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신

물의 기척

밤공기는 눅눅했다.

늦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수아는 한강 산책로에 잠시 발길을 멈췄다. 시험과 과제에 치여 하루를 허덕였지만, 강물 위로 불어오는 바람만큼은 마음을 식혀주었다.


휴대폰 화면 위로 ‘폭우 경보’ 알림이 떴다.

“폭우? 하늘은 멀쩡한데…”


고개를 들어보니, 달빛은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있었고, 가로등 불빛마저 희뿌옇게 번져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코끝에 비릿한 쇠냄새가 스쳤다.


순간, 강 한가운데서 물살이 부풀어 오르더니,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다. 처음엔 보트가 지나간 자국인 줄 알았지만, 곧 그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강물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 요동쳤다.


쿵.

발밑까지 전해지는 진동.


수아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이미 물이 산책로 위까지 솟구치며 발목을 휘감았다. 심장이 미친 듯 뛰는 순간, 강 위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다.


그것은 용이었다.

푸른 비늘이 달빛을 대신해 빛났고, 길고 유려한 몸체가 하늘과 강을 동시에 가르며 솟구쳤다. 눈동자는 차갑지만, 어딘가 오래된 슬픔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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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았다.』

목소리가 곧장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수아는 숨이 막히듯 입을 틀어막았다.

“……이, 이게 뭐야…?”


『동쪽의 맥이 끊어졌다.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네가 이어야 한다.』


물살이 거세게 뒤틀리며, 그녀의 몸을 완전히 휘감았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차가운 압력이 가슴을 짓눌렀고, 그 순간 푸른 섬광이 심장 깊숙이 새겨졌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빛.

그러나 그 빛은 분명 각인이었다.


수아는 가슴에 손을 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손바닥 위로 비늘 같은 문양이 희미하게 빛났다.


“이건… 뭐야…….”

눈가가 떨렸다.


청룡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피하지 마라. 선택은 이미 이루어졌다.』


거대한 몸체는 강 속으로 사라지고, 남은 것은 고요뿐이었다.

휴대폰 화면만이 여전히 ‘폭우 경보’를 깜빡이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단 한 방울의 비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작가의 말: 안녕하십니까(꾸벅) 사방신 관련된 글을 너무 쓰고 싶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잘 읽어주세요^^
청룡은 누구일까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