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사 : 아가씨를 부탁해!

시즌2 5화

[5]



"맨 뒤에 봐. 남자들 완전 잘생김."
"우리 학교 교복인데?"
"우리학교에 저렇게 잘생긴 애들이 있어?"
"이번에 일학년에 잘생긴 전학생들이 전학왔다던데."
"그게 쟤들 아냐?"

그렇습니다. 버스 맨 뒷자석 전체를 차지하고 앉아 버스 안의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들은 나의 집사들입니다.
.
.
같은 곳에 산다는 걸 들키기 않기 위해서 승용차로 같이 등교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혼자 승용차를 타고 등교하기는 좀 그래서 집사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소문을 피하려고 버스행을 택한건데 어째 이것도 나랑 집사들이 같이 산다는 소문이 난 것 만큼이나 소란스러움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

"꼭 맨 뒷자리에 앉아야 하는거야?"
"그렇지만 아가, 아니, 네가 서서 갈 수는 없는 거잖아."
"나는 좀 서도 되는데."

정국이는 안될 일이라며 나를 말리고 나선다. 네. 제가 뭐라고 하겠나요? 내 옆에 앉은 윤기 사이로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버스가 또 다른 정류장에 멈춰서고 우수수 시커먼 남학생들이 몰려올라온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담배냄새에 땀냄새에. 내가 인상을 확 찌푸리자 정국이 자신의 가방에서 달달한 향의 향수를 꺼내더니 자신의 손끝에 살짝 뿌리고는 내 코끝에 문질러준다. 어쩐지 달달한 향수 냄새에 취하는 느낌을 받으며 헤실거리고 있는데  덩치가 커다란 남학생들이 단번에 인파를 뚫고 맨 뒷자리로 걸어온다.

"대박. 옆학교 칠만이 아니냐?"
"아. 그 무식하게 힘만 센?"
"완전 악질로 소문났는데. 하필 우리 꽃돌이들이 탄 버스에 탈게 뭐람."
"꽃돌이들 다치면 어떡해."

여기저기서 그 덩치산만한 무리를 피하며 쑥덕 대는 걸 보면 분명 보통 인물은 아닐텐데. 어느새 맨 뒷자석을  채워앉은 집사들 앞에 도달한 칠만이 무리에 내가 겁을 먹고 윤기의 옆에 붙어 윤기의 팔을 붙잡았다. 칠만이고 뭐고 상관 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윤기가 겁먹은 표정의 나를 보더니 멍한 얼굴로 맨 뒷자리에 서서 험학한 포스를 뿜어대고 있는 칠만이 패거리를 바라본다.

"야, 거기 너."
"나?"
"그래, 너." 

난 그냥 단지 칠만이 패거리가 무서워서 윤기한테 붙은 건데 윤기는 겁먹은 나와는 달리 아주 평온한 얼굴로 그 칠만이 패거리 중 맨 앞에 서있는 칠만이를 부른다. 칠만이가 어이없단 얼굴로 자신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윤기를 향해 되묻고 윤기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나 뭐?"
"저기 윤기야."

윤기의 행동에 기분이 상한 듯한 칠만이가 목소리를 높힌다. 나는 더욱 더 몸을 움츠리며 윤기를 말리기 위해 윤기의 이름을 부르지만 윤기는 그런 나의 등을 감싸안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고는 다소 굳은 얼굴로 칠만이를 본다.

"학생이 담배 폈으면 부끄러운 줄 알고 냄새 안나게 고이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라? 괜히 입 크게 열어서 불쾌하게 만들지 말고."
"이 새끼가? 야, 너 나 모르냐? 칠만이 모르냐고!"
"이름이 칠만이래. 칠만이. 귀여워 "

화가 난 칠만이가 윤기를 향해 위협적으로 소리를 내지르자 칠만이라는 이름을 들은 태형이 심각한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킥킥대며 웃는다. 덕분에 살벌한 눈빛의 칠만이가 태형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태형은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를 해맑은 얼굴로 칠만이를 마주본다.

"칠만아. 왜 그렇게 봐? 이름은 귀여운데, 생긴 건 좀 무섭다?"
"아오! 이런 미친 새끼."

칠만이가 태형에게 주먹을 들고 달려들려고 하자 칠만이 패거리들 중 하나로 보이는 남학생 하나가 칠만이의 팔을 붙들어 말린다.

"칠만아, 네가 좀 참아라. 저기 이쁜 여자애도 있는데."

칠만이 패거리 중 한 남학생의 말에 칠만이의 시선이 윤기의 옆에 붙어있는 내게로 향한다. 칠만이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올라간다.

"그래. 함부로 주먹 날리고 그러면 안 되지. 우리 예쁜이가 겁먹으면 안 되니까."

예쁜이? 설마 그거 나냐? 어쩐지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뭐 임마? 우리 뭐?"

칠만이의 우리 예쁜이라는 호칭에 정국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진다.

"얼씨구. 괜히 비리비리한 것들이 여자 앞이라고 폼 잡지 말고 조용히 뒷자리 비워라? 쳐 맞고 내려오지 말고?"
"여주야. 정국이 옆에 꼭 붙어있어. 놀라지 말고 무서우면 눈 꼭 감고 알았지?"

