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아닌 네명

4화










인간 아닌 네명min9311님이 작성함












"잘 있어라..! 마지막 기념사진이다"

찰칵

이 집과 작별하는 의미로 마지막 사진을 
한 번 찍고 SNS인 픽션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접속을 했다.

픽션은 최근 유행하는 SNS로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SNS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보이지만, '패션'쪽으로 좀 더 포지셔닝 되어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패션'에 관련된 게시물만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며, 일상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가능. 

단, 지금 내가 올리려는 이런 류의 일반 
게시물도 '패션피플'의 일상을 공유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픽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는 패션에 관심이 있고 트렌디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픽션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픽션+패션피플]을 줄인 '픽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패션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한 
젊은 10대~2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최근 몇 년 가장 핫한 SNS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방금 찍은 사진 중, 몇 장을 골라 픽션에 올릴
게시물을 작성했다.

"그 동안 즐거웠다, 안녕이다...!"

픽션에 게시물을 올린 후, 오늘을 위해 
차곡차곡 저금해둔 통장과 간단하게 챙긴 
짐을 들고 방을 나섰다.

"이따 받을 알바비까지 합치면 작은 지하 자취방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맞다."

마지막으로 아까 전, 베개 아래에 숨겨 두었던 쪽지를 챙기기 위해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런데,

"으음?"

또 다른 종이 한 장이 손에 잡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뭐지..? 내가 전에 넣어 놓은 
비상금인가..? 그럼 완전 득템인건데!!!"

그렇게 또 다른 종이를 꺼냈는데, 또 다른 쪽지 한 장이 주머니 속에 들어있었다.

"한 번에 두 장..?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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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 각시라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이건 또 무슨... 곧 만날 수 있다고?"

"아... 참, 시간!!! 알바 늦겠다!! 오늘은 꼭 
월급도 받아야 하고...!"

쇼핑몰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
직업이 모델인 엄마를 보며 모델을 하지 않겠다고 하던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쓰겠다는 다짐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는데, 이상하게도 
시작하려는 일마다 문제가 생기거나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잦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일했던 
피팅모델 아르바이트. 모델이 직업인 엄마의 유전자를 받아 타고난 체형이 장점이 되어 
받게 된 제안이기에, 처음에는 고민을 했지만
내 하루의 운을 점쳐주는 듯한 쪽지를 믿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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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제안을 수락했고, 적긴 했지만 나름 팬까지 생겼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열심히, 잘, 이 일을 지속해오고 있다.

-

그리고 지금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바로 
지인의 소개로 첫 피팅모델 알바를 하게 된 
쇼핑몰인데..

으... 아무튼 이 쓸모없는 책임감, 의리감!!!

지금은 단지 내가 피팅모델로서 설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줬다는 의리감으로 남아있던 것일 뿐, 밀린 월급들 전부 받고나면 여기도 끝이다.

이젠 나도 한계에 다다랐고, 오늘브로 이 곳과의 연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아... 그나저나 오늘따라 버스가 왜 이렇게 
안 와.. 늦으면 안되는데."

카드를 꺼내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또 다른 종이 한 장이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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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하지 말라고? 알바를 가지 말라는거야? 근데 난 이미 나왔는걸..?"

끼이익

때마침 버스가 왔다.

"어떡하지.. 시간 없는데.."

열린 문 앞에서 고민하고 있으려니 버스기사가 답답했는지 내게 소리쳤다.

-아 안 탈거에요?!!! 
-안 탈거면 저쪽으로 비켜요!!! 급해 죽겠는데

"아, 죄송합니다. 탈 거예.."

그런데 그런 버스기사의 말에 뒤에 있던 남자가 내 말을 끊고 맞장구를 치며 나서기 시작했다.

-아 그니까 말이에요. 타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저리 비켜요. 나 먼저 타게

남자가 걸리적거린다는 듯 내 어깨를 옆으로 밀며 내 옆에 놓여있던 짐을 발로 한 번 툭 
걷어찬다.

-아, 이건 또 뭐야. 진짜?

 "아"

남자의 힘에 몸이 밀려나며 비틀.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도 곱지 않은 말이 나올 뻔하던 그때,

"아.. 거참 다들 엄청 까칠하시네. 
탈 거라잖아요!"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목소리.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꽃향기를 닮은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아니 근데 그쪽은 왜 새치기야?

"아 어른공경 몰라여? 눈이 없으신가..?
그리고 무거운 짐 있으면 도와주란 말도 못 
들어봤어요?"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던 내 몸을 뒤에서 살짝
잡아 바로 세워준 남자는, 내 옆에 있던 짐들을 번쩍 들어 버스 안 까지 나를 에스코트하듯 데려다 앉혀 주었다.

그리고 내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남자가 말한다.

"저기... 괜찮아?"

"아.. 네 감사합니다."

그가 내 뒷자리에 앉자마자 아까 맡았던 꽃향기가 다시 한 번 나를 간지럽힌다. 아무래도 그 향기에 주인이 그가 맞는 듯 했다.

"....."

"....."

그렇게 잠시 침묵이 이어지는 듯 하더니,
잠시 후, 내 뒤에 앉은 남자가 한번 더 말을 
걸어온다.

"정말... 괜찮아?"

왜 자꾸 반말인가 싶었지만 고마운 것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네, 괜찮아요."

"다행..이다"

......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진 침묵.
내 뒤에 남자가 앉아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모든 행동이 괜히 어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왜 말이 없지..

동시에 뒤에 있는 남자가 뭘 하는 아주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했다. 괜시리 뒷통수가 따끔거리는 기분에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잠에 든건지 눈을 감고 있었다.

외모는 어려보이는데.. 은근 센 면이 있네..

나도 모르게 남자가 자는 걸 가만히 지켜보게 된 것 같다. 빡센 이목구비에, 외국인으로 착각할 것만 같은 얼굴. 그런데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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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그렇게 쳐다보면 곤란한데."

자는 줄 알았던 남자의 입에서,

"그나저나 내가 도와줬는데.. 뭐 없어?"

예상치 못한 물음이 튀어나왔다.

"뭐, 뭐가요!! 그리고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왜 처음 보자마자 계속 반말이야.."

당황하니 말이 허투루 튀어나왔다.

"흠.. 그럼 그 뜻은.. 자주 만나면 말을 놓아도 된다는 뜻인가..?"

"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넵..!"

짧고 굵은 그 대답을 끝으로 남자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남자의 당당함에 기가 차 어이없다는 한숨이 흘러나오면서도 한편으론 사람이 저 정도로 근심 없이 해맑을 수 있나 싶게,
이상한 매력을 가진 사람..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이잉-

"아 깜짝이야.."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고, 
화면에 찍힌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l수신전화                                  
l 매월학습지 010-XXXX-9328

"여보세요."

-어디야? 늦어?

[매월학습지]

"가고 있는 중인데요."

-빨리 빨리 좀 올 수 없어?

매달 학습지 밀리듯, 내 월급을 밀리고 있는 
나의 고용주.

-다들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하.. 아직 촬영 시간까지 20분 남았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현재 향하고 있는 쇼핑몰 
사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