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墮落) ; 불꽃처럼 강렬하고 데일만큼 사랑하고 03
여주를 막은 남자는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지어
보였다.
“나한테 당돌할 수가 있나-.”
“당돌하지 않을 것도 없죠.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맞춰봐.”
“신이라도 되는 거 아니면 비켜요.”
“오, 어떻게 알았어?”
어이없는 듯 머리를 한 번 쓸어내린 여주는 남자의 어깨를 세게 치고 지나갔다.
“뭔 저딴 인간이 다 있어.”
여주가 집에 도착했을 땐 적막만이 흘렀고 그런 적막이 너무나도 익숙한 여주는 그저 물이 떨어지는 천장 아래에 누워있을 뿐이다. 눈을 아무리 감아도 그 검은 어둠만큼은 가려지지 않았다.
“뭐야 여기가 어딘데.”
“안녕 꼬맹이-.”
“... 아까 그 아저씨네? 뭐 나 납치나 하게요?”
“으음-, 아니. 그냥 너 죽였어.”
억울했던 것도 잠시, 매일 죽음을 기다려왔던 여주로선 이득이었다.
“좋네요. 빚덩이에 허우적 거리지 않아도 되고.”
“너 지켜줄 사람이 없니?”
“엄마 아빠 다 죽었고 친척들 다 우리 엄마 아빠 유산 들고 도주했는데 지켜줄 사람이 있겠어요?”
“그럼 내가 지켜줄게.”
“아저씰 내가 어떻게 믿어요.”
“나 신이라고-.”
“신이 어디있어요. 있다면 진작에 날 구해줬겠죠.”
“네가 잘 살줄 알았지. 내가 널 살려줬는데.”
“... 난 죽을 위기에 처한 적이 없는데 무슨,”
“엄마 아빠 사고, 너도 같이 있었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에 놀란 여주는 남자를 빤히 쳐다봤고, 남자는 아무런 반응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사고에 죽을 뻔한 널, 내가 살렸다고.”
“... 무슨 재주로요.”
“나 신이라니깐?”
“그래요. 신이라고 쳐요. 근데 아저씨가 신이라는 거랑 날 지켜주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널 해치는 사람, 다 없애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