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아닌 네명min9311님이 작성함
언제나 믿을수 없고 이상한 일 투성이로
가득한 인생이긴 했지만, 유독 이상한 일이
한번에 몰아치던 나의 하루는
...오늘 아침부터 시작한다
-민지씨, 준비 됐어요?
"네 됐습니다"
-그럼 촬영 시작할게요
"네"
찰칵_
'운명 한번 참 거지같다'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읊조려보게 되는 문장인 것 같다.
오늘은 내 생일, 내가 태어난 날
오늘부로 나는 완전한 21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생일이자 내 오랜 꿈의
'D-day'인 오늘까지도, 갑자기 이전에 촬영해두었던 작업물이 날아갔다며 아침 일찍 부터 급하게 연락을 받고 이렇게 재촬영을 하게되는 상황에 처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추가페이는 준다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자..
... 좋게 생각하자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좋게 생각해보려고 했다.
그래.. 오늘은 'D-day'이니까.
그러나 곧 오늘이 무슨 날인지 되새겨 보는것과 동시에 씁쓸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민지씨, 오늘 뭐 기분 좋은일 있어요?
아까부터 계속 미소가 떠있네.
그러나 나는 맨정신에 내 얘기를 남에게
털어놓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네? 아, 그게.."
말 끝을 얼버무리는 것으로 대답을 마무리
했다.
-일어났어?
-웬일로 웃으면서 나와?
그 순간, 작가가 던진 말과 오늘 아침에 엄마와 나눈 대화가 오버랩되며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
코를 찌르는 향수냄새에 고개를 들어보면,
잘나가는 모델인 우리 엄마.
... 아니 '한때'는 잘나가는 모델이었던 나의
엄마가 거울 앞에 서 있다.
"아.. 그냥, 그러는 엄마도 뭐 좋은 일 있나봐.
노래 흥얼거리는 것 같던데"
"응, 엄마 축하해줘. 지난번에 외국 에이전시에서 엄마랑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연락왔잖아. 그게 오늘이거든"
"이렇게 갑..자기?"
"응, 갑자기 이렇게 됐네. 한 3일정도 걸릴 것 같은데"
갑자기란 말 때문일까 내 눈치를 보는 듯 말을 얼버무리는 엄마와
"왜? 갑자기 엄마가 간다고 하니까 서운해?"
"아... 뭐... 조금?"
그런 엄마의 눈치를 보며
.... 거짓말을 보태는 나.
과거의 어느 날을 기점으로 우리 관계는 편한 듯 편하지 만은 않은 관계가 되어버린 것 같다.
"오늘 진짜 무슨 날이야? 엄마한테 왜 이렇게 다정해? 기분 엄청 좋네"
"그러게.. 무슨 날인가"
응 무슨 날 맞아. 오늘은 엄마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생일이자.. 이 집에서 떠나
'독립'하려는 날 말이야.
엄마한테 말을 해야할까. 그래도 말은 해야겠지. 독립이라는 나의 계획에 대해.
"..엄마, 있잖아~"
"저기 쇼핑백 한 번 열어봐. 선물로 산 건데
어때?"
"어..? 선...물?"
"저기 외국 에이전시쪽에 드릴 선물말이야."
"아... 아 괘, 괜찮다. 예쁘네.."
근데 엄마, 그거 알아? 나에게 다정하다, 기분 좋다고 말하면서도.. 엄마는,지금 이 순간에도 나랑 눈 한 번 맞추고 이야기 한 적이 없어.
아무래도 '독립'에 대한 얘기는 말하지 않는 게 나을까..
"너도 같이..갈래?"
"어??"
"너도.. 엄마랑 같이 가자고.
이 기회에 관계자들 얼굴도장도 찍고,
이 바닥은 인맥도 무시 못하니까. 그러면 너는
엄마처럼 고생 안 하고 단번에 탑 급 모델 자리에 올라설 수도.."
"나는... 모델 안 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러나 차마 던지지 못한 말.
'모델' 이라는 앞 글자에 생략된 '엄마같은'
이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너 지금 하는 쇼핑몰도 결국 모델 일 하는거잖아. 뭐가 달라? 그리고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인맥이란거, 꼭 나쁜것 만은 아니라고."
"네 말처럼 솔직히 네 운이 좋은 편도 아니고..
낙하산이면 좀 어때? 추후에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건..!!"
"어짜피 너, 뚜렷한 꿈도 없잖아."
-
"네? 아 죄송합니다. 잠깐 하시는 말씀읗
놓쳤어요. 죄송한데, 뭐라고 하셨죠?"
모델 일을 하지 않겠다던 내가 현재 하는 일에 대해 누군가는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내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어' 라는 말로 내 스스로릉 위로하며..
-눈 잠깐 감아볼 수 있냐고 했어요~
"아, 네"
... 눈을 감았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바람에 밀려오는 꽃의 향기, 그 바람결에 내가 들고있던 꽃늬 향기가 훅 진하게 밀려들어 왔던 그 순간
어른이 되면 데리러 갈게.
".....!!!!!"
순간 낯선 장면이 비치는 것만 같은 느낌과 동시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어? 민지씨 왜 그래요?
"저한테 방금 뭐라고 하셨.."
-음? 아닌데,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아 제가 잘못 들었나봐요.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
아 나 오늘 왜이렇게 집중을 못하지.. 너무
들떴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전까지 네가.. 너무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
".....?"
다시 한번 낯선 듯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순간 이는 어지럼증에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꾹 감아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든 다시 만날테니까.
...지금 가고있어.
"......!!!!!!"
선명해진 장면과, 마치 내 귓가에 속삭이는듯 조금 더 명확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또다시 눈을 떴을 때,
-어? 잠깐 스톱. 이게 뭐야?
-왜그러세요?
-민지씨 손에..
이번에는 촬영을 진행하던 사진작가가 먼저 촬영을 중단하고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