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친구랑 누나랑

새학기, 새학년, 그리고 새로운 학교. 기대와 설렘을 안고 시작한 대학 생활. 입학식하는데 김태형... 어디보냐?

"지민아, 올해 공부는 망한 것 같다."

김태형의 시선을 따라가니 어떤 여자가 있다. 어? 우리 누나잖아. 어떻게 쟤를 좋아하냐. 우리 누나라고 하면 펄쩍 뛰겠지? 골려줘야겠어. 크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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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옆자리에 앉은 나를 부른다. 잘 자고 있었는데 깨우다니. 공강인데 좀 내버려둬도 되잖아?

"나 좋아하는 여자 생겼다."

알고 있다. 하필 우리 누나라니. 첫눈에 반한 것 같은데 숨기지도 못하면서 비장하긴.

"알아. 근데 너가 좋아한다고?"
"응. 궁합도 안 보는 4살차이."
"제발... 너 혼자 설치지 마."

나이는 어디서 알아온건지 아주 천생연분이라며 나의 진심어린 충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너 나중에 후회할거야. 잘되면 너의 실체를 까발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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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여.주. 선배님!"
"그래 안녕?"
"...제 이름 모르시나요?"
"아. 김태형? 맞나?"
"헐, 어떻게 아셨어요?"
"너 얼굴로 유명하잖아."
"흐흐. 감사합니다. 반말해도 될까요?"
"어? 어, 그래."
"앗싸, 고마워 누나! 박지민 너는 인사 안 해?"
"됐어."

김태형과 뒤돌아가면서 누나에게 가운데손가락을 친히 뻗어줬다. 솔직히 내 친누나가 아니였으면 나도 좋아했을 것 같다. 물론 얼굴만 보면. 이쁜 건 인정하는데 성격으로 칭찬받는 건 이해가 안된다. 듣기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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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이라는 이름 아래서 눈으로 쫓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변명거리였다. 그래. 남들 눈에는 동경이겠지. 여러 핑계를 대면서 박여주의 곁을 떠나지 않던 김태형이였지만 장애물이 없을리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방학이 찾아왔는데 도통 웃지를 않네.

"벌써 반이나 지났어."
"너 짝사랑은 잘 돼가?"
"잘 되면 이런 표정이 나오겠냐?"
"2학기 끝나면 박여주 졸업이니까 잘 해봐."
"박여주가 뭐야? 선배라고 해야지."
"웃기지 마. 이참에 망해버려라."
"아니거든. 잘 될 거거든."

이 정도 눈치를 줬으면 알아야지. 내가 그 인기많은 박여주를 이름만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어?

"너 진짜 많이 변했다."
"어디가 변했다고."
"이렇게 매달리는 거 처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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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끝나기까지 고작 한달. 썸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진짜 커플되면 어떡하지. 

"나 2학기 마지막 날에 고백한다."
"왜?"
"왜라니. 당연히 좋아하니까."
"아니아니, 왜 계속 미루냐고."
"타이밍을 보는거지."
"그러다가 차이면?"
"차일리가 있겠어?"
"곧 졸업하고 취직하면 남자 많을텐데~"
"이 씨. 안되겠다. 다음주에 해야겠어."

괜히 건드렸다. 저러다 사귀고 내가 남동생인 걸 들키면? 서로 왜 안도와줬냐고 난리치겠지? 아니 누나는 알겠구나.신이시여. 저 좀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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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인가. 느낌이 안 좋아. 왜지? 김태형한테 문병이라도 오라고 했는데 쟤 얼굴이... 싱글벙글이네. 내가 아픈 게 좋아?

"박지민!!"
"왜."
"나 누나랑 사귄다!"
"알아."
"너가 어떻게 알아?"
"나 박여주 동생이야."
"

어제 박여주가 방에서 온갖 난리를 다 쳤거든. 일단 말은 했는데 어쭈, 한 대 치겠어?

"너 그러면... 그 동안... 와. 말이 안 나온다."
"말해주려고 했는데 너가 난리를 쳐서."
"변명 잘 들었고 넌 좀 맞자."
"아악! 제발! 나 누나오면 또 맞아야 된다고!!"
"그게 중요해? 내 연애 늦춘 벌이야."

먼지나게 맞았다. 어쨌든 오래가라. 결혼은 내가 반대야. 너한테 처남이라고 불리고 명절 때 마다 얼굴보고... 으으





*작 중 인물(지민) 시점에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