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이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연신 기침을 해대며 눈을 뜨자 눈 앞에는 석진이 있었고, 석진의 어깨에 가려져 혜나는 보이지도 않았다. 예슬이 석진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자 석진은 돌아봤고, 혜나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놨다.
“ 너 뭐야? “

“…”
“ 예슬 씨, 얘 알아요? “
“ 알긴 알죠… 좋은 인연은 아니에요. “
“ 딱 냄새가 악귀네. “
“ 악귀… 요? “
“ 네, 저승사자를 해칠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악귀밖에 없거든요. “
“ 저같은 저승차사는 해치지 못하지만, 예슬 씨같은 신입 저승사자는 해치기 쉬워요. “
“ 내가 데려다 줬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
“ 아니에요… 괜찮아요. “
“ 뭐가 괜찮아요, 목에 멍 심하게 들었는데. “
석진은 예슬을 걱정 해주다 혜나가 떠올랐는지 뒤를 돌았고, 혜나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건지 덜덜 떨며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혜나가 저러는 모습을 처음 본 예슬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석진은 개의치 않고 혜나에게 할말을 했다.

“ 상태 보니까 자기 운명을 아는 것 같은데? “
“ 악귀가 되어 저승사자나 다른 망자들을 해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죠? “
석진의 물음에 혜나는 답하지 않았고, 오직 땅만 쳐다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석진은 이런 악귀들을 꽤 본 듯 익숙하게 말했다.
“ 여기서 소멸 될래요, 아니면 염라대왕 님께 가 용서를 빌래요? “
“ 소용 없을 수도 있지만. “
“ … 갈게요. “
“ 그래요, 그거 선택할 줄 알았어요. “
석진의 손짓 한 번에 혜나는 사라졌고, 혜나가 있던 곳에서 시선을 떼며 손을 터는 석진을 빤히 쳐다보던 예슬은 석진을 향해 말했다.
“ 염라대왕 님께 가면… 어떻게 돼요? “
“ 소멸 되거나, 저 어둠이 가득한 지옥에 가거나. “
“ 지옥은… 어떤 곳인데요? “

“ 뭐,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죠. “
“ 보통 사람들은 용암이 들끓고 불 타오르는 빨간 지옥을 상상 하잖아요. “
“ 그렇죠. “
“ 근데 지옥은 그렇지 않아요. “
“ 칠흑같은 어둠 속에 가두거나, 아예 빛 밖에 안 보이는 곳에 가둬요. “
“ 극과 극이죠. 사람은 한 색만 보고 있으면 정말 미치거든요. “
“ 근데 그 곳에서 몇 천년을 살게 돼요. “
“ 더 큰 잘못을 하면 그냥 어둠이나 빛이 아니라 옵션이 추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
“ 그 옵션은, 그 칠흑같은 어둠 혹은 눈이 멀 듯한 빛 안에서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과 있어야 해요. “
“ 그럼… 정들 수도 있잖아요. “
“ 사람이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건 한 가지가 아니잖아요. “
“ 두려운 감정이 사라지고 정이 들면, 더 두려워하는 것과 같이 있게 해요. “
“ … 진짜 지옥이네. “

“ 괜찮아요, 예슬 씨는 지옥 절대 안 가니까. “
“ 이제 다시 일 하러 가볼까요? “
“ 또 이런 일 없게 꼭 붙어있어야 겠어요. “
일을 배우며 석진의 옆에 붙어서 석진이 시키는 일을 하고, 배우는 것을 반복하던 예슬은 순간 아까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 아까 내가 봤던 혜나의 과거 기억은 무엇이며, 혜나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가 궁금했다. 마침 할일 없이 명부만 훑어보고있는 석진에게 물었다.
“ 아, 차사 님. “
“ 응? “
“ 아까… 제가 무의식적으로 혜나의 과거를 보게 됐는데, 그건 대체 뭐예요? “
“ 음, 아직 신입이라 모를 수 있어요. “
“ 보통 망자들을 환생 시킬지 벌을 줄지 소멸을 시킬지는 차사 중에도 높은 차사들이 정해요. “
“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알려주는 건 사자들이 하죠. “
“ 가끔 자기 과거를 알려주지 않는 망자들도 있어서 기억을 읽는 능력은 사자가 되자마자 생겨요. “

“ 그렇구나… “
“ 아, 근데 혜나는 어떻게 됐어요…? “
“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지은 죄가 좀 커서… 아마 소멸 당했을 것 같은데요? “
“ 염라대왕 님께 가면 알 수 있죠? “
“ 염라대왕 님께… 가려는 거예요? “
“ 네, 어차피 할 거 없어서 괜찮아요. “
“ 염라대왕 님 바쁘고 엄격하신 분이세요. “
“ 별로 안 엄격하시던데… 무섭지도 않아요! “
“ 염라대왕 님 손짓 하나로 예슬 씨가 지옥으로 갈 수도, 소멸이 될 수도 있어요. “
“ … 그건 좀 무섭네요. “
“ 그래서, 염라대왕 님께 갈 거예요? “
“ 궁금하긴 한데… “
“ 그럼 가요, 데려다줄 테니까. “
석진은 오랜만에 차가 아닌 순간 이동을 해주었고, 예슬은 좀 어지러운 머리를 잡고 윤기가 있는 방 문 앞까지 갔다. 문 앞까지 가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 안에서는 윤기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그 두 목소리는 예슬의 얘기를 하고 있었고, 예슬은 가만히 그 얘기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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