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용의자

내 진짜 이름은

“너무 오래 숨었다.”

 

차은우는 서랍 안쪽,

버려진 외장 하드 하나를 꺼냈다.

기록된 날짜는 5년 전,

국과수를 나가기 전날이었다.

 

파일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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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_차은우_마지막]

 

영상이 시작되자,

노란 조명이 얼굴을 비췄다.

 

화면 속 남자.

차은우.

 

지금의 도현과 똑같은 얼굴.

하지만 눈빛이 달랐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기억을 설계할 수 있어.”

 

“하지만 한 명은… 살아남아야 한다.”

 

“기억이 진짜든 가짜든,

살아남은 쪽이 결국 ‘진짜’가 될 테니까.”

 

카메라를 바라보며,

차은우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가 기억을 맡기고 떠난다.”

 

“언젠가 네가 이것을 보게 되면—

내가 누구였는지, 되찾아줘.”

 

영상이 끝났다.

화면은 꺼졌지만,

가슴 속에서 무언가 살아났다.

 

“…그래서 그들이 날 도현으로 만든 거구나.”

 

차은우.

 

그 이름은 실험 이전의 기억이었고,

지워졌지만 남아 있었고,

그리고 지금 다시 깨어났다.

 

정하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실험 전에,

이름이 차은우였다는 기록이 있어.”

“그리고 그 기억을 A-01에게 주입했을 가능성도.”

“결국, 내 얼굴로 실험한 건—차은우라는 사람 전체였던 거야.”

 

하윤은 바로 답했다.

“그럼 이제 넌 누구야?”

 

잠시 멈췄다가, 도현은 타이핑했다.

 

“이도현은 설계였다.”

“난… 차은우지."

 

이름을 되찾는다는 건

기억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지워졌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그 이름을 지키기로 선택한 순간,

그가 ‘진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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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하윤에게서 또 하나의 정보가 들어왔다.

 

“복제자, A-02.

최근 일주일간 다섯 군데 폐쇄 시설에 접근.”

 

“그 안에,

실험 대기 중인 피험체들이 있었어.”

 

“다 깨어났어.

그리고... 복제자, 그들 이끌고 있어.”

 

차은우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모든 실험은 끝난 줄 알았지만,

Project D.H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더 생겨나고 있었다.

 

“놈이 확산시키고 있어.”

“내 얼굴을

내 이름까지

…더럽히고 있어.”

 

차은우는 총기를 챙겼다.

 

자신이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에

설계된 채 만들어진 세계의 균열을

이제 직접 닫기 위해서였다.

 

“너흰 흉내 냈지.”

“이제 내가 보여줄게. 진짜란 게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