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ㅣ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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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이랑 류아 왔어? 할머니랑 시장 좀 다녀오자.”
“응? 우리 이틀 전에…”
“아유, 할머니가 먹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으응, 나 옷만 갈아입고 가자.”
“아니여, 지금 예뻐.”
할머니는 당황해 있는 우리를 보며 웃음을 지어 주었다. 우리는 긴장을 조금 풀고 밖을 계속 주시했는데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우리는 순간 놀라 바로 뒤에 있는 큰 옷장 안에 들어갔다. 아무리 커도 성인 두 명이 들어가 있으니 좁아 보였고, 꽤 가까운 거리에 심장이 요동쳤다.
좁은 문 틈 사이로 누군지 보니 다름아닌 남준이었다. 절대 여기에 우리가 있다는 걸 들켜서는 안 되는 인물. 우리는 더욱 숨 죽였고, 그저 남준이 물건 찾는 소리와 우리의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긴장한 탓에 떨리는 손 위로 다른 손이 포개졌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국 씨는 나를 보며 안심하라는 표정을 짓고 있을 게 뻔했다.
그렇게 몇 분 있었더니 밖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문 틈 사이로 보이는 건 그저 암흑 뿐이었다. 불을 끄고 나간 듯 싶어 나는 정국 씨를 툭툭 쳤다. 우리는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고, 고요한 정적 속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크고도 둔탁한 소리 후에 정국 씨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흘렀고, 나는 놀라 바로 뒤를 돌아 보았다. 그때 깨달았다. 남준은 아직 이곳을 나가지 않았구나.
내가 깨달았을 때 방 불이 켜졌다. 불을 켠 사람은 손녀인 듯했고, 이미 할머니에게 설명을 들은 건지 그저 입을 틀어막은 채 우리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옆을 보니 남준은 나무로 된 긴 막대를 들고 있었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 채 서있었다. 정국 씨는 그 막대로 팔을 맞은 건지 오른 팔을 부여잡은 채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남준은 우리라는 걸 깨닫고 도망가려 했고, 팔이 다친 정국 씨를 대신해 수갑을 받아 남준을 제압하려 했지만 체격 차이가 심했다.
결국 팔을 다친 정국 씨가 나서 남준을 제압했다. 정국 씨의 팔은 꽤 심각한 상태인 듯 보였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정국 씨는 왼팔로 남준을 바닥에 눕힌 채 자신의 핸드폰으로 아무 동료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바로 맨 위에 있는 김석진이라는 사람에게 전화했고, 제압하고 있는 정국 씨의 힘이 점점 빠질 때 경찰 소리가 들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