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만난 피앙세

있다가 가면...안되요?












" 으으음~ 정국아, 이제 일어나야해 "












여주는 여전히 잠에 빠져있는듯 잠긴 목소리로 뒤척이며 자신을 끌어안은채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정국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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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훈,, 좀 더 자자..."
( 음...자기야,,조금만 더 자자... )












잠결이라 그런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여주의 귓가에 속삭인 정국은 상의는 벗은 상태로 여주를 품에서 놓지 않은채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고...하니, 


그날이 있은 후 정국은 저녁때마다 여주의 자장가 없이는 잠을 못 자겠다는 때아닌 칭얼거림으로 기어이 한 방에서 계속 같이 자게되었다.


처음에는 잘때마다 걸리적거리고 불편하다면서 상의를 탈의한채 자신의 옆에 누우라는 정국에 여주가 기겁을 하며 등을 때리기도 하였지만 그마저도 며칠을 그리 자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금방 익숙해졌다.


오히려 정말 정국의 말이 마냥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여주가 자장가를 불러줄때면 정국은 엄청 편안해보이는 표정으로 금방 잠이 들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여주는 따로 자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포기했다. 


정말 자신을 끌어안거나 팔베개를 해주는것 말고는 정국은 자장가를 들으며 잘 잤고 여주 또한 잘때 옆에서 사람의 체온과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자 따듯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이제는 함께 자는 것이 일상마냥 어느정도 자리잡았을때쯤 마지막 7일째의 아침이 찾아왔다.












여주는 잠결이라 저도 모르게 영어로 웅얼거리는 정국을 보며 피식 웃더니 자고있는 아이를 달래듯 이불을 아래로 치우면서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 근데 오늘 파티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냥 이대로 한국으로 보낼 거야..?"
( 하지만 오늘 파티 한다고 하지 않았어? 나 그냥 이렇게 한국에 보낼거야..? )












여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국은 ' 아,맞다..! ' 하면서 눈을 번쩍 뜨더니 이내 여주의 이마에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부비면서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벌써 마지막 날이네요... "


" 그러게...시간이 은근 빠르게 간것 같아 "


" 누나, 누나는...즐거웠어요..? "


" 응..? 나? 나야......즐거웠지. "












' 이게 다 네 덕분이야,정국아 ' 여주가 마치 칭찬을 해주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정국은 한숨을 쉬며 여주를 다시금 제 품에 안고 뺨을 부비더니 ' 누나가 즐거웠으면 됐어요... ' 하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 뒤에도 무슨 하고싶은 말이 남아있는지 잠시 끌어안고 있는 여주를 놓아주지 않은채 가만히 시간을 보내다가 여주가 불편함에 ' 정국아..? ' 하고 부르자 그제서야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조금만...며칠만 더...있다가 가면...안되요? "












정국의 말에 여주는 ' 아... ' 하는 짧막한 탄식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가면 해야 할 것이 많았다. 미리 계획된 여행도 아니었어서 자신의 모든것을 둔채로 도망치듯 온 것이었기에 더더욱 가서 처리해야 할 것이 많았는데 그런데...












' 2~3일 정도는...괜찮지 않을까..? '












비행기표정도는 언제든 다시 구하면 되는거니까...,, 아니, 사실 여주는 마지막 7일째가 다가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느정도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섣부르게 어머니한테 더 있겠다는 연락을 드리거나 비행기 표를 취소하지 않은 이유는...












' 이 아이 입에서 더 있으라는 말을 직접 듣고싶었던걸지도... '











여주는 여전히 자신을 끌어안은 상태로 풀 죽은 강아지같은 표정을 짓고있는 정국을 바라보다가 끝내 웃음을 터뜨리면서 침대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을 찾아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정국의 품에서 탈출해 방에서 나와서는 뒤에서 조심스럽게 따라나오는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서야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뚜루루—












긴장된 상태에서 몇번의 신호음이 울렸을까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엄마..! "


" 어, 그래 여주야 잘 지냈니? "


" 응, 잘 지냈어. 그런데 엄마 다름이 아니ㄹ... "












그렇게 여주가 본격적으로 조금 더 머무르겠다는 말을 하려던 찰라, 어머니에게 이어서 나오는 말에 여주는 크게 놀라 그대로 들고있던 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 마침 전화 잘했어. 오늘 저녁에 네 새 약혼자랑 만나야하니까 일찍 내려오렴, 조금 더 이른 비행기로 티켓 새로 끊어서 보내줄테니까. "












약혼자..? 여주는 순간 정국이 있는 쪽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는 방문 앞에서 조용히 거실에 서 있는 여주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주는 차마 그를 더 쳐다보지 못하고 그대로 등을 돌려서 휴대폰에다가 대고 작게 속삭였다.












" 엄마, 갑자기 약혼자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


" 넌 미국에 있어서 소식이 잘 전달이 안됬나보구나. 네가 그러고 미국을 떠나자 추측성 기사들이 더 난무하게되었어. 내 생각이 짧았지. "












네가 지민이를 그리워해서 못 잊고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말부터 하다하다 임신설까지 돌고있단다. 그런데 어찌 어미된 입장에서 그 기사들이 퍼지고 네가 물어뜯기는 꼴을 가만 보고만 있겠니. 서둘러서 그런게 아니라고 새 약혼자를 만들어 발표를 해야지. 그래도 약혼자인데 기사나기 전에 몇번 만나보는게 좋지 않겠니..? 












가히 충격적인 어머니의 말에 입술이 파르르 떨리던 여주는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알겠다는 말과 함께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임신이라니...무슨,, 정말 건 하나를 물면 죽일만큼 달려드는구나. 여주는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 어떻게 됬어요..? "


" 지금 바로 들어가 봐야할것 같아...파티도 못하겠다. 미안해... "












내심 기대를 하고있었던 것인지 여주의 말에 정국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여주와 정국의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서로의 개인사는 묻지 말기.












여주는 여주대로 한국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의 가족이었으므로 정체 밝히기를 꺼려해 자신에게도 물어올까봐 직업이나 가족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등등 재력이나 직급, 사회에 관련하여서 먼저 묻는 법이 없었고 이는 정국도 마찬가지였어서 이 둘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긴 규칙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르게 떠나게 된 이유를 묻고싶을 법도 할텐데...정국은 그냥 가만히 여주를 응시할뿐, 입을 열지 않았다.












" ...잘...가요...공항까지 배웅해줄게요. "












그렇게 아무말없이 서로의 시선을 공유하는 어색한 침묵이 유지되기를 한참, 뒤늦게 정국이 입을 열고 한 말이었다. 그에 여주도 고개만 조금 끄덕일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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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를 모르고 여주와 통화를 마친 그녀의 어머니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웃어보였다.












" 이제 내려올거야. 아마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정도는 할 수 있을거다. 


" 네, 어머니, 감사드립니다. "


" 아니야, 우리야말로 사정 잘 알텐데 이해해주고 갑작스러운 약혼 제의에 바로 수긍해주어서 고맙구나 꽤나 어려운 선택이었을텐데 "












그럼...우리 여주 잘 부탁한다? 태형아.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건네는 여인에게, 남자는 그에 어울리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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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에요. 저야말로...잘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