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필력 고등학교 공모작
사내연애 (1R)

우산이
2021.08.18조회수 69
파란만장한 내 회사생활에 가장 큰 문제가 하나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부서에 부장 이지훈이라는 사람이다..
첫 만남은 면접자가 대기하던 회사 복도였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부장님을 봤다 포스있는 모습에 쫄기도 전에 먼저 든 생각은 '우와...' 였다 그냥 걷는것 뿐인데도 보이는 포스와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에 고급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데로 안 가고 대기 의자에 앉아서 같은 면접자인 줄 알고 먼저 말을 걸었다
-저는 진예원이라고 해요
-....아, 예
-이름이 뭐에요?
-..이지훈
그 대화가 끝이었다. 이지훈이 날 너무 빤히 쳐다봐서 계속 말 걸기도 뭐하고, 이름 석 자 딸랑 내뱉는 본새가 영 맘에 들지 않았고, 낙하산이면 어쩌나 밉보이진 말아야지 했는데
최종 합격 문자를 받고 비로소 첫 출근을 한 날 발령받은 부서에 발을 내딛자 마자 보이는 얼굴에 약간, 아니 꽤나 놀랐다.
-지훈씨..? 지훈씨도 합격했어요? 축하해요!
-합격?
-저 면접자 중에서 지훈씨랑만 말 나눴는데 같은 부서라니 운명인가봐요!
난 이지훈을 낙하산 또는 정식 합격자 정도로 보고있었다.
근데 마침 출근한 (현재)대리님 덕에 이지훈의 위치는 정확해졌다
-부장님 일찍 출근 하셨네요? 어라, 이분은..?
-인턴,
-아아! 반가워요 주임 이정진이라고 해요
-ㅇ, 이번에 입사한 진예원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예원씨 자리는 저쪽이구요 다른 분들 출근 아직이니까 궁금한건 저한테 물어보세요
-네..!
그때의 난 느꼈지 x됐다고
하필이면 부장이 뭐야.. 나한테 갑질하진 않겠지? 고급져 보이는데 욕하려나.. 나보고 어이, 야, 저기 이러는거 아니야..? 어떡해 내 회사생활.. 이런 생각들 덕에 한참을 머리를 붙들고 있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는 크게 일어난 일들은 없었다 딱히 갑질하지도 않았고, 날 예원씨라고 불러줬고, 회사생활도.... 불편한건 없잖아 있었다
시선이 느껴진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면 십중팔구 이지훈이있다 무심코 이지훈을 보면 항상 눈이 마주치고, 늦게까지 야근을 할 때 인기척이 느껴져서 보면 이지훈이 보였다 이지훈도 그걸 아는지 나랑 눈이 마주치면 빠르게 시선을 피한다 저렇게 잘난 남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나 하다가도 거울을 보니 저절로 들어가는 생각에 눈이 마주친다는거에 크게 의미를 두고있진 않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 익숙해져서 마주치면 살짝 눈웃음 짓는다.
또 힘들걸 하나 뽑자면.. 회식자리이다. 다행이도 상사분들이 다들 친절하시고 좋아서 웬만해서는 회식자리에 갔다 회사 돈으로 술도 마시고 밥도먹으니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말한 문제는 이지훈, 그러니까 우리 부서 부장님이 내 흑기사가 된다는 거다. 흑기사? 좋지 나 배려해 주는거니까 근데 이게 그 정도가.. 아니, 본인 술잔에 술 따르기는 했나? 잘 마시는것 같지도 않는데, 왜?? 술 마시고 싶은 내 술을 마시냐는 말이야 한 두번이면 참을텐데 매 회식때마다 흑기사를 자처하니..
오늘도 회식갈꺼라는데 부장님도 가시겠지..
-부장님은 시간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참석 못할것 같네요
...어? 참석을 못한다고..? 어머, 오늘이다.비싼술로 취할 날 비싼 술 마신다는 생각에 퇴근시간보다 더 일찍 일을 끝냈다.
부장님이 없으니 비싼 술 마시자는 대리님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것 같다. 어쩜 하는 생각이 이리 같을 수가 우리는 그렇게 회사 주변에 돈 값은 제대로 한다는 술집에 들어가 안주와 양주를 시켰다.
건보기엔 평범한 모둠 초밥이 5만원이라니 양도 적은 편이다. 계란초밥을 하나 집어 먹었는데 부드럽고 달달한 계란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돈 값은 한다는 말이 진ㅉ, 아니지 난 술마시러 온건데, 난 급히 양주로 시선을 옮겼다.
