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
첫사랑. 첫사랑이란 말 그대로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거나 맺은 사람을 뜻한다. 나이, 성별 구별할 것 없이 모두가 한번씩은 있었을 사람. 물론 나도 첫사랑이 있었다. 다만 좋게 끝나진 않았지만 말이다.
때는 사랑에 관심이 많을 나이였던 15살 때였다. 벗꽃이 바람에 따라 휘날리던 화창한 봄날, 나는 놀이동산에 놀러온 꼬마아이 처럼 들뜬 마음으로 새학기 첫 등교를 하였다.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교실에 도착 하였을땐 고요한 적막만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 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시간을 확인하고 내가 잘 못 본건가 싶어 눈을 비벼 다시 확인해 보았지만 내가 평소 등교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건 변함이 없었다.
"그래... 왜그리 등굣길이 고요하다 했어..."
난 해탈한 마음으로 창가 맨 뒷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엎드려 창밖을 보았다. 푸르디 푸른 하늘과 바람과 같이 흩날리는 벗꽃잎들이 보였다. 물 흐르듯 잔잔한 노래와 따뜻하게 나를 감싸오는 햇빛 때문인지 아님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피곤한 것인지 나는 무거운 눈꺼플을 닫으며 잠에 들었다.
몇분이 지났을까 시끌벅적한 소리에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소리가 들려오는 요인을 찾아 창밖을 바라보니 삼삼오오 친구들과 후배들, 선배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제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기지개를 쫙 펴고 교실 안을 둘러 봤을때 내 옆 자리에 한 남학생이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아는 학생인가 싶어 얼굴을 확인하려 그에게로 다가갔다.
"와... 잘생겼다..."
그 남학생에게 다가가 자세히 보니 날렵한 눈매와 길다란 속눈썹에 작은 얼굴을 가진 처음 보는 학생이었다. 남들이 딱 봤을때 잘생겼다라는 말이 술술 나올만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넋놓고 보다가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홀린듯 그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그때 남학생이 나의 손목을 잡으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눈을 뜨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지금 뭐하는거야?"
"아 그냥.. 얼굴 보고 있었지.. 잘 잤어...?"
"응"
"있잖아.. 너 왜 많고 많은 자리들을 놔두고 내 옆에서 잤어?"
"그냥"
"아.. 어?"
그가 깨어 났을때 왜 많고 많은 자리들은 놔두고 내 옆에서 자고 있었냐고 물어봤을때 그가 준 대답은 김 빠진 콜라마냥 싱거웠다. 그냥 이라니? 나는 조그만한 이유라도 있을줄 알았다. 뭐.. 나의 사심을 담아 서라면 '네가 예뻐서', '네 자는 모습이 좋아서' 이런 대답도 살짝 기대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냥이란다. 나는 생각 할수록 어이가 없어 그를 바라보니 남학생은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다시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그래... 그냥 냅두고 얼굴이나 감상하자' 라는 마음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남학생은 나의 시선을 느꼈던 것인지 다시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계속 봐. 잘생겼서?"
"응. 잘생겨서"
"그래? 그럼 계속 봐."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엎드려 잠을 청하지 않고 나만 계속 주시했다. 그렇게 그 남학생과 계속 아이컨텍을 하고 있을때 쯤 내가 '이름이랑 번호도 모르는 남학생이랑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에 이름이랑 번호를 물어보려 종이와 필통을 꺼내려 몸을 돌렸을때 남학생이 나의 넥타이를 잡으며 그와 나의 사이를 20cm정도 남겨두고 나를 당겼다.
"뭐해? 나만 봐."
"아니.. 우리가 이름이랑 번호도 모르는데.. 어.. 이러는건 아니... 그니깐 나중에 연락 하려고 연락처랑 이름 적을것 꺼낼려고.. 했지.."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 당황하여 고장난 로봇마냥 어색한 말투로 그의 물음에 답하였다. 나의 변명같지 않는 변명은 들은 그는 피식 웃으며 작은 종이에 무언가 적기 시학하였고, 나에게 그 종이를 건네며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하였다.

"나 지금 번호 따인건가? 난 김태형. 나중에 꼭 연락해요. 아가씨"
"뭐.. 뭔소리야 미친놈아..."
김태형 이라는 애는 나의 볼을 톡- 하고 건들면서 이상한 멘트를 날렸고 나는 당황함에 욕을 날려 버렸다. 김태형은 재밌다는듯 웃었고 나는 뭐라 따지려 하였지만 하나 둘씩 들어오는 학생들의 소리에 묻혀 김태형에게 아무말도 못한채 종이라는반듯하게 적혀있는 김태형 010-1995-1230 이라는 글씨를 보고 몇 분 동안 바라보다가 연락처를 휴대폰에 저장 하였다.
존잘 미친놈 김태형
1995년 10월 12일 3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