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신

얼음과 강철의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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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낮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거북과 뱀이 얽힌 형상이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현무였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혼돈은 가라앉았다.

주작의 불꽃이 잦아들고, 청룡의 기운이 움찔 멈췄다.

백호마저 무의식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수아는 숨을 들이켰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듯한 혼란 속에서, 처음으로 안정을 주는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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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힘이 한 자리에 모였구나.” 현무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선택받은 자. 네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무의 말이 오히려 마음을 흔들었다.

청룡은 여전히 곁에서 차갑지만 든든히 서 있었고,

백호는 여전히 손목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는 순간, 수아는 마치 심장이 두 갈래로 찢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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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놔, 백호.” 청룡이 차갑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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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하지 마라.” 백호의 목소리는 불길처럼 뜨거웠다.

“난 이 아이를 지켜. 네 사명이 아니라—내 의지로.”


수아의 손목을 감싼 백호의 손길은 거칠었지만,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청룡이 옆에서 지그시 내려다볼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과 끌림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 차가운 눈빛 안에서, 단 한순간의 흔들림 같은 ‘사람의 마음’을 본 것.


현무가 낮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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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사명, 자유와 숙명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군.. 네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방의 균형은 달라진다.”


수아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정말로… 흔들리고 있었다. 누구를 향해서인지, 아직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주작이 흘리듯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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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지겠네. 이 아이의 마음 하나에, 사방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붉은 불길이 흩날리며 밤하늘로 사라졌다.

뒤이어 현무와 백호도 한 걸음 물러나 각자의 기운을 거두었다.


혼란스러운 기운이 가라앉자, 수아는 무겁게 숨을 몰아쉬었다.

“나… 혼자 있고 싶어요.”

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며 옥상 구석으로 몸을 돌렸다.


도시는 여전히 불빛을 뿌리고 있었지만, 수아의 마음은 폭풍처럼 요동쳤다.



작가의 말: 마지막의 현무는 석진이로 결정 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