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랑

21ㅣ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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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ㅣ제보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 있을 때, 문득 정신이 돌아왔다. 다사다난했던 사건들이 전부 빠져 나가니 본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던 남준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내가 사는 곳과는 거리가 꽤 있는 곳이었다. 시골이라고 불릴 정도의 작은 도시. 문명이 발전하지 않은 곳이었다.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이 사는 곳이었으며, 진돗개들이 마구 뛰어다니는 ‘시골’하면 바로 떠오를 그런 곳이었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의아했다. 결벽과 강박이 심한 남준이 이런 곳에서 살기는 힘들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제보자의 말만 믿기로 했다. 이런 시골에서 그런 피지컬의 청년은 보기 드문 일이니.

“할머니, 여기에 키는 181 정도 되는 남자 보셨어요?”

“그런 청년은 이 동네에 없는데… 전부 노인네들 뿐이지, 뭐!”

“아…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그 동네를 돌아다니며 남준을 찾기 바빴다. 아직 전부 낫지 않은 몸에 숨이 턱 막혀 오고 다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오기 하나로 버텼다. 정국 씨는 옆에서 나를 계속 걱정했지만 나는 꾸역꾸역 버티기만 했다. 내가 남준 때문에 겪은 고통에 비해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사람도 점점 안 보일 무렵 우리는 포기한 듯 벤치에 털썩 앉았다. 저 멀리서 시원한 캔 커피를 가져오는 정국 씨를 보고 있자니 맥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이 악문 채 버텼는데 돌아오는 결과가 아무것도 없다니. 이토록 허무할 수가 없다.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은데.”

“그냥 발목이 좀… 아파서요.”

“그때 다친 것 때문이죠? 어디 봐요.”

무리한 탓인지 내 발목은 부어있는 듯 했으며, 아스팔트에 짓눌린 상처는 아물다가 터졌는지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국 씨는 내 상처를 보자 인상을 쓰고는 말했다.

“근처에 약국 없나… 처치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 힘든데 그냥 앉아있어요.”

“어떻게 그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연 씨인데.”

나는 정국의 말에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발은 아팠지만 이런 고통에는 익숙해진 듯 했다. 아직도 정신적으로 입는 상처는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건 정국 씨의 긴장한 목소리였다.

“… 저기, 김남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