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하겠습니다, 폐하.”
“그대가 지은 죄가 있기에 내 앞으로 온거겠지. 그대의 죄가 무엇인가.”
“인간을 사랑했습니다. 아니, 인간을 사랑합니다.”
“... 그걸 나에게 말하는 이유가 뭔가. 나에게 얘기를 하면 그 인간도 벌을 받을 걸 알고 있지 않는가.”

“제가 너무 그 아이를 사랑해서요. 그래서 그 아이가 저로 인해 더 크게 다치지 않길 바라서, 그래서 그런 거예요.”
“그 아이는 누구지?”
“... 전생에 김태형의 애인이라는 이유로 처형당한 김여주이옵니다.”
“그 아이는 전생을 기억하는가.”
“... 네. 제가 그 아이를 살렸고, 그 아이의 전생의 기억을 되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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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인간과의 입맞춤은 고통스럽지만 인간을 구원시킬 수 있다.
신의 입맞춤은 한없이 달콤하고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적어도 이 세계에선, 인간의 구원이 죽음이다.
마음대로 처형을 시키는 것도 결국은 구원이라는 핑계 속 들어있는 살해다.
고이 포장되어있는 상자를 열면, 그 곳엔 검디 검은 추악한 실체가 있었다.
“신계 김석진은 멋대로 인간의 전생을 떠올리게 한 죄, 인간을 사랑한 죄로 그대가 사랑하는 자의 기억을, 지우겠다.”
있잖아 여주야,
난 차마 네가 아픈 걸 볼수가 없었어.
내가 기억을 잃으면 너 혼자 아파할 미래가 그려지기 때문에
대왕님께 빌었어.
나를 어떻게 해도 좋으니
차라리 나와의 아픈 기억을 가진 여주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내가 그 행복한 기억을 지워버리면
네가 아파할 것 같아서,
7년전과 또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두려웠어.
너는 내가 널 떠나지 않길 바라잖아.
내 목에 칼이 꽂혀도,
누가 날 타락시켜도
네 곁에 영원히 머무를게.
무슨 형태로든간에 너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거 하나만 확신할 수 있다면
나는, 여한이 없어 여주야.
그러니 부디,
아프지 말고.
네가 위험해도 널 구해주러 갈 수 없기에,
네가 날 그리워해도 내가 갈 수 없기에
그냥, 행복하게 네 인생 살아 여주야.
멍청하고 한없이 악하기만한 존재인 나와의 기억을 잊으면 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없는 인생을 살아,
우린, 결국 될 수 없는 운명인가봐.
결국 넌 인간과의 사랑을 해야되나봐.
언젠가는 네 곁에 있는 나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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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한없이 아름다웠었다.
우리의 마지막을 기뻐하는 하늘이기에
우린 결국, 사랑할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