭 던지고 다시 책상으로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적더니 내게 다시 걸어왔다.









'' 오늘은 조금 일찍 자자. ''

'' 알겠다.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 방으로 가기위해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그때 수빈이가 내 손목을 잡더니 자신이 반쯤 누워있는 침대를 팡팡치며 말했다.









'' 어디가? 여기서 같이 자. ''









벙찐 표정으로 수빈이를 바라보자 수빈이는 불을 끄고 나를 침대에 눕혔다. 이불도 이쁘게 덮어주고 나를 꼭 끌어안고는 잘자라 속삭여주었다.

한번도 자는 모습을 본적이 없기에 눈을 감고 그의 숨소리에 집중했지만 결국 내가 먼저 잠들어버린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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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온전히 너만을 위한 나의 궤도
















수빈이와 대화를 하다가 잠들기를 반복한지 어느덧 1주일이 지나고 완벽하게 감기에 나았음에도 나는 수빈이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 일어났어? ''

'' 응. 자, 잘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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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핫, 응! 기다려봐 아침가지고 올게. ''









수빈이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침대에 벗어났다. 내가 열이 난 후부터 하는 아침 루틴이 되었는데 꽤나 미칠거 같다.

매일 소행성이 충돌하는 기분이다.








'' 자, 맛있게 먹어. ''

'' 수빈. 맛있다. 이거. 나. ''










나는 수빈이가 가지고 온 과일 중에서도 유난히 양이 많은 별모양의 은은한 빛이 감도는 것을 가르켰다.










'' 아 이게 맛있다고? 다음엔 이걸로만 가지고 올까? ''

'' 이거 맛있다 나? ''











내 답이 엉뚱했는지 수빈이는 웃으며 평소처럼 다시 발음해주었다.









'' 자, 따라해봐. 수빈아, 난 이게 맛있어. ''

'' 수빈아, 난 이게 맛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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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그거야. 넌 그걸 많이 좋아하는구나? ''









수빈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조, 좋아? ''

''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











내 물음에 수빈이는 고민하다가 내 귀에 번역기를 직접 꽂아주고 말했다.









'' 음, 좋아하다. ''

'' 아, 좋아하다.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열심히 좋아하다라는 발음을 연습했다. 수빈이는 그런 나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그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냈다.








'' 그래, 좋아하다. 무슨뜻인지 알겠어?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알거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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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더 자세히 알려줄게. 좋아한다는건 정말 놀라운 감정이거든. ''

'' 노, 놀랍? ''

'' 내 감정을 좋아하다로 단정지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지만. 그래도 잘봐봐. 부끄러우니까 한번만 해줄거니까. ''








수빈이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내 귀가 수빈이의 가슴팍에 닿았고 곧이어 불규칙적이고 강한 박동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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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좋아한다라는거야. 이건 단어가 아니라 감정이거든. ''










나는 수빈이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 나 좋아하다. 수빈. ''

'' 뭐...? ''









내 말에 수빈이는 적지않게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 좋아해. 수빈. ''










그런 그를 향해 간단하면서도 내 모든 마음을 담긴 어려운 그 말을 다시 전했다.









'' 수, 수빈...? ㅁ, 뭐... 이, 이상? ''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날 좋아한다고 한거야? ''









나는 입술을 강하게 물었다. 나 역시 수빈이만큼, 아니 수빈이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내 마음 하나는 오직 수빈이만을 바라만 보고 있다.

수빈이는 고운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내 입으로부터 구해주었다. 나는 그런 수빈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해주었다









'' 좋아해. ''










나의 세상은 분명 날 위해 돌아갔는데. 내 마음이 그를 바라본 순간부터 나의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것 같다.

오직 수빈이만을 위한 궤도로 돌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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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좋아해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있어? ''

'' 안다. 알려줬다 수빈. 나 최수빈 좋아하다. ''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수빈이는 입에 내가 좋아한다고 한 과일을 물고 내게 훅 다가오더니 입을 맞추었다.








'' 나도 좋아해... 아주, 아주 많이... 처음본 순간부터 단 한순간도 널... ''







나는 수빈이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포갰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당황한 얼굴이었던 수빈이는 이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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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내 말은 난 널 만난 이후로 단 한순간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










수빈이는 눈에 띄게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또 다니 자신의 입에 과일을 집어넣고 입을 맞추었다.



빨강 또 파랑 또 얹고 또 보라.

그 위에 우린 오로라보다 더 오묘한 사랑을 했다.


























+

1. 수빈이가 여주 이마에 입을 맞춘 이유

이미 이전에 여주가 기절한 당시(첫만남에서) 여주 몰래 여주 이마에 입을 맞추었기 때문
이마 키스 : 변치않는 사랑을 약속합니다


2. 수빈이가 급하게 적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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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온도 변화에 예민한 듯하니 잠
에 들때 껴안고 자서 일정한 체온을 유
지시켜주기. 나보다 체온이 낮으니 매
우 효과적인 방법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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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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