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만난 피앙세

그녀를 탐낼 기회













비어있는 자신의 맞은편 테이블을 바라보며 태형은 여주와 있었던 방금전의 대화내용들을 상상하는지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 큰일이네...생각보다 기분이 더 좋은걸,, "












그렇게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채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개인룸 문을 열자 다시 그 입꼬리가 싹 내려가긴 했지만 말이다.


태형은 여주를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식은 표정으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상대를 보며 혀를 찼다.












" 난 여기에 널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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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설마 나한테 미행을 붙인건 아닐테고...설마 내 약혼녀한테...미행을 붙여 따라온거야..? "







태형이 마치 들으라는듯이 일부로 약혼녀라는 단어를 조금 강요해서 말하자, 지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 뿐, 그는 태형의 말에 대답없이 가만히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기사 하나를 태형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TH그룹 김태형과 YJ그룹 이여주

남몰래 즐기는 데이트..?







태형은 헤드라인의 기사만 읽고는 더는 읽을 가치도 없다는듯이 기사에서 눈을 떼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기자들이란...도움이 안되요. 때가 되면 알아서들 공개할텐데 뭐 그리들 난리인건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 일부로 시간차이를 둔 상태로 입장해서 만난건데 대체 어떻게 끼워맞춘거야? 운 좋네,,


하지만 태형이 그런 탐탁치 않다는 표정으로 기자들을 한탄하고 있을때, 지민은 여전히 말없이 서 있다가 손을 뻗어 태형의 어깨를 붙잡아 뒤로 조금 밀었다. 어깨를 잡고있는 손에 왼지모를 악력이 잔뜩 실려있었다. 그리고 태형은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지민이 낮게 깔린 음성으로 태형에게만 들리게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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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한테 다른 기사거리 안겨주기 싫은거면 그냥 다시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할 이야기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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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내려앉은 개인룸 안, 여유롭게 잔을 흔들어 그 안에 들어있는 와인을 마시는 태형과는 달리 지민은 손을 깍지 낀채로 차게 식은 표정을 지은채 태형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지민이 입을 열었다.







" 방금 전에 보여준 추측 기사...사실이야? "


" 어, 사실이야. 이미 약혼도 했어. 기사가 아직 안 났을 뿐이지... "







별거 아니라는듯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 태형에 지민은 하는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넌...넌... "







우리 동창이잖아 







"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지 뻔히 알면서...그런데 약혼을 했다고? 어떻게 그래..?! " 







김태형, 학창시절때 앞머리를 눈까지 뒤덮은채로 안경을 쓴 구석자리 범생이,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던 아이라 사실 이름과 나이가 똑같아도 긴가민가 한채로 찾아왔었는데...자신을 보자마자 익숙하게 반말을 던지는 것을 보고서 지민은 확신했다.


흥분에 서린 지민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리고, 그 울림이 어느정도 잦아들었을즈음...태형의 서늘해진 시선이 지민에게로 닿았다.







" 네가 먼저 버렸잖아... "


" 뭐..? "


" 난 임자있는 사람을 건들인게 아니야, 약혼이 깨진 여자랑 내가 약혼하겠다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







그 말을 끝으로 태형도 조금 흥분을 한 것인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계속 말을 내뱉었다.







" 넌 모르잖아, 태어났을 때부터 다 가졌었으니까. 항상 모든 이들의 중심에 있었잖아. 그때의 난,, 정말이지 아무것도 가진게 없었었어 "







그런데 드디어...드디어 이제야 너와 좀 비슷해졌는데. 난 여주랑 약혼도 하면 안돼..? 왜 너만 가능할거라 여기는데? 애초에 나도 가질 수 있다 생각한적도 없었고 탐을 낸적도 없었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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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여주를 바랄 수 있다 기회를 던져준건,

바로 너야 박지민 "







넌 모르겠지만...난 수도 없이 그녀를 포기해왔어. 

지난...9년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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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때는 아직 봄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5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