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피 심리학

1화 솜털 같은 심리학

Gravatar추운 한겨울 오후. 사람들이 거리를 걷는 조용한 풍경 속에서, 각자의 눈빛에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또한 그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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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 없이는 정말 살 수 없어."

마지막으로, 울고 있는 남자 앞에 서 있는 여자는 표정 변화라고는 전혀 없었다. 마치 그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이미 식어버린 것 같았다.
"···넌 끝까지 거짓말쟁이야."
""······자매.""
 
"지금까지 재밌었겠네요. 날 완전히 속였어요."
당신은 다른 여성들에게도 이렇게 하나요?

불안한 표정의 여자는 그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 사이에는 끝없이 차가운 눈송이가 쌓여갔다. 마치 그들의 최후를 맞이하는 듯.

여자를 조용히 지켜보던 남자는 눈물을 닦고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슬픔과 비통함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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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정말 후회 안 할 거야?"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여자는 완전히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공허한 웃음을 터뜨렸다. 입꼬리가 순간 비뚤어졌지만, 금세 내려왔다.

"나는… 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 후회해."

"······."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은 잘못된 여자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요···"

 

 

 

내가 너에게 준 것을 돌려달라고 하진 않겠어. 대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여자는 남자의 표정을 잠시 살피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서서 제 갈 길을 갔다.

한 남자가 그런 여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조차 그를 안쓰럽게 여겨 걸음을 멈췄다.

여자가 마침내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러고 나서 마치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는 특히 즐거운 듯한 비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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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희도 이렇게 오랫동안 질질 끌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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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여주입니다."
 
 
추위에 코와 뺨이 빨개진 여자가 술집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아까 그 남자와 헤어진 여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설여주였다. 직장 동료이자 동거남인 김태형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태형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아 가방을 옆 의자에 내려놓고 태형이 따라준 술을 단숨에 마셨다.
"···정말 엉망진창이네요."
"왜요? 무슨 말씀이세요?"
 
헤어지지 마.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태형은 술을 연거푸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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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식은 진작에 버려졌어야 했어."
 
""···그러므로.""
그가 그녀의 마음을 한두 번 가지고 논 게 아니에요. 여자와 그렇게 복잡한 관계를 맺는 사람은 처음 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설여주가, 왜 그런 사람에게 빠졌겠어요? 여주는 빈 잔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심리학자 집안치고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여주인공이 말했듯이, 여주인공과 태형은 둘 다 심리학 분야에서 일합니다. 여주인공은 심리 상담사이고, 태형은 범죄 심리학자입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고, 심지어 동거까지 하게 된 이유는 직업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난 그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바보였어."
"그래, 넌 바보야."
 
"내 주변에 제정신인 사람은 왜 한 명도 없는 거지?"
여주인공의 손이 소주병으로 향했다.

그녀는 곧바로 잔에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태형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잔에 남은 술까지 싹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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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남자를 만나려면 내 허락을 받아야 한다."
 
"···무슨 소리야? 사람을 두 번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데이트 말고 말이야."
"그거 참 재밌네요, 저도 열 번은 들은 것 같아요."
 
""···위대.""
태형은 곧바로 여주에게 잔을 내밀었다. 여주는 그의 잔과 부딪쳤다. 그러고 나서 여주는 입으로 가져가려던 잔을 내려놓았다. 마치 아직 할 말이 있는 듯, 태형은 잠시 입을 벌렸다.
"직장을 그만둬야 할까요?"
"왜 갑자기?"
 
"······아무래도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는 것 같아요."
"전정국 때문에요?"
 
"···아니, 그냥, 뭐랄까. 일반적으로 말이야."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다 아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연애를 할 때마다 이유 없이 상대방을 의심하게 되고…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고… 인간관계가 너무 버겁게 느껴져요. 한두 번 이상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서 매 순간 불안하고 외로워요.


마치 마음속에 많은 것을 쌓아온 사람처럼, 태형은 고백할 때라고 생각하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소주잔만 바라보고 있던 여주는 태형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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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더 열심히 일할게."
 
"나 좀 먹여줄래?"
"어차피 같이 살고 있으니, 남편 노릇 한번 해볼까?"
 
"어... 그거 참 이상한 제안인데요?"
여주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떠올랐다. 태형의 제안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태형은 여주인공의 한탄을 듣고 나서 결국 그 후로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여주인공은 그것을 전부 마셔버린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
태형은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여주인공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 소파에 눕혔다. 그는 그녀가 입고 있던 코트도 벗겨주었다.
""···함. 김태효~""
"그래, 왜?"
 
"김태효~ 오늘 너랑 헤어졌어."
"······."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어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죠."
"······."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이상하네. 후회는 없어? 설여주가 그럴 리가 없잖아! 전정구기가 아까 울긴 했는데, 연기인 건 알지만… 마음이 아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입을 삐죽거린 여주는 곧 방석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다. 태형은 바닥에 앉아 여주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태형은 등에 메고 있던 여주의 가방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다시 여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
 

"저는 결말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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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여주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태형이 입을 열었다. 팔을 탁자에 기대고 턱을 괴고 여주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잔잔한 파상풍의 물결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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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어느 날,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랑이 끝나기를 바랐다.
또 하나,

나는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를 사랑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