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파란 장미


" 파란 장미의 꽃말이 뭔지 알아 ? "

" 불가능 . "
" 그건 예전 일이고 , 지금은 기적이래 ! "

넌 이 질문으로 알았겠지.
내가 너에게 준 파란장미는,
불가능의 의미였단 걸.


.

.

.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
이쯤되면 필연이 아닐까 생각할 때 쯤,
둘에게 약간의 변화가 찾아왔다.

"민윤기?"
"대학에서까지 날 보고 싶었어?"
"나 인기많아서 너 못보면 어떡할래"
"나 남친생기면 어떡할거야"

이걸 말이라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윤기의 눈동자가 꽤나 흔들렸다. 급히 손에 땀을 닦고 핸드폰을 들며 여유로운 듯 답을 했다.

"뺏으면 되는데 무슨 상관이야"
"방금 좀 설렜다?"
"별 걸 가지고 설레네"

제 3자가 들으면 연애라고 착각할 수 있을만큼 둘의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 물론 둘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미 여주의 마음 속에는 또 다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봄, 따뜻한 바람이 불었고 둘만의 추억이 하나 쌓였다.


"우연이 3번 이상이면 운명이라는데 그럼 우리 운명아닐까?"
"우연이 2번이면?"
"2번은 인연."
"근데 우리 2번은 훨씬 넘었잖아?"

윤기를 보며 운명을 강조했다. 마치 운명이 아니면 큰일날 것처럼. 사실 이 때부터였나. 약간의 벽이 만들어졌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정에 금이 갈 것 같았기 때문에. 그렇게 3달을 얼굴한 번 안보고 지냈다.
하지만 윤기야, 대처가 너무 늦었는걸.


[나 아파.]
[?]

보통 일이 아니면 통 연락이 없는 여주 탓에 윤기는 이상함을 느꼈다. 간단한 감기, 아니 몸살이 걸려도 윤기한테 연락 하나 없는 여주였다. 물음표 하나 보내놓고 옷부터 입는데 도저히 답장이 오질 않는다. 

[##병원 613호. 안와도 돼.]

연락을 한다 해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던 여주였는데 문자에 심지어 큰 병원이라니. 옷은 거의 걸친채로 답장을 받자마자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빠르네"
"뭔 짓을 하고 다녔길래 이 꼴로 있어."
"나 불치병이래."
"거짓말하지 마."

말이 헛나간다. 괜히 안 믿겨서. 괜찮을거라고, 넌 오래 살거라고 말을 해줘야 하는데. 여주가 멋쩍은듯 웃자 윤기가 울컥해 말을 이었다.

"지금 그 몸으로 웃음이 나와?"
"너 죽을 수도 있다면서"
"진짜 죽겠어?"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여주의 저 태도 하나만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는 윤기였다. 

"...너 왜 나 피했냐."
"피한 거 아닌데"
"되도 않는 고집부리지 말고 말해."
"너가 나 좋아해서"
"도끼병이야?"
"그것도 있고 나도 조금... 위험해서"
"우리 쌍방이야?"
"아니."
"와 철벽"
"나 너랑 친구하고 싶어."
"그건 안돼"
"난 너랑 친구할 생각없어."
"...아, 그래."

윤기는 급히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집으로 달려 지갑을 챙겼다. 꽃을 사 그 꽃말로 둘 사이의 끝을 맺기 위해. 



해가 지고 자정이 넘었을 무렵 윤기가 조용히 병실로 돌아왔다. 한 손엔 핸드폰을, 한 손엔 파란 장미 꽃다발을 쥔 채로.

"미안, 우린 불가능이야."

결국 스스로가 두려워 도망을 택한 윤기.


"뭐야 민윤기. "
"그래도 날 좋아한 건 맞았네"

단단히 오해를 한 여주였다.



[덕분에 다 나았어]

거의 반년만의 연락이였다. 여주를 애써 지워내고 삶에 여주라는 이름 자체가 없어질 무렵 찾아왔다. 그리고, 덕분에 라니? 적잖이 당황한 윤기였다. 강의를 듣다말고 일어나 병원으로 다시 달려갔다. 왜 자기 덕에 여주가 일어났는지 알아야 했다. 윤기의 마지막 기억은 여주의 옆에 파란 장미 꽃다발을 둔 것 뿐이였다. 다른 사람의 꽃다발과 헷갈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파란 장미 준 거 너지?"
"파란 장미의 꽃말이 뭔지 알아?"
"불가능."
"그건 예전 일이고,지금은 기적이래!..."

눈치챘구나.

윤기의 의도를 알아채고 여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불가능.이것이 윤기가 바란 이 관계의 끝이였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끊는 게 나았다. 윤기의 마음은 확고했다. 여주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였다.


미안해. 나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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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장미의 꽃말은 기적이랍니다 원래 불가능이였는데 바뀌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