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ㅣ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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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피해자가 생긴 이상, 시간을 지체할수록 그 피해자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집 주인인 듯 보이는 할머니께는 죄송했지만 우리는 남준이 집을 비웠을 때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는 우리가 초면이라는 듯 올려다 보셨고, 우리는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남준의 인상착의에 대해 설명했다. 할머니는 남준을 안다는 듯 시늉하며 집에 들어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할머니와 마주 보고 앉은 뒤 남준에 대한 것을 듣기 시작했다.
“요즘 손녀가 많이 아프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혹시 김남준이 손녀와 무슨 관계인가요?”
“우리 손녀가 남준이를 참… 좋아하더라고, 전부 따를 정도로.”
“남준이도 우리 손녀가 아프니까 약도 지어줄 정도로 좋아해, 서로.”
약을 지어줬다. 분명 그 약은 마약성 진통제일 것이다. 일부러 손녀를 다치게 해 낫는 약을 사온 것처럼 위장한 것. 할머니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손녀와 남준이 서로 좋아하고, 홀로 시골에 내려와 갈 곳이 없다 하니 받아준 것 뿐.
“저는 경찰입니다, 제 옆에 앉은 세연 씨는 김남준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 중 한 명이고.”
“… 경찰이라고? 범죄는 또 뭐고…”
할머니는 혼란스러우신 듯했다. 나도 그 마음을 잘 알았다. 나는 할머니의 옆으로 가 등을 토닥여 주며 말을 이어갔다. 남준은 범죄자이며 손녀가 피해자라는 것을. 나 또한 그 일을 당한 피해자이며 지금은 극복한 채 남준을 찾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말도, 말도 안 돼.”
“우리 손녀… 그 아이랑 산책 다녀 온다고 했는데, 어디 다쳐서 오는 거 아니겠지…?”
“걱정 말아요, 할머니.”
“아직 김남준에게 준 게 아무것도 없으시다면, 조금씩 고통 받게 하며 돈을 받으려 할 거예요.”
“이 사실은 손녀에게 알리지 마세요, 배우도 그 사실을 알면 완벽히 연기 하기 어려울 거니까요.”
할머니는 많이 혼동한 듯했지만 우리의 말과 손녀의 증상, 남준의 이상 행동까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우리를 신뢰하는 듯했다. 우리는 잠시 할머니가 안정을 취하도록 했고, 남준이 돌아오기 전에 집을 나서려던 순간 밖에서 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