윤기가 나를 정국이 옆으로 앉게하며 나를 향해 살짝 웃어보이고는 뒷자리에서 순순히 내려가 칠만이 앞에 선다. 칠만이는 윤기의 행동을 가소롭다는 얼굴로 지켜본다.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칠만이가 윤기를 지나쳐 뒷좌석으로 향하려 하자 윤기가 칠만이의 발을 있는 힘껏  밟아버린다.

"꾸악."

윤기에게 발을 짓밟힌 칠만이가 돼지 울음소리를 내며 자리에 주저앉아 윤기의 발 밑에서 발을 빼내보려고 하지만 윤기의 발은 힘이 얼마나 좋은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안쓰럽게도 칠만이는 두 눈에 눈물이 맺힌채로 윤기의 발을 내려친다.

"괜히 크게 일 벌리고 싶지 않으니까 순순히 물러서자. 칠득아."
"칠득이가 아니고 칠만이거든?"
"그게 그거지."

그게 그거인 거냐? 아니, 그것보다도 칠득이냐 칠만이냐가 네 아픈 발보다 중요한 거니 칠만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발 치워."

윤기가 칠만이의 말에 칠만이의 발을 짓밟고 있던 자신의 발을 치운다. 칠만이는 윤기가 발을 놓아주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윤기의 발을 짓 밟아주기 위해 발을 높이 들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칠만이의 발을 피해버리는 윤기 덕분에 버스바닥을 강하게 발로 내리친 칠만이는 관절로 전해져오는 짜릿함에 다시 한 번 환희의 비명을 내지른다.

"아주 가관이구만."

석진이 혀를 차며 칠만이를 바라보고 윤기도 그런 칠만이가 영 불쌍한지 측은한 눈길로 칠만이를 본다.

"이제 그만해라. 나도 불쌍해서 더는 못하겠다. 애들 괴롭히는 취미 없다."
"아, 진짜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끈기 있는 칠만이가 발악하듯 소리를 지르며 윤기를 향해 주먹을 날리고 윤기는 빠르게 몸을 낮춰 그 주먹을 피하더니 흔들리는 버스 방향으로 몸을 눕히듯 돌아서서 칠만이가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지게 만들어버린다. 엎어진 칠만이의 등 위에 발을 얹은 윤기가 영 재미없다는 듯 칠만이를 향해 말한다.

"이제 그만하자. 재미없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 칠만이가 누군줄 알고!"

칠만이가 윤기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자 윤기의 뒤편에서 칠만이 패거리 중 하나가 윤기에게 달려든다. 남학생이 윤기의 뒷통수를 내리치기 전에 스프링이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버스 손잡이를 잡은채 까까머리 남학생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당긴다. 태형이는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갈 것 같은 불안한 까까머리 남학생의 눈을 마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안녕? 칠만이 친구."

칠만이 친구는 태형이에게 공포의 조련을 당했다고 한다.
.
.
버스 안에서의 한바탕 소동을 끝내고 학교 교문으로 걸어가는 길.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내 집사들은 학창시절에 무서운 사람들이 었을지도 몰라. 왠지 낯선 느낌이 들어서 윤기와 태형을 피해 지민의 곁만 쪼르르 따라다니자 태형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지켜본다.

"어째서 아가씨가 우릴 피하는 것 같지? 형?"
"나만 느낀 거 아니지?"

태형의 말에 윤기도 슙슙슙 우는 시늉을 한다.

"여주야. 왜 이렇게 날 쫓아다녀?"
"응? 내가 그랬나?"

내가 지민이의 옷깃을 꽉 붙들고 있는 내 손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며 지민의 옷깃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지민이는 내 손을 덥석 맞잡더니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옷 말고 이렇게 손 잡고 가자."
" 어? 응." 

여주와 손을 잡은 채로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서 걸어나가는 지민을 발견한 태형과 윤기가 더욱 더 억울하다는 얼굴이 된다.

"아. 이제 누가 시비걸면 전정국 네가 상대해!"
"싫어. 난 아가씨께 미움을 받는 건 싫으니까."
"뭐? 미움?"

태형이 칭얼대듯 정국에게 일을 떠넘기자 정국이 절대 싫다는 듯 단호하게 거절 한다. 물론 미움이란 단어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정국의 입에서 나온 미움이라는 말에 윤기와 태형이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다. 

"우리 아가씨한테 미움 받고 있는 거야?"
"야. 우리라니. 너야. 너! 네가 더 무섭게 굴었잖아."
"아. 이게 다 칠만이때문이야!"
"다음에 만나면 턱주가리 한 방 날려주고 만다. 내가."

칠만이를 향한 분노를 끓어올리고 있는 윤기와 태형을 지켜보고 있는 눈들이 있었으니 .

"아니. 글쎄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탔는데 윤기가 옆 학교 칠만이를 제압하는 데 보통이 아니더라."
"태형이 마냥 웃기만 해서 귀여워 보였는데 남자더라?"

아무래도 아가씨를 제외한 모든 여학생들에게 윤기와 태형이의 인기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