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만난 피앙세

달콤한 자장가












여주가 미국에 온지도 벌써 4일째가 되던 날의 저녁이었다. 벌써 7일중에서의 반이상이 다 지나버린 날, 여주는 그날따라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맡에 둔 휴대폰의 화면을 키니 눈부심에 인상을 찌푸렸다. 


3시 50분, 4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5일째 날의 해뜨기 전 아침이었다. 물이라도 조금 마시고 잘까...,, 그냥 다시 잘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잠에서 막 깨어난 후라서 그런지...어쩐지 갈증이 나는 목에 여주는 잠시 침대위에서 몸을 뒤척거리다가 끝내 몸을 일으켰다.












저벅저벅—,,













" 하아암~! "












그렇게 여전히 반쯤 눈이 감긴 상태로 어두운 호텔방안의 벽을 더듬거리며 느릿한 발걸음을 옮기던 여주는 문득 귓가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어떤 소리에 가만히 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귀를 기울였다.












으....윽...흐윽...흑...












아니 이게 대체 뭔 소리래..?,, 누군가가 흐느껴 우는듯한 이상한 소리에 순간 잠이 확 깨버린 그녀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점차 어둠에 눈이 적응을 해가던 찰라라 자신의 옆방에 작게 열려있는 문 너머로 그 소리가 들려온다는 사실을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라..? 그런데,, 자신의 옆방은...












" 저기는 정국이가 쓰는 방인데..? "












그렇게 호기심에 이끌리듯 거의 무의식적으로 정국의 방 가까이로 다가간 여주는 이미 살짝 열려있던 방문의 손잡이를 붙잡고는 조심스럽게 밀어보았다.












끼이익—












" 정국아..? "












아니나 다를까, 침대에 누워있는 정국이 몸을 조금씩 뒤척이면서 앓는소리를 내고있는것이 아닌가..? 다급하게 그의 가까이로 다가간 그녀는 이마위로 손을 올려 열이 있는지부터 체크를 했다.


열은 없는데...












" 세상에...식은땀 좀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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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정국은 식은땀에 온몸이 푹 젖어있었다. 악몽을 꾸는 것일까..? 하지만 대체 무슨 꿈이기에...












' 이렇게 괴로운 표정을 짓고있는거지... '












일단은 어디가 아픈것은 아닌것 같으니 안심을 하며 여주가 땀에 젖어 정국의 이마에 달라붙어버린 앞머리들을 정리해주고 있을때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여주의 몸이 순간 기울더니 그대로 풀썩,, 침대위로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여주의 손목을 붙잡은 정국이 그대로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휙 끌어당기며 쓰러뜨린 탓이었다. 완전히 정국에게 안겨버린 여주는 몸이 밀착된 상태에서 느껴지는 정국의 탄탄한 몸에 당황하여 어쩔줄몰라 버둥거렸지만 정국은 오히려 그럴수록 그녀를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더더욱 그녀를 자신의 품 속으로 가두었다.












" ㅈ,저기...정국아..? "



' 으아...몸이 젖어있으니까 옷이 달라붙어 있어서 그런지 더 잘 느껴지잖아... '












괜시리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금 불이 꺼져서 방안이 어두운 상태인것이 참으로 다행인것이리라...,,속으로 생각한 여주는 버둥거릴수록 오히려 더 강하게 붙잡는 정국에, 이번에는 몸에서의 힘을 풀고 가슴팍 위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 천천히 그를 밀어내었다.


그런데...











" 움직이지마요...... "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채로 작게 웅얼거리듯 속삭이는 정국의 목소리에, 그녀는 몸이 굳어버린듯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 그냥...잠깐만...잠깐이면...되니까,, "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있는 상태라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어쩐지 물기가 어려있는듯한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가만히 손을 올려 그의 등을 토닥거려주면서 기억을 더듬어 어릴적 악몽을 꾸어 울었던 시절에 그녀의 어머니께서 들려주었었던 자장가를 떠올려냈다.












달님이 웃네요.

오늘은 안녕,

아가도 별님을 보고 웃어요.

내일은 더 반짝이는 아침이 올거야.

예쁜 꿈만 꾸세요.

잘자요. 우리 아가












여주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여주며 등을 토닥여주길 몇분, 그렇게 어둑하여 무겁고 조용하기만했던 밤에 서서히 밝은 아침해가 드리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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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가만히 자신의 침대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여주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꾸던 같은 레파토리의 악몽, 눈을 감자 아직도 주변의 웅성거림과 자신의 눈앞에 놓인 침대 위에서 힘없이 누워 앓고있던 한 여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항상 그 꿈을 꾸고나면 기분이 더러웠었는데...,, 아직도 귓가에 그녀의 다정한 속삭임이 아른거린다. 마치 모든것이 다 괜찮다고 위로해주듯 부드러웠던 음성이...욱씬거리던 가슴께를 간지럽힌다. 자신의 흐트러진 얼굴 표정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붙든 상태로 얼굴을 파묻고 있었는데.












" 차라리...그런 자장가를 들을 줄 알았더라면 얼굴을 보여주는게 더 나을뻔 했어,, "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건...내 껍질 속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이고 달콤한 자장가도 선물을 받았으니...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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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더욱...당신을 보내기 싫어지잖아 "












손을 뻗어 침대위에 수를 놓듯 길게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 우응... "












간지러운듯 몸을 조금 뒤척이며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여주를 뒤로하고, 정국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카락에 짧막하게 자신의 입술을 부볐다.












사랑해...







그렇게 아침의 싱그러운 햇빛이 서서히 스며드는 창가를 배경으로, 주인없는 작은 속삭임이 공기중으로 바스라져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