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이 불길처럼 일렁였다.

어둠을 가르며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고, 붉은 깃털이 흩날리듯 빛을 뿌렸다.

“—주작.” 청룡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수아는 숨을 삼켰다. 방금 전 백호와의 긴장, 혼란, 두려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붉은 불꽃 속에서 걸어나오는 또 다른 신.
주작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눈동자 속에는 끝없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 아이가… 선택된 자?” 주작은 수아를 똑바로 응시했다. “생각보다 연약해 보이네.”
수아는 위축되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열기가 심장을 덮쳤다. 주작의 시선만으로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연약하다니—네가 뭘 아는데 그렇게 함부로 말하냐?”
거칠게 끼어든 목소리, 백호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수아 앞을 가로막듯 섰다.
주작은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성질머리 하나는 여전하군, 백호.”
“닥쳐.” 백호는 수아 쪽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이 아이는 내 눈앞에서 건드리지 마.”

“네 눈앞이라니—.”
청룡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이 아이는 사방신이 지켜야 할 존재다. 특히 내 사명과 직결되어 있다. 네 멋대로 소유하려는 태도는 용납하지 않는다, 백호.”
두 신의 시선이 번개처럼 맞부딪쳤다. 공기 중에 서늘한 냉기와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휘몰아쳤다.
수아의 심장은 요동쳤다.
청룡의 눈빛은 깊고 차가웠다. 그 안에는 자신을 어떤 ‘운명’으로서 지키려는 굳건함이 있었다.
하지만 백호의 손길은 뜨거웠다. 위험할 정도로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여자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감정이 있었다.

주작은 불꽃처럼 웃으며 속삭였다.
“흥미롭군. 숙명에 묶인 자와, 욕망에 불타는 자.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네 운명.”
“그만해”
수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아직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어.”
그 순간—
땅을 울리는 낮고 묵직한 기운이 번져 나갔다.
마치 바다 밑에서 솟구쳐 오르는 파도처럼, 차갑고 무거운 힘이 공기를 가득 메웠다.
불길은 사그라들고, 백호의 아우성조차 잠시 멎었다.
작가의 말: 청룡은 태형이, 백호는 지민이, 주작은 정국이네요:) 과연 청룡은 누구일까요오~?
손팅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