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야끼부터 연애까지

1.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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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 존잘 회사원 김석진씨는 이제 막 퇴근하는 중이다. 밀린 일처리를 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퇴근을 하니 기온도 그만큼 떨어져 있었다. 패딩을 입어도 느껴지는 추위에 곧 축지법을 익힐 수 있을 속도로 걸어가던 발이 우뚝 멈췄다.
 전화번호를 물어봐도 멈추지 않던 그를 세운 건 바로 타코야끼 트럭. 빨갛고 귀여운 트럭인데 맛있는 냄새까지 난다면 그 누가 무시할 수 있을까. 석진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온몸이 타코야끼를 외쳤다. 이봐, 김석진. 타코야끼 먹고 싶지 않아? 지금 안 먹으면 다음 주까지 타코야끼 생각만 할걸? 라고. 결국 그는 조금이라도 멈추면 냉동인간이 될 거 같은 추위에도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서 잠깐, 타코야끼 트럭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 석진이네 동네에 오는 타코야끼는 날이면 날마다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월요일만 온다. 맛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 월요병을 날릴 맛이라는 평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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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아이구, 잘생긴 총각. 또 왔네.”

 “여기가 조금 맛있어야죠. 오늘도 2개...”

 “아주머니! 헉, 아직 장사 정리 안 하셨죠? 타코야끼 헥, 2개 포장이요. 놓칠 뻔했네.”

 “머여, 아가씨는 왜 이제 와? 출석 도장 찍던 아가씨가 안 보여서 걱정했네.”

 “죄송해요. 일이 늦어져서요. 가쓰오부시 많이 올려주세요.”

“그려, 단골 손님이니께 그 정도는 해줘야제.”

 석진씨는 자기의 말도 자르고 나타난 여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 심지어 나름 단골이라 자부하는 타코야끼 트럭임에도 처음 보는 얼굴이 아주머니와 더 친해 보인다. 이 얼마나 질투 나는 일인가! 누가 그런 거에 질투까지 하냐고 웃으면 석진씨는 항상 얼굴을 굳히고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주머니와 친분은 소스와 가쓰오부시 양을 결정하는 아주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아가씨는 보통 맛으로 2개, 총각은?”

 “저는 순한 맛으로 2개요.”

 “에고, 우짜지? 오늘 좀 많이 팔았더니 총각 꺼 2개까지는 안 나온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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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꽉 안 채워 되니까 재료 남는 대로 2개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가쓰오부시가 약간 모잘란디. 아가씨랑 총각 둘 다 가쓰오부시 좋아하잖어. 괜찮겄어?”

“저는 3개 받아서 둘이 나눠 먹어도 되는데. 그쪽은 어때요, 괜찮아요?”

 석진씨는 타코야끼의 개수와 타코야끼 당 가쓰오부시의 비율 등을 생각하며 진지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때, 옆에 여자가 제안 하나를 했다. 무려 같이 타코야끼를 먹자는 제안! 생각해 보면 나쁜 제안은 아니다. 1개보다 많이 먹을 수 있고 가쓰오부시 양도 괜찮고. 결국 석진씨는 제안을 수락했다. 아까 느낀 질투 따위는 트럭 위로 퐁퐁 올라가는 연기와 함께 날려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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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

 “아까 순한 맛 드신다고 하셨죠?”
 “네.”

 “사실 순한 맛이랑 보통 맛이랑 차이 거의 없거든요. 딱 7알만 보통 맛 드셔보세요. 아주머니, 중간 맛 2개하고 순한 맛 하나 주세요.”

 “그려그려. 남는 재료 마카 뿌려줄 테니까 선남선녀 둘이 맛있게 먹어.”

 “감사합니다. 역시 아주머니 짱!”

 타코야끼 3개를 받은 그들은 편의점에서 노상을 깠다. 4캔에 만 원 하는 세계맥주는 덤이었다. 둘 다 초면에 술을 까는 건 처음이었지만 뭐 어떠랴. 캔맥을 따는 과정은 몇 번 해본 듯 자연스럽고 순조롭게 흘러갔다.


 “저희 짠할까요?”
 “건배요?”

 “자, 맛있는 방탄동 타코야끼 트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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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 위하여!”

 “캬- 이 맛이지. 이 맥주 마셔보셨어요? 제 최애 맥주예요.”


 초면에 타코야끼를 나눠먹자는 제안을 한 여주답게 그녀는 석진과 초면임에도 대화를 이끌어가며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낮 가리는 석진도 여주의 친화력에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겨울의 칼바람은 어느새 취기와 타코야끼의 온기에 사라졌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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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씨가 샀으니까 제가 더 잘 먹었죠.”

 “그래도 같이 먹어줘서 고마워요. 역시 음식은 나눠먹어야 제맛이라니까.”

 “다음에 마주치면 그때는 제가 사드릴게요.”

 “다음에요?”

 “오늘 제 몫까지 계산해 주셨잖아요. 다음에는 제가 사야죠.”

 “ㅋㅋㅋㅋ. 그래요. 다음에 봐요. 안녕~”

 “조심히 들어가세요.”

 타코야끼가 줄어들수록, 맥주 캔이 비워질수록 친밀함을 쌓아가던 그들은 어느새 통성명까지했다. 그렇게 동네 친구가 된 그들은 빈 타코야끼 박스와 맥주 캔을 야무지게 버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 집으로 들어갔다.

 방탄동 타코야끼 트럭의 단골손님 김석진과 최여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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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제로 동네 타코야끼 맛에 반해 즉흥적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