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 (墮落)

타락(fall); 10(종료)













기적이라는 그런 확률없는 단어가,





기적이라는 같잖은 말이 그토록 간절했다.





기적이라는 게 있다면 제발 우리에게로 와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적 따위는 오지 않았다.





절망스러웠다.





“어서오세요, 음료 주문 도와드리겠ㅅ, 어. 또 오셨네요? 오늘도 아메리카노요?”





“... 네. 아메리카노요. 아, 그리고 오늘은 초코 프라푸치노도 주세요.”





“항상 혼자 마감시간까지 계시더니. 이번엔 약속이라도 잡혔나봐요?”





“아뇨, 그건 아니고. 같이 마시자고요.”





“... 네?”




“여기 6시에 마감하죠? 알바도 없고. 사장님, 저 좀 놀아줘요.”





“... 그래요. 그냥 오늘은 지금 마감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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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일 있으세요?”





“... 회사 왜 그만두셨어요?”





“...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 제 지인이 마케팅팀이었어요. 근데 여주씨가 퇴직하셨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 카페 차린 거예요?”





“... 거짓말.”





“네?”





“거짓말이잖아요. 마케팅팀에 지인 있다는 거.”





“여주씨가 안 믿으실 거 알았어요. 근데 정말인걸요?”





“... 이 카페가 제 꿈이었어요.”





“…”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아니. 내가 사랑하는 자가 7년만에 만나니까 그 사람이 아메리카노를 그토록 좋아하더라고요.”



“…”





“그리고 그가 저에게 초코 프라푸치노가 잘 어울린다며 사줬어요.”




“…”





“너무 단 게 처음엔 별로였지만 마실수록 좋았어요, 아니. 그 자와 함께였으니까 좋았던 거 일지도 몰라요.”





“…”



“아저씨.”





“... 어?”





“아저씨잖아. 기억 지울 거면 그냥 아예 다 지워버리지 그랬어. 왜 그렇게 쉽게 지웠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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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내가 아저씨인 거 영원히 몰랐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계속 기다리려고 했어.”





“진짜... 미워. 정말 미워.”





“... 사랑해.”





“...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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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집이야. 아저씨가 내 집 안 온지 얼마나 지났지. 10년 됐나.”





“응. 딱 10년. 근데 정말 많이 변했다. 완전 김여주스러워.”





“그래서, 싫어?”





“아니. 너무 좋아.”





“... 안아줘.”





“우리 여주-, 처음엔 마냥 어린 애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예뻐지고 어른이 된 거야.”





“아저씨, 나 벌써 서른이야.”





“아직 어리네 뭐.”





“아저씨가 지나치게 늙은 거지!”





“그래그래 우리 여주 말이 다 맞아.”





“... 영혼 없어.”





“근데 기억은 어떻게 돌아온 거야?”





“태형오빠가 찾아왔어. 누구냐고 그 때처럼 물어보니까 아무 말 없이 그냥 이제부터 김석진을 기억하게 될 거라고 하더라고.”





“…”





“그러면서 한 말이 사랑했어야.”





“... 김태형도 참, 애가 착하네. 비록 악마지만 이렇게 보면 악마 천사 경계가 없는 것 같다지.”





“... 아저씨는, 여전히 신이야?”




“... 여주야 그거 알아?”





“응?”





“나 너 벌 받고 나 혼자 죽은 다음에 나 자신을 살렸어.”





“…”





“너에게 진짜 미안하지만, 그 남은 한 번의 생존 기회, 나에게 썼어.”





“아저씨가 왜 미안해해... 진짜. 너무 좋은데...”





“나 그래서 이젠, 인간이야.”






“... 뭐라고? 정말이야?”





“응.”





“... 너무 행복해 아저씨.”





“나 이제 아저씨 아니다. 이제 서른 넷이야.”





“... 응 자기야.”





“어?”





“뭐야, 이 호칭 원하던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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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원래 오빠소리 들으려던 건데... 오히려 좋지, 여보야.”





“이 아저씨가 진짜.”





“사랑해.”





“...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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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 기적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더한 게 다가왔다.





기쁨과 행복, 사랑.





이 세 가지의 감정이, 우리의 미래를 밝혔다.





이젠 그 누구도 타락을 한 것도, 구원을 한 것도 아닌





우린 이제 사랑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