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숨바꼭질

이상하게도 비가 오던 겨울. 아니 비와 눈이 섞여 내릴 정도로 애매한 날씨였다. 그 날 내가 만났던 그 아이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원인은 극심한 트라우마.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여러번 버려진 것 때문이였다고 기억한다.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했지만.

.

"너... 뭐야?"
"...아,"
"뭐라고?"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갈게요. 진짜 죄송해요."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건지. 급하게 도망가려던 그 아이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서.

"아니야, 몸 좀 녹이고 가."
"

코코아 한 잔을 타 아이에게 건네니 경계를 하는듯하다.

"괜찮아."
"전 가야해요."
"어디를?"

아무리 봐도 갈 곳이 없어 보이는데.

"그냥... 아무도 저를 못 찾는 곳."
"...뭐?"
"저 더 이상 아프기 싫어요."
"어디 아파?"
"마음이 아파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떠나가니까."

죽은건가.

"죽은 거 아니에요."
"깜짝아."
"다들 그렇게 생각해서요. 그래서 저를 거뒀다가 버려요."
"불쌍해서?"
"네, 불쌍해서. 그게 끝이에요. 동정, 연민. 질리면 버리고."
"그거..."
"동물 취급당하죠. 아니, 동물보다 못한건가?"
"나랑 살래?"
"그러지 마요. 맨날 당했거든요. 이번엔 영원하겠지,하면서."
"난 진짜로 너 책임질 자신있어."

나 부자야.

"다들 그래요. 그럼 감사했습니다. 이만 갈게요."
"아니..!"
"왜요?"
"하루만... 자고 가."
"네..?"
"딱 24시간. 그러면 너 계속 있으려고 할걸?"

.

"통성명이나 하죠."
"너 못 나간다 했지?"
"큼... 여기가 조금 좋아야 말이죠."
"알겠어. 내 이름은 김석진."
"저는 여주."
"성은?"
"없어요."
"그럼 나랑 똑같이 해. 김여주."
"나 안 버릴 거 약속하면 김여주 할게요."
"왜 자꾸 버린대."
"어쩔 수 없어요. 계속 확인해야 하니까."
"진짜 안 버려. 근데 왜 이런 걸로 약속해?"
"내 이름 말할 때 마다 생각나니까. 솔직히 늦었어요."
"뭐가 늦어?"
"이미 내 머리에 저장됐어요."
"...허."
"끝까지 좋은 기억이길 바래요."

.

"아침 뭐 먹을래?"
"저야 차려주시는대로."
"너 계속 존댓말 쓸거야?"
"싫어?"
"아...아니 그냥 존댓말하자."
"아저씨! 빨리 주세용."
"맨날 아저씨래."
"또 오빠라고 하면 몸서리칠거면서."
"해 봐."
"오빠~!"
"
"칫."

좋은데 티내긴 좀 그래서. 이뻐.

.
"아저씨는 제가 좋아요?"
"어."
"왜지?"
"그냥. 넌?"
"전 잘 모르겠네요."
"안 좋아?"
"어떤 의미로 좋은지 모르겠어요. 사랑인지 존경인지."
"사랑이야."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너와 얘기하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데 어떻게 사랑이 아니겠어. 너는 모르겠지만 너도 나와 같은 표정이야. 언제나.

.

없어졌다. 분명 집에 잘 있었는데 어디갔어.

"김여주!"
"오지 마요. 미안해요. 내가, 내가 떠나면 되잖아요."
"아니야. 너 찾으러 온거야."
"아저씨..?"
"도망가지 말라고 했잖아."
"너무 무서워요. 나 또 버려질까봐."
"너 안 버려."
"미안해요. 나도 도망가기 싫은데..."
"알겠어. 들어가자."

날 왜 못 믿는거야. 널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건데.

"저 아저씨 진짜 좋아요. 근데 정신차리면 밖에 있어요. 그리고 날 부르고 있는 아저씨도 같이."
"알아."
"그럼요. 뭐든 알겠죠. 아저씨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얼른 자. 내일 보자. 그리고 언제까지 아저씨할래."
"하지 말라면서요. 옆에 조금만 있다가요. 나 잠들 때 까지."
"옆에 있어달라고 집 나가는거야?"
"집나가는 건 제 의식이 아니라,"
"걱정 마. 나 맨날 있어. 눈뜨고 눈감는 모든 순간에."


영원히 곁에 있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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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