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1. 만약 그 놈을 이겼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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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ㅣ인빈시블, 25ㅣ우리 사랑의 끝 가운데
그렇게 태형과 설이가 연인이 된지도 며칠이 지났고, 드디어 그 놈을 만나 복수할 날이 왔다. 이번 장소는 창고가 아니었고, 태형에게 유리한 싸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그 놈은 언제 어디서 만나든 여유로웠고, 웃으며 태형을 맞았다. 그 놈은 철을 사용할 수 없는 장소라 그런지 바로 정신적인 공격에 들어갔고, 그에 태형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윤기가 태형의 능력을 카피해 어느정도 괜찮긴 했지만, 태형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그 놈을 상대하기에는 생각보다 막강한 놈이었다. 결국 태형 쪽이 밀렸지만 또 후퇴할 수는 없었다.
“벌써 지친 거야?”
“그만해, 그러다가 김태형 진짜 죽는다고!!”
“죽으면 뭐 어때, 어차피 쟤 운명은 소멸이야.”
“인간을 숨겨주고 있는 초능력자의 운명이란 이런 거지.”
“괴로워?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서?”

“그만… 능력 좀 멈춰줘…”
태형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 했고, 정신을 지배 당해 결국에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윤기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카피얼인 윤기는 주능력이 염력인 태형에게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고, 친구였기에 시섬이라는 능력을 써 죽일 수도 없었다.
“김석진, 빨리 김태형한테 바인드 좀 써줘!!”
태형에게 들려 괴로워 하는 윤기의 말에 석진은 바로 태형에게 달려가 능력을 사용했고, 태형은 그대로 속박 당해 움직일 수 없었다. 태형에 의해 허공에 들려 있던 윤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바로 그 놈에게 달려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윤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 그는 순간 쓰러졌고, 윤기와 석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았다.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석진은 그 놈에게 다가가 바인드라는 능력을 사용해 그 놈을 속박 시켰다.
때마침 설이도 태형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고, 그 놈이 쓰러짐과 동시에 눈에 초점이 돌아온 태형이 달려오는 설이와 바로 껴안았다.

“이번에도 다쳐서 오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
“이렇게 돼서 진짜 다행이다…”
“왜 울어, 나 그렇게 쉽게 당하는 놈 아니다?”
“아오… 그 놈한테 조종 당해서 나 죽이려고 했으면서 생색은.”
“…”
“다들 괜찮은 거지? 다친 곳 없는 거 맞지…?”
“응, 다들 무사해.”
“… 이 놈은 어떡해?”
“뭘 어떡해, 너가 들어서 옮겨.”
“그러니까, 어디로 옮기냐고.”
“우리 집으로 옮겨,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만 믿는다, 민윤기.”
그렇게 그 놈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꽤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절망도 있는 법. 그들에게 평화란 없었다.
집에서 같이 쉬고 있다 태형의 집에 갑작스런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올블랙의 의상으로 얼굴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놀라고 당황한 태형과 설이를 능력으로 재우고는 어디론가 데려갔다.
도착한 곳은 바로 창시자의 방. 역시 창시자는 의자를 창문 쪽으로 돌려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잠 들어있는 설이와 태형, 그 둘은 이 상황에서 전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체 모를 태형과 설이를 데려온 그는 방을 나갔고, 방 안에는 창시자와 태형, 그리고 설이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다 태형과 설이는 동시에 눈을 떴고, 바로 일어나 창시자를 봤다.
“… 창시자 님…?”
태형은 창시자를 발견하고 당황했지만 바로 창시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설이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태형을 따라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주능력이 사이코키네시스인,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다 알고 있으니 인사 할 필요 없다.”
“김태형, 너는 우리 초능력 섬 금기를 다 알고 있지?”
“… 그렇습니다.”
“그 금기들 중에 너가 무슨 금기를 어긴 건지도 잘 알 거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그 금기을 어겼을 시 받는 벌에 대해 말해 보아라.”
“… 초능력자는 죽음, 심하면 소멸이라는 벌을 받고 인간은 추방, 심하면 죽음이라는 처벌을 받는 게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자네도 알고 있었지? 이 금기와 벌.”
“… 네,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어떻게 이 곳에 들어오게 된 지는 모르겠는데, 깨어나보니 이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바닷가에 누워있는 저를 구해준 게 태형 오빠 였습니다.”
“… 그리고 저희는, 이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는 걸요.”
“무슨 사연이 있더라도 너희가 그 금기 사항을 어겼다는 사실과,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 저희 설이, 살려만 주세요.”
“제 운명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이는… 살려주십시오.”
“제 기억을 지워도 좋습니다, 저를 기억 못 해도 좋으니… 추방 시켜주세요.”
“오빠, 그게 무슨 소리…!”
“자네는 조용히, 태형 군의 선택이 자네에게도 좋을 거야.”
“설아, 나는 어차피 틀렸어.”
“죽음 아니면 소멸이야, 죽고 환생 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너랑은 못 만날 거야.”
“… 그냥 나, 기억하지 마.”
“기억하지 말고 네 인생 살아. 난… 평생 마음에 두고 있을 게, 너.”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아니야… 싫어… 오빠랑 안 떨어질 거야, 나도 평생 오빠 기억할 거야…!!”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오빠 좀 살려주세요 제발…”
“인간에게 우리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되고, 발설 되는 건 더더욱 안 된다.”
“마음 같아서는 너도 죽음을 맞이해야 하지만, 여기로 오게 된 이유도 불명이니 추방만 시키겠다.”
“하지만 김태형 너는, 인간을 보고도 신고 하지 않고 집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거주하게 했으므로… 소멸이다.”
“… 받아들이겠습니다.”
“설아, 다시 인간이 사는 곳으로 가서 평범한 인생 살아.”
“난 완벽하게 잊어줘, 네가 그 곳으로 가서 나를 잊지 못 하고 괴로워 하지 않게.”
“내 마지막 바람이야, 너가 나 잊고 행복하게 사는 거.”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거기 가서… 꼭 행복해야 돼.”
말을 하는 태형의 몸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지만 입은 애써 웃고 있었다. 설이는 그런 태형을 붙잡고는 통곡했고, 태형이 전부 사라지자 설이는 그대로 넘어지게 되었다.
창시자와 그 놈은 그럼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았고, 설이는 넘어진 그 상태로 태형을 부르며 계속 통곡했다.
이럴 거면 사랑하지 말 걸, 우리의 결말은 결국 이런 거였다. 사랑할 수록 이별의 아픔은 크고 깊다. 그 크고 깊은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영원히 남아있는다. 하지만 설이는 다르다, 창시자에 의해 기억이 삭제 되고 잠에 들었으며 깨어나보면 인간 세계로 가있을 것이다.
윤기는 아끼고 소중한 사람을 또 한 번 잃는 아픔을 겪었고, 석진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처음 했으며 설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이 중심에는 태형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어디에도 태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이의 마음 속 깊은 곳에도, 태형은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고 싶어도, 존재할 수 없었다. 설이가 그토록 사랑했던 태형은 이제 설이의 인생에서 존재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태형의 마음 속에는 설이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우리 사랑의 끝은, 존재 하지 않는다.
어결소: 어차피 결말은 소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