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ㅣ고생의 끝, 새로운 감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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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듣는다는 것, 그만큼 기쁜 일이 없다. 상처의 고통은 전부 잊은 듯 행복함만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나는 대답 대신 눈물이 맺힌 웃음을 지었고, 정국 씨 또한 나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평생 남준에게 고통 받고, 고생만 했던 나에게도 행복이 찾아오는 순간. 남준에게 받은 트라우마를 함께 극복하게 해준 사람을 짝사랑하다가 지쳐 다시 고통 받던 그 순간에, 나는 사랑을 이루었다.
남준으로 인해 내 마음에 큰 상처가 자리 잡았고, 사람을 믿을 수 없음에도 유일하게 내가 사랑한 정국 씨를 믿었다. 처음에는 정국 씨에게 감정이 생긴 걸 후회했다. 정국 씨는 평생 나를 안 볼 것 같아서, 매일 나만 정국 씨의 행동 하나 하나에 롤러코스터를 탈 것 같아서.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물론 감정 기복이 심해져 고생을 한 것은 맞지만, 짝사랑을 하면서도 일말의 희망 때문에 행복한 적이 있었다. 그 행복은 금방 사라졌지만.
이제 행복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우리를 방해할 사람은 없으니. 우리는 계속 하던 일인 남준을 찾는 일만 계속 하면 된다. 나는 몸이 나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옆에 정국 씨만 있다면 금방 상처가 아물 것이라는 착각이 든다.
“근데 왜 울어요, 나는 분명 고백 했는데.”
“행복해서요, 행복해서…”
“이제 고생 끝인 것 같아서.”
“우리 세연 씨 너무 고생 많이 하긴 했죠… 내가 지켜 준다고 해놓고 지켜 주지도 못했네.”
“지금 이렇게 정국 씨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나도 좋아요, 세연 씨가 존재 자체로 위로 되는 사람인 줄 몰랐네.”
“… 나 아까 정말 무서웠어요, 마지막에 정국 씨 얼굴도 못 보고 죽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김남준은 잡고 죽고 싶었어요, 정국 씨랑 같이.”
“근데 거기서 딱 정국 씨가… 구하러 와줘서 얼마나 안심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 동료가 잘했죠, 뭐.”
“나는 세연 씨 다친 거 보자마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진짜…”
장난식으로 울상을 짓는 정국이 귀여워 웃음을 지었다. 정국 또한 나에게 웃음을 보여주며 밖은 분주하지만 우리가 있는 곳은 어색함만 흘렀던 응급실 안, 이제 우리가 있는 곳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