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쇼를 위하여 [BL/찬백]

1

크게 돌던 공중후프의 회전이 점점 작아진다. 
한쪽 발로 공 위에 서있는 코끼리의 상아 위에 발끝으로 내려앉는다. 

섬광이 튀듯 짜릿한 순간이다. 
피날레의 폭죽이 터지고 단원들은 숨을 몰아쉰다. 
공중후프를 당겨 위로 올라가고, 코끼리는 공에서 내려온다. 
화려하게 춤을 추던 댄서들은 환히 웃어보인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나는 한쪽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리고 단원들과 눈을 맞춘다. 

귀를 찢을듯한 함성도. 천둥처럼 큰 박수도.
서커스가 끝나면 그것들이 귀를 멀게해도 좋을만큼 행복하다. 

피날레 곡이 다시한번 울려퍼지며 관객들이 빠져나간다.
마지막 어린이 손님에게까지 손을 흔들고 미소지으면 커튼이 스르륵 내려오고, 서커스 천막의 문이 닫힌다. 

불이 붙은 링을 통과하던 호랑이들의 목덜미를 마구 쓰다듬어준다. 

"수고했어 로또. 최고야. 멋져."

촉촉한 검은코에 쪽, 입술을 맞추고 케이지로 돌려보냈다. 

"코코! 공 위에서 힘들었지."

코끼리들의 상아와 코까지도 만져준 뒤에야 단원들끼리 껴안는다. 

"고생했어."

말없이 부둥켜 안고 있다보면 아찔한 곡예를 하느라 긴장되어 있던 몸이 풀리는게 느껴진다. 



* * * 



서커스 공연 기간이 끝나면 바로 연습에 들어간다. 
빡센 체중관리와 수시로 풀어주는 뭉친근육. 
덥지만 에어컨을 틀 수 없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줘야 한다. 

"더워.."

쇼의 오프닝에 후프를 타고 춤을 추게 된 종인이 투덜거렸다. 

"춤추는 사람이 에어컨은 무슨.. 선풍기라도 있는게 어디야."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으로 종인과 함께 진행하게된 경수가 단호히 말했다. 
줄에 매달린 후프 하나에 서로를 맡긴채 공중에서 춤을 추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부채를 촥촥 펴대는 민석이 가벼운 점프를 했다. 

"고양이같아. 가볍고 유연하고."
"뭐, 난 후프대신 줄을 타니까."

공중후프나 줄에 의지해서 올라가는 것과 달리 벽 양쪽에 연결한 줄을 타는 민석은 깃털이 달린 분홍색의 부채를 화려하게 흔들었다. 

"백현이 후프말고 줄 한번 타보자."

경수가 줄을 가져와 백현에게 건넸다. 

"와 진짜 떨려. 후프만 하다가 줄은 너무 오랜만이야."

줄을 두어번 감은 백현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크게 회전하며 맨 위층의 관객석을 쫙 훑었다. 

"중심 유지해. 긴장 풀지마."

여유롭게 한쪽손으로 포즈까지 취해가며 잔망을 떠는 백현에게 경수가 다시한번 말했다.

"중심 유지하라고 했어. 아래로 쭉 내려오다가 1미터 정도에서 멈춰."

백현이 매달린 줄이 아래로 수직낙하 했다. 

"박찬열이랑 둘이 안고서 올라가."

찬열이 한손은 줄을, 한손은 백현의 허리에 올리고 한쪽 다리를 백현에게 휘감았다.

"중심유지."

탕 튀어오른 두사람이 위로 쭉 올라갔다. 

"떨어지지 않게! 집중해!"

찬열의 등에 고운 손이 올라간다. 

"천천히. 다리하나 들어."

찬열이 속삭이자 백현이 천천히 다리를 들어올렸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백십이들 내려와."







안녕하세요, 현입니다! 결국 제가 보고싶은것을 위해 일을 벌였네요.. 허허
서커스단원 찬백이들을 꼭 보고싶었거든요. 
이아이는 단편입니다! 잘부탁드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