각자 술이 채워진 잔을 부딫히며 건배를했다. 그 이후로도 얘기를 나누면서 몇잔 더 받아 마시니 술기운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잠시 바람좀 쐔다며 가게 밖으로 나와 주변을 조금 걷고 있는데 겉옷을 입고 나오지 않아서 쌀쌀한 바람에 절로 몸이 움추러들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리는듯했다. 고양이를 좋아했기에 고양이 소리를 따라가고있었다
-여기서 뭐합니까?
-어어? 부장님? 여긴 어쩐일세요?
-일 끝나서 왔는데 예원씨 안 보여서 찾으러 나왔어요 추운날 겉옷도 안 입고 혼자서 밖으로 나가면 어떡합니까? 그것도 취한 사람이
부장님은 본인이 입고있던 겉옷을 벗어 나한테 걸쳐주었다.
-안 추운데
-손도 이렇게 찬데 안 춥긴 무슨
-제 손 왜 잡아요?
-차가워서요 예원씨 아프다고 회사 안나오면 민폐입니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요 어디 가면 안돼요 알았죠?
-알겠어요
부장님은 내가 못미더운지 계속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사라졌다.
-지가 뭔데 가만히 있으라마라야
내가 뭐, 기다려! 하면 기다리는 갠줄 아나.. 그러면서 기다리는 난 진짜 갠가...
왜 안오는거야..
소개팅 두 번째 만남에서 바람맞은 듯한 기분에 눈시울이 싸해졌다.
-예원씨 저 왔어요. 일어나요
난 훌쩍이며 일어났다
-뭐야, 울어요?
-누가요 아닌데 전혀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눈가도 빨갛구만
-추워서 그런건데요 그나저나 어디갔다 온거에요?
-아, 가게에서 예원씨 짐 챙기느라요. 가요.
-어딜요..
-차 끌고 왔어요. 데려다 줄게요
난 군말 없이 부장님차에 탔다
-집이 어디에요?
-집 말고 다른데 가면 안돼요..?
-..가고 싶은데 있어요?
-부장님 집?
-...어딜 간다구요?
-이지훈네 집..?
그 뒤론 한동안 부장님의 웃음소리만이 차 안을 채웠다
-여주씨,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술 취한척 하는거 아니죠? 여주씨 술 취해도 말을 바로하니까 알아채기 어렵거든
-맞다면 어쩔껀데요?
-나한테 작업 거는거라고 간주하고 잔뜩 사랑해줘야죠
사랑...? 사랑.. 이라니?
-방금 그 말은...
-방금 그 말은, 고백이에요. 좋아한다는
-히끅..!
난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나왔다
-일부러 여주씨 취했을때 고백하는거에요. 둘 다 맨정신이면 손 발 오그라들어서 이런 말 못해요. 당장 대답 안해줘도 좋아요. 거절해도 좋구요 아니, 거절은 조금 좀 많이 상처받겠네요.. 그래도 전 예원씨 생각 존중해요
술기운은 날아간지 오래 맨정신으로 그의 말을 찬찬히 곡씹었다
-근데, 저.. 저한테 왜 고백하세요...?
-? 여주씨가 해줄거였어요?
-아뇨, 그게 조금 애매하잖아요. 부장, 아니 지훈씨..,
-지훈이라 불러도 되요
-지훈씨가 왜 나한테 고백을 하냐구요
-이거... '내 어디가 좋아?' 라는 질문인가요?
-네...!
-음... 그냥 예원씨가 좋아서 고백한 거 뿐인데
-그러니까 뭐가 왜 좋은지 조금 구체적으로..
-..저랑 눈 마주칠때 치는 눈웃음, 출근 할때 마다 저한테 건내는 아침인사, 당황했을때 나오는 귀여운 표정, 삐졌을때 나오는 뚱한 표정, 가끔씩 멍 때리는거, 음식 맛있게 먹을때, 행복하게 웃음 지을때,.. 말고도 더 있는데 계속 할까요?
-...어디 아프신건 아니죠? 아님 술 드셨어요?
-멀쩡합니다
저 양반이 날 놀리는건가? 좋아한다고? 고백이라고??
-예원씨는 제가 별로 마음에 안 드나보네요
-아뇨, 반대로 너무 좋아서 못 받아드리고 있는거거든요.. 장난인거면 그만해요 지금 무르면 없었던 일로 할게요.
-장난아니면요?
-지훈씨 정말 좋은 사람이고 남잔데 저랑은 안 어울려요. 지훈씨는 더 예쁘고 돈 많은 여자 꼬셔서 행복하게 사세요
-예원씨랑 살아야 제가 행복할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