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오늘은 유난히 바빴어요. 응급 환자가 몇 명 더 왔거든요. 하루 종일 대수술 한 건과 소수술 두 건을 했어요. 세훈이 형이 왔다고 했고, 백현이 형은 퇴원했고, 백현이도 떠났다고 하더라고요. 찬열이 형이랑 교수님이랑 같이 하루 종일 수술했어요.
우리 셋은 함께 야식을 먹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방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SJ, 이번에 정말 잘했어. 많이 발전했네. 찬열이도 마찬가지고."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시우민 형." "또 시작이군." "내일은 국경일이라 너희 둘 다 쉬게 해줄게. 이틀 동안 할 일도 별로 없고, 새 인턴들도 오니까 너희 둘은 필요 없어. 사실 감독님이 부탁하신 거야." "우리 아빠 최고야."
"아, 그래서 너희 둘 내일 뭐 할 거야?" 내가 불쑥 말했다. "집에 있을 거야." 찬열이 고개를 저었다. "재미없어, 재미없어." "그럼 뭐가 재밌는데?" "당연히 나랑 같이 가는 거지. 아빠 친구 아들이 내일 결혼하는데 나 초대했어. 들러리를 한 명 데려가야 하는데, 네가 딱이야." "그럼 들러리 하려고 휴가 낸 거야?" "응~" "아니, 내 말은 신랑 들러리 말이야!" "아, 들러리." 어쩌겠어? 좋아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줘야지.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확실한 대답이었다. "아니." "갈 거야." "아니." "갈 거야."... "아니." "갈 거야." "그래, 가겠다고 했네." 세상에, 속았어.
"부정행위는 없어. 저기 들러리 드레스가 있어. 내가 가져다줄게. 넌 그저 네 시크하고 우아한 아름다움만 보여주면 돼." "칭찬은 그만하고 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