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함,
공허함,
허탈함 등이 모인 감정은
말 그대로
‘최악’
그 자체였다.
내가 아무리 더럽고 냄새나는 창고보다 못한 집에서도 살 때도,
태어난지 얼마 채 되지 않아 부모가 사고를 당해 혼자가 됐을 때도,
사채업자들에게 죽을 정도로 쳐맞았을 때도
이만큼 싫은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가 뭔데 내 인생을 이토록 망가트리려는 걸까 싶었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그는
나의 인생을 구원하고 있었고,
내가 모르는 새에 인생의 일부분을 독차지했었다.
아니,
고작 일부분이라니.
내 인생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내 인생에 있는 거라곤
내 몸 하나와
짜증나게도 끈질긴 목숨,
그리고
그가 있었다.
_________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상황을 부정했다.
그렇게 아팠고
그렇게 행복했던 기억이
하루 아침에 꿈이라고 판결나는 건 너무나도 잔혹한 일이잖아.
“이 아저씨가 또 장난치나보네-. 아저씨, 나 외로워. 심심해. 빨리 와.”
태연한 척 옆에 놓여진 배게를 꼭 껴안으며 중얼거렸지만
사실 배게에 올려진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 다음에 했던 건 감정에 대한 부정이었다.
“이게 다 꿈이었다고 해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 사람, 아니. 아저씨는 신이야. 아저씨는 내 아저씨가 아닌 그냥 신. 그래, 그런 거야. 나랑 아저씨는, 이루어질 일이 없었어. 아니, 무슨 소리야. 애초에 난 그 아저씨에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어. 그저 아저씨가 온 거잖아?”
솔직히 말하면 부정을 한다고 하면 뭐가 달라질까.
더러운 공허함도 차마 채워지지 않았다.
사실 그가 있던 없던 내 인생은 이미 꼬일 대로 꼬였고
죽으면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살 이유가 생겼었던거다.
그는 내 인생을 망치던 게 아닌,
날 살렸던 것이다.
______
“미워, 진짜 미워. 정 줄대로 다 줘놓고 이러는 게 어딨어. 이건 진짜, 너무하잖아.”
흐르는 눈물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얀 배게는 투명한 눈물이 떨어져 색이 변했다.
그 아저씨가 뭔데 나 울려.
빨리 오라고.
나 지켜준다며.
“나 지켜준다는 사람이 되려 날 해치네. 짜증나.”
미칠 지경으로 새하얀 병실이 꽤나 울렁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여주야, 이제 일어났으니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내가 병원비를 지불한다고 해도 몇 개월은 여기 있었으니 많이 나올 거야. 그러니 미안하지만 최대한으로 빨리 집에 가는 ㄱ,”
“저 이제 괜찮아요. 이제 집에 가도 돼요.”
그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어도 현실은 현실이니.
그가 없는 세상을 적응해야 될 테니.
“고작 3개월인데 뭘 그리 정을 많이 주게 했어요, 아저씨.”
뒷말은 어디로 갈 지도 모른 채로 허공에 퍼졌다.
“보고 싶어요. 이런 멍청한 감정이 소모되는 시간 조차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 • •
오랜만입니다!
여태껏 시간이 없어 연재를 못했지만
오늘부터 다시 1일 1연재 달려볼게요!!
오늘은 2연재 할 예정!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