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아...장은? "
" 그냥 저 혼자 보고오는게 좋을것 같아서요. 호텔까지 데려다줄게요. "
" 저...그 남자들ㅇ... "
" 타요. "

미국에 왔을때 혹시 몰라 랜트했었던 오픈카, 분명 처음에 장을 보러 올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여주는 정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 남자들 무리 속에서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는 차가 있는 곳까지 끌고온 정국은 어쩐지 평소보다는 조금 톤이 다운된것 같은 목소리 간결하게 그녀에게 대답하며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물론 여주는 정국이 신신당부했음에도 떨어져서 길을 잃었기에 지금 그의 눈치를 보는 중이라 반박할 겨를도 없이 차에 탔다.
여주가 차에 타자마자 자신도 운전석에 탄 정국은 출발 전에 잠시 마른세수를 하고는 옆에서 가만히 앉아 풀이 죽은 것인지 고개를 떨구고있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계속 당당하고 멋진...물론 집에서 전남친 이야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어쨌든 항상 당당한 모습만 보다가 저리 기가 죽은 모습을 보니...자신의 눈치를 보고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평소라면 귀엽고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전혀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정국은 현재 기분이 안좋았다. 그것도 매우...하지만 어쩌랴 이번에는 봐줘야했다.
' 지금은 안돼. 아직 사이가 단단해지기도 전인데 화를 낸다면...도망갈지도 모른다...상대는 자신과 헤어지는 것에 아까울 것이 없는 존재, 그런 그녀를 제대로 붙잡아두기 위해서는...아직은 때가 아니다. '
지금은 마음 속에서 내 비중이 커지도록
천천히...물들여야 할 때야.
생각을 마친 그는 시선을 다시 핸들 쪽으로 돌리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 방금전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넘길거에요. 누나를 믿고있으니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거니까요. 그치만... "

내가 누나 남친이라는건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 아직 사귄지 얼마 안되서 힘들 수 있겠지만,, 난 일단 누나가 그리 생각해주려고 한다면 지금은 그걸로 만족할게요. "
" 으응...알겠어 "
자신을 찾으려고 얼마나 뛰어다닌 것인지 시원한 건물 안이었을텐데도 땀에 젖어 엉망이된 얼굴을 보며, 여주는 그리 대답할 수 밖에는 없었다.
' 저 아이는...내가 정말 소중하구나,, '
만나게된 이유가 자신의 실수때문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을지라도 그저 작은 호기심에 지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이해가 잘 안되지만...상대는 자신과의 연애에 상당히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어차피 일주일 뒤에 헤어져야 하는데... '
그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미국, 만남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자신이 한국에서 짊어져야할 부담이 많았다. 언제 다시 어머니가 약혼을 언급하실지 모르는 마당에 연애를 이어갈 수는 없었다.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진 여주는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침묵에 잠겨버린 차안에서 가만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렇게 결국에는 끝끝내 나중에 생각하자며 그냥 넘겨버리고는 여주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어진 자신의 남친을 바라보았다. 계속 웃으면서 쫑알쫑알 말을 걸던 아이가 저리 아무말없이 운전만 하는 것을 보고있자니 낯설어 보이고 어색해진것만 같아 이번에는 여주가 정국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 근데 생각해보니까 너 미국에서 사는데 한국말 엄청 잘한다. "
아,,미국에서 사는게 아닌가..? 생각해보니 여주는 정국에 대해서 아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이름과 나이정도, 집도 현재는 짐을 싸서 일방적으로 동거하자고 찾아왔으니 사는곳도 모른다. 미국에서 사는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때쯤, 정국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 어릴때 한국에서 자랐거든요. 외가가 한국에 있어요. "
" 아,정말..? 그럼 아버지는 외국분이셔? 동양인처럼 보이고 한국말도 잘하길래 아예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
"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한국계 미국인이셨거든요. 한국에서 태어나시긴 하셨지만 갓난아기때 미국으로 입양오셨었데요. "
그렇구나...,,의외의 가정사에 조금은 흥미가 동한 것인지 여주는 이것저것 더 물어볼까싶었지만 갑작스럽게 정국이 오픈카의 지붕을 닫는 바람에 순간 말을 다시 걸 타이밍이 애매해졌다. 뭐..그냥 도착해서 다시 물어보면 되겠지,, 창밖으로 거의 다 도착해가는 호텔에 여주는 괜히 말을 더 걸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을 선택하였다. 느릿한 속도로 닫혀가는 오픈카의 지붕은 거의 다 닫히자마자 호텔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하게된 호텔 주차장, 주차가 끝나자 정국은 차에서 내리는 대신에 여주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냥 지금 물어볼까..?,, 그렇게 그가 아무말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부담스러운 느낌에 여주가 애매하게 끊어져버린 대화를 다시 이어가기갈까 입을 열려고 할때, 정국이 조금 더 빨랐다.
" 우리 키스할까요..? "
" 뭐..? 지금 여기서? "
갑작스러운 정국의 물음에 여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지하라 어둡고 차 지붕도 닫혀있고 하지만..누가 지나가다가 충분히 볼 수 있는 곳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무리였다.
" 그냥 여기서 말고 호텔방 들어가서 하면 안돼..? "
" 물론 그 생각도 안 해본건 아니지만... "
들어가서 하면 키스만하고 끝내기 힘들것 같아서...
그 대답에 여주는 뻥찐듯 잠시 할 말을 잃은채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국은 그러한 여주의 반응에도 차분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여주의 뺨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 하기 싫으면, 언제든 거부해도 좋아요. "
저런 얼굴로 그리 말하면...반칙인것 같은데.
대답없이 정국을 가만 바라보는 여주에, 정국은 잠시 시간을 주듯 말을 마친뒤에도 잠시 텀을 둔 뒤 여전히 여주의 뺨을 감싼 상태에서 몸을 여주의 쪽으로 기울였다.
달칵–,,
몸을 끌어당기고있던 정국의 안전벨트가 그의 손길에 의해 풀리고,, 정국은 여주의 얼굴을 감싼채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정국이 아랫입술을 조심스럽게 깨물자, 다물려있던 그녀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그렇게 그 둘은 몇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빨개진 입술로 차안에서 내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순위가 올라간 것을 뒤늦게 확인한 자))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