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아닌 네명min9311님이 작성함
-어? 잠깐 스톱, 이게 뭐야?
-왜그러세요?
-민지씨 손에.. 분명,
이번에는 촬영을 진행하던 사진작가가 먼저 촬영을 중단하고 나섰다.
"네? 제.. 손이요?"
카메라에 찍힌 결과물을 보던 작가가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리는것 같더니, 이번에는 미간을 찌푸리며 내가 서 있는 쪽에 어느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다.
-뭐야.. 없잖아. 내가 잘못 본 건가
"네? 뭐가요..?"
곧이어 착용하고 있던 안경을 빼고 눈을 비비던 사진작가가 대답을 이어갔다.
-아니, 민지씨 손가락 쪽에 얇고 붉은 뭔가가 얼핏 비췄다 사라졌다 하는 것 같길래요.
-근데... 없네. 촬영 결과물에도 따로 찍힌게
안 보이고... 카메라 렌즈로 잠깐 빛이 반사되어 보인 건데 내가 착각을 좀 했나봐요. 끊어서 미안해요
-음... 그나저나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할까요?
그렇게 이른 촬영이 끝나고 돌아온 집.
쓰러지듯 방 안 침대위에 누워 잠시 아까 전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어른이 되면 데리러 갈게.
그 전까지 네가....
너무 많이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
우리는 어떻게는 다시 만날테니까
....지금 가고있어
분명 들었단 말이지..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미스터리한 상황에 닥쳤을 때, 금새 '잘못 본 거겠지' 혹은 '내가 착각한 걸 거야' 라는 결론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 마치 아까 전 사진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내게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종종, 아니 꽤 자주 일어나는 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너무나 소중해서 열어보길 망설이고 있는, 지금 내 손에 잡히는 주머니 속에 있는 쪽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에 과거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나임에도 잊고싶어도 잊을 수 없는 어느 날의 기억..이 기어이 떠오르고야 만다.
네 운명의 테두리 안에 있는 너의 모든
행운이.. 악운이 되리라.
사실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이든, 꿈이든.. 내가 이 섬뜩한
장면을 기억하게 된 이후부터일까.
내게는 정말 신기하게도...
'행운'이 사라졌다.
'불운'
그래도 어느 순간이 지나자 그 불운은 점점
내게 당연해졌고,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
.....
"응"
후회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로 누굴 탓하겠어
날 탓할 수 밖에. "
엄마..
그럼 엄마는 내가.. 태어나지 않길 바랐던 거야..?
-
".... 이제 좀 무뎌질 때도 된 것 같은데.."
그런데 이 쪽지는 대체 누가 넣어놓는 걸까?
어렸을 적, 언젠가부터 내 주머니 속에서 종종 튀어나오기 시작한 쪽지.
"아무리 생각해도 넣어 놓을 사람이 없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처음엔 신기했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내 미래를 예언하는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가,
지금은 오히려 기다리게 되었다.
어느 순간 이 쪽지가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버린 이 기분,
"혹시 팅커벨 같은 요정의 짓은 아닐까?
아니면 요술램프라든가."
"그것도 아니면... 도깨비라든가.."
똑똑
"잠깐 들어갈게?"
준비를 끝마친 엄마가 인사를 하러 들어오려는 모양이었다. 눈 앞에 펼쳐져 있던 쪽지를 급하게 베개 안쪽으로 숨겨 넣었다.
"정말.. 엄마랑 같이 안 갈거야?
인맥이라는 거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말고
다시 생각해봐.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지? 그래서 너 고생하지 말라고.. 엄마가 네 생각해서..."
"... 엄마가 못 이룬 꿈, 나한테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휴... 아무튼, 다녀올게. 밥 절 챙겨먹고"
"아 참.. 얼마나.. 갔다온다고 했지?"
"3일 뒤에 돌아올거야. 갔다 올게"
".... 응"
그러나 엄마가 방문을 닫고 나갈 때, 다급하게 엄마를 부르고 말았다.
"엄마"
이성보다 앞선 몹쓸 내 감정이 엄마를
불러세운 것일까?
"어어...? 응, 왜"
"축하해"
"웨, 웬일이야? 고마워"
엄마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말한다.
... 오랜만에 보는 웃음. 조금은 마음이 아팠지만..
"근데 엄마, 엄마는 나 축하할 거 없어?"
"축하..할거?"
그래, 난 그저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욕심 내보고 싶었다.
"오늘 내 생일이야"
"아.. 참.. 오늘이었구나. 생일.. 축하해"
"응"
"아... 엄마한테 많이 서운했지. 미안해.
돌아오면서 선물 꼭 사 올게."
"...."
어디서부터 틀어진 걸까.
하지만 이제와서 그걸 따지는건
이미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잘 갔다 와. 엄마."
"안녕 "
'안녕' 떠나는 엄마를 보며 인사했다.
조금은 철이 없었을지도, 하지만 그땐 그게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디데이
왜냐하면 나는 오늘 날 놓아주지 않으려는
엄마에게서.... 독립을 할 예정이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