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W.빼앰
' 괜찮아! 다 잘될거야, 우리는 여태까지 버텨왔잖아? '
' ..그래도..난 별로 좋은 기분은 안들어..
혜주도..무서워했잖아..'
' 맞아..혜주도,너도 겁이 좀 많으니까
혜주가 더 심하긴하지만..그러면..! '
손바닥에 별을 그리자!!
※※※
" ... "

그닥 반갑지 않은 햇살이 눈에 비췄다. 또 그 꿈이다. 손바닥에 별을 그리자는 꿈, 어렸을 때는 좋은 꿈인가, 싶었지만 몇 년째 꾸는 꿈이라 이제는 지겹다고 생각했다, 아니 지겹다 못해 일상이 된 꿈이였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 시끄럽게 울린 알람을 보고 오늘은 학교를 가는 날이다 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 아..귀찮아.. '
※※※
퍽-! 퍽-!
콰앙-!!
" 야~! 샌드백! "
샌드백, 하진이의 별명이다. 이제는 거의 이름으로 불리듯이 불려지지만 그닥 좋은 별명은 아니다. 왜냐하면 별명 그대로 샌드백이니까. 맞았다고해서 아프다고 울거나 반항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으니까. 하루하루 맞는게 일상이기도하며 반항 할 의욕도 없었다. 퉷하고 씹던 껌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마도 때리는게 지겨워서 그런거겠지
덕지덕지 온 몸에 붙여져있는 파스와 반창고들, 반 애들도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그러려니하고 넘어갔다. 하진이를 괴롭히는 몇몇애들은 그런 자신을 보며 짜증난다는 듯 구겨진 종이마냥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 안아프다 ' 항상 애들에게 맞고 난 뒤 드는 생각이였다 정말 안아프니까
끼익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이 들어오신거였다 옆에 어떤 남자애와 함께, 모르는 얼굴인데 당연히 전학생이라고 생각했다. 지난주부터 전학생이 온다는 얘기가 학교 전체에 다 퍼졌었으니까, 남자애라는 걸 안 여자애들은 귓가에 심장소리가 들릴정도로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남자애들은 좋은 반응과 싫은 반응이 뒤섞여 있었고 하진이는 그저 손등에 난 나머지 상처를 반창고로 덮었다. 전학생이 오든 말든 저와는 연관이 없을테니
" 안녕, 난 민윤기라고 하고 "

남은 시간동안 잘 지내보자
' 민윤기.. '
희한하게 다시 곱씹어보는 이름이였다. 그렇다고해서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나 깊은 감정이 피어나진 않았다. 윤기는 하진이와 거리가 먼 자리에 앉게 되었고 여자애들은 여기 인기많은 애 있어요 라고 알려주는 듯 윤기자리 주변으로 개미떼마냥 모여들기 시작했다.
넌 어디서 전학왔어? 에서부터 여자친구는 있어? 까지 조금은 조심스레 물어볼법한 이야기들은 서슴없이 토해내듯 말하기 시작했다. 그 질문 하나하나에 다 대답해주는게 조금은 힘들었는지 조금만 천천히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목소리도 좋다며 지들끼리 꺅꺅거리고 있을 때 깨끗한 책상에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은 손이 쑥 하고 나왔다.
" 너..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래 "
하진이를 둘러싼 주변 애들은 당연히 똥씹은 표정마냥 썩어있었고 몇몇애들은 그저 침묵하며 쳐다보기만 했다. 그걸 모르는 윤기는 당연히 전해줘서 고맙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애들은 피리부는 사나이의 뒤를 쫓아가듯 나갔다.
" 야 샌드백 내가 질문할려고 했는데,
거기서 니가 왜 끼어들어? "
" 샌드백이..왜..거기서 나와..? "
애들은 뭐가 웃긴지 지들끼리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어댔다.
" 아~ 이 년 봐, 넌 어쩜 변한게 아무것도 없냐? "
" 그러게~ 진짜 샌드백도 계속 처맞으면 형태가 조금은
바뀌던데 얘는 뭐, 몇 년내내 똑같으니.. "
병×같은 ×
자주 듣는 말이였다. 태연하게 교과서를 꺼내자 쓰레기통에 던지는듯이 먹던 음료수 캔을 책상위에 던졌다
" 재수없는 × "
탱,탱 탱그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튕기던 캔이 책상에서 굴러다녔다. 그때 마침 윤기가 들어와 하진이쪽을 빤히 쳐다봤다. 그런 시선은 신경쓰지 않아서 캔을 버리고 튕겨질 때 흘러나왔던 음료수를 물티슈로 닦아냈다 그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익숙해보였다. 아,
그냥 이 교실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 같았다
※※※
체육시간이였다. 움직이는 걸 그닥 좋아하지않아서 반갑지 않았다. 여자애들은 공을 던지며 툭툭 건들였고, 몇 안되는 남자애들도 함께 공을 던졌다. 그러다 어떤 남자애가 힘 조절을 잘못한건지 공을 얼굴에 던져 뒤로 자빠지자 침묵도 잠시 한 쪽에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뭐가 웃긴거야..?
농구를 하던 윤기가 공에 맞고 뒤로 자빠지는 걸 본건지혼자 중얼거리며 비웃는 애들을 뒤로한체 아직도 아둥바둥거리며 나오지 못하는 하진이를 일으켜 세워줬다
" 괜찮아? "
" 아..어.. "
윤기가 하진이를 일으켜주자 깔깔거리던 웃음은 스피커 소리를 줄인 것 마냥 조용해졌다. 대답을 하고 앞을 본 순간 공으로 맞춘 남자애 뒤에 싸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여자애가 있었다. 보건실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윤기의 호의를 거절하고 내려가는 와중에 학교가 끝나고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귀찮아.. '
김하진/19살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한다

" 쟤가..김하진이였나.. "
민윤기/19살

" 재수없는 × "
윤소연/19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