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불길이 옥상을 삼키듯 몰려왔다.
청룡이 수아를 안아 몸을 막아섰지만, 불꽃은 숨조차 빼앗을 만큼 강렬했다.

“주작…”
청룡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주작의 웃음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달콤한 순간을 망치는 게 내 특기잖아. 어때, 이 불꽃 속에서 너희 감정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보자고.”
수아의 몸이 휘청거렸다. 숨이 막히고, 시야가 아득해졌다.
“안 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순간—

“수아!”
황금빛 번개가 불길을 찢으며 내리꽂혔다.
강렬한 기운이 그녀를 끌어당기더니, 뜨겁고도 단단한 팔에 안겼다.
백호였다.
그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지만, 품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했다.

“이딴 불장난에 널 잃을 순 없어.”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수아의 심장을 흔들 만큼 절박했다.
청룡이 눈을 가늘게 뜨며 불길 속에 남아섰다.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백호.”

“내가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백호가 으르렁거렸다.
“지금 네가 지키지 못한 걸, 내가 지키고 있잖아!”
불길이 다시 한 번 솟아오르자, 백호는 수아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의 체온이, 맥박이, 숨결이 너무도 가까이 느껴졌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널 끝까지 지킬 거야.”
수아는 가슴이 저릿하게 조여왔다.
청룡의 고백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데, 백호의 포옹은 또 다른 심장을 흔들고 있었다.
‘왜… 내 마음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지…?’
주작이 허공에서 비웃음을 흘렸다.

“아름답군. 차가움과 뜨거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 모습. 이대로라면 네가 누구를 선택하든, 사방의 균형은 무너질 거다.”
주작의 불길이 소용돌이치며 옥상을 뒤덮었다.
수아는 백호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푸른 기운이 번쩍이며 불길을 밀어냈다.
청룡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불꽃을 가르자, 주작은 비웃듯 허공에서 물러났다.

“흥. 이렇게 쉽게는 안 끝나지. 곧 다시 불꽃을 피워 올리마.”
붉은 날개가 허공을 휘젓고, 주작의 형체는 밤하늘로 흩어졌다.
옥상 위에는 여전히 무겁고 불안한 기운만 남아 있었다.
수아는 백호의 품에서 천천히 몸을 떼며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나… 지금 무슨 상황에 휘말린 거지…”
청룡과 백호는 서로를 노려봤다.
한쪽은 차갑게, 다른 쪽은 뜨겁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수아의 심장은 두 방향으로 동시에 끌려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