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몽글몽글 : 녹차, 단풍, 하얀 가을
바람이 하얀 가을을 데려왔다.
푸른 하늘을 몇 번이나 봤다고
은행을 언제부터 밟았다고
코트를 몇 번이나 입어봤다고
노란 나무 끝을 언제부터 봤다고
성질 급한 겨울이 뚝-떨어졌다.
탐스러운 단풍을 보기 전에 새하얀 눈부터 보게 생겼다.
손끝이 옅게 시릴 정도의 추위와
따뜻함이 나른하게 감싼 녹차라떼
그리고 반쯤 물든 단풍잎은 내 어중간한 감성을 채우기 충분했다.
하얀 가을 냄새가 난다.
씁쓸한 녹차라떼와
저 멀리서 구워지는 붕어빵 냄새 때문일까
아니면
길가에서 꺼져가는 담배와
내 가방에 잠자코 있는 책 냄새 때문일까
바람이 붉은 겨울을 데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녹차, 단풍, 하얀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