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ㅣ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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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요, 딱히 불편한 건 아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마저도 불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 하는 정국 씨를 보고 있자니 회의감이 들었다. 정국 씨는 분명 나를 불편해 하고 있었다. 나의 마음에 대한 티를 너무 많이 낸 탓일까, 나 답지 않게 계속해서 과거를 후회하기만 했다.
남준의 일 이후, 나는 과거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남준을 잡으려 노력하는 것만 봐도 나의 모토는 깨진 것이다. 하지만 남준을 잡지 않는다면 나도, 정국 씨도 괴로울 게 뻔하기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러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 무렵, 진작 나에게서 멀어진 정국 씨는 내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부축의 의미라는 걸 알았지만 심장이 떨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성치 않은 몸으로 혼자 걸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범인을 가격한 하이힐 한 짝은 어느새 없어져 있었으며, 다른 한 쪽에 신겨져 있던 하이힐 조차 엉망진창이 되었다. 이미 다리를 다쳐 하이힐이 아니어도 걸을 수 없는데, 하이힐까지 있으니 털썩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벗기에는 나의 오른발처럼 아스팔트에 전부 쓸리는 미래가 그려지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결국 옆에서 보다 못한 정국 씨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나는 당황한 탓에 발버둥을 치려 했고, 그에 중심을 잃은 정국 씨와 함께 넘어지게 되었다. 정국 씨는 얕은 신음을 내었고, 나는 퍽 당황해 얼른 일어나려다 순간 몰려오는 고통에 다시 주저 앉아 버렸다. 정국 씨는 바닥을 짚고는 일어나 말했다.
“내가 발버둥 치지 말라고 했죠, 떨어진다니까…”
“그렇게 갑자기 안으면 누가 발버둥 안 쳐요…!”
“얼굴도 가깝고, 너무… 그렇잖아요.”
“뭐야, 나는 그런 생각 안 하고 그냥 세연 씨는 환자라고 생각했는데.”
“세연 씨는 나 남자로 생각해서 그렇게 반응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