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데 시체가… 왜 집에 있어? “
“ 너를 매일 보고싶어서. “
“ … 미쳤구나? “
“ 미쳤다니. “
“ 근데 너희, 대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
“ 뭐… 귀신이야? “
“ 귀신은 아니고, 저승사자. “
“ 나… 데리러 온 거야? “
“ 그러고 싶지만… 넌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라, 데려갈 수가 없네. “
“ 그건 그렇고, 솔직히 말해. “
“ 우리… 왜 죽인 거야? “
“ 너를 너무 사랑해서. “
“ 뭐? “
“ 난 너를 가질 수 없었으니까. “
“ 내가 저 옆에 있는 자식보다 훨씬 더 먼저 좋아했는데, 나는 너를 가지지 못했잖아. “
“ 그래서… 죽여서라도 가지고 싶었어, 너를. “
“ 그 마음은… 아직도 변치않아. “
“ 미쳤구나, 진짜. “

“ 근데 죽어서까지 나를 보러 오다니… 감동이야. “
“ 착각이 심하네. 내가 너 보고싶어서 온 줄 알아? “
“ 나, 너한테 복수 하러 온 거야. “
“ 복수? 무슨 복수? “
“ 곧 다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죽였는지 알게 될 거야. “
“ 내가… 내가 알게 할 거야. “
“ 깜찍하네. “
“ 뭐? “
“ 우리 예슬이가 나를 위해 이런 것도 생각하고 준비하다니, 깜찍해서 미치겠는데? “

“ 우리 예슬이는 화난 것도 예뻐. “
“ 닥쳐, 더러우니까. “
“ 죽는 건 너에게 죽었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
“ 평생, 감옥에서 썩어. “
“ 너만 있다면, 기꺼이. “
“ 난 저승에 있을 거니까 너랑 만나는 일은 없겠지. “
“ 그럼 나도 저승으로 가면 되겠네. “
“ 날 위해… 죽겠다고? “
“ 응,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가능해. “
“ 그럼 죽어, 지금. “
“ 에이, 죽음이 그렇게 쉬워? “
“ 우리 예슬이가 나한테 뭘 해줘야지. “
“ 허… 내가? 너를 위해? “
“ 응, 예를 들면… 키스? “

“ 그게 부담스럽다면… 간단한 스킨십도 가능. “
“ 아, 물론 내 기준 간단한 거야. “
“ 난 저승사자고, 넌 인간이야. “
“ 난 저승에 있고, 넌 이승에 있어. “
“ 난 너를 경멸하고, 넌 나를 사랑해. “
“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 이어질 수 없어. “
“ 그깟 장소랑 감정, 바꾸면 되지. “
“ 너가 죽게 돼도 넌, 저승이 아닌 어둠으로 가게 될 거야. “
“ 넌 절대 저승사자가 될 수 없는 운명이거든. “
“ 왜? “
“ 넌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질렀으니까, 어디서든 벌 받게 될 거야. “
“ 나는 그냥 내 마음을 표현한 것 뿐이야. “
“ 너는 표현 방식부터 글러먹었어. “
“ 근데 아까부터 왜 이렇게 당돌해, 예슬아. “
“ 한 번 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싶은 거야? “
“…”
“ 그런 거면 말로 하지 그랬어. “

“ 공포에 떠는 모습도 볼만 해, 귀여워. “
태형의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졌고, 저승사자인 예슬을 다시 한 번 죽일듯한 눈빛이었다. 이건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 아닌, 살인자의 눈빛이었다. 예슬의 계획에 이런 당돌하고 사랑에 미친 태형은 없었는데. 예슬의 손이 떨리고 있는 걸 본 석진은 조용히 예슬의 손을 잡아주었다.
“ 예슬아, 원래 사랑하면 미치는 거야. “
“ 미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적인 거야. “
“ 그래서 난 너한테 미쳤어, 목숨까지 바칠 만큼. “
“ 근데 너가 내가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니까 진짜 미치겠더라. “
“ 그래서 질투심에 김석진을 죽였어. “
“ 그리고 힘들어하는 너를 보니까… 내가 더 아프더라. “
“ 너가 더이상 힘들어 하지 않게, 너까지 죽인 거야. “
“ 물론 너를 계속 옆에 두고 보고싶어서 죽인 것도 맞지만. “

“ 미친놈. “
“ 그건 사랑이 아니라 범죄야. “
“ 마음 같아서는 나도 너를 죽이고 싶은데… “
“ 우리 예슬이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
“ 차라리 죽을 거면 예슬이 손에 죽고싶어. “
“ 허… 말이 안 통하네. “
“ 그냥 감옥에서 평생 썩어, 나중에 저승 오면 어둠 안에 갇혀있고. “
“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너야. “
태형은 예슬의 말을 듣고 점점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다 겉옷 안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예슬의 손에 쥐어주고, 바로 예슬을 안았다. 칼은 태형의 복부를 통과했고, 태형의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석진도 예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골목은 피로 물들어졌고, 태형은 의식을 잃어갔다. 태형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으며 예슬에게 말했다.
“ 사랑해, 미치도록. “
범의귀_ 절실한 애정, 당신에게 미움 받는다면 죽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