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디 평범한 동네의 태권도장. 간판은 붓글씨 서체로 되어있고 반별 시간 현수막도 붙어있는 평범치 만렙의 도장이다. 약간 특별한 것이 있다면 동네도장 치고는 넓다는 것과 먹을 것에 매우 진심인 태권도인 최여주가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 정도.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기합소리와 꼬맹이들 수다 소리는 줄어든 채 어울리지 않는 마찰 소리만 냈다. 뻣뻣한 대걸레와 도장 매트가 맞닿아 있는지 얼마나 지났을까. 뒷정리 당번인 여주와 정국은 청소를 끝내고 도장을 나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드디어 끝났네. 도장이 넓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봐.”
“그러게요.”
“하필 금요일인데 뒷정리 당번이 걸리다니. 거의 월요일 아침 문 당번이랑 비슷한 거 같아.”

“누나가 당번 운이 안 좋긴 했죠. 불금인데 뒤에 일정 없어요?”
“막내야, 이 시간이면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이미 2차 가고도 남을 시간이야. 늦은 시간에 같이 달려줄 수 있는 남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주의 말에 저도 같은 처지임을 깨달은 정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운동화 코로 땅을 두드렸다. 하루 종일 꼬맹이들에게 시달렸는데 회사원과 조금 다른 일과 때문에 술 한 잔 같이 기울일 친구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아... 하긴 저도 그렇긴 하네요. 그냥 저랑
밥 먹으실래요? 저번에 갔던 막창집은 어때요.”
“노놉. 금요일에 그 집 사람 미어터져.
그냥 집에서 영화 보면서 막걸리나 마실 거야.”
“영화랑 막걸리요? 뭔가 안 어울리는데.”
“모르는 소리.
막걸리에 맛동산 하나 먹으면 기가 막혀.”
“그렇구나.”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보자.”

“네! 누나도 잘 들어가세요.”
“오냐~”
꽃다운 청춘 중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여주는 자기 나이에 맞지 않은 입맛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스크림도 비비빅, 붕어싸만코 같은 것을 즐겨 먹었고 소울 푸드는 국밥이다. 입맛뿐 만 아니라 취미가 등산이라든지 꽤나 아재 같은 취향에 도장에서 별명도 아재누나였다. 별명에 걸맞은 신체도 소유하고 있는 여주는 걸을 때마다 뚜두둑 거리는 다리 관절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한 여주는 춤을 추며 주방 붙박이장을 열었다. 주방이랑 가장 멀고 식탁 바로 옆에 있는 붙박이장은 여주의 보물창고였다. 초콜릿부터 젤리, 과자, 과일 말랭이 등등. 맛있는 간식거리로 넘쳐난다는 소리다. 맛동산 먹을 생각에 신이 난 여주는 피겨 선수 뺨치는 우아한 턴을 돌며 붙박이장 문을 열었다.
“오, 나의 맛동산~?

동산아? 맛동산?
영화 속 여주인공이 무도회장 문을 여는 것처럼 양손으로 활짝 연 동작이 무색하게 보물창고는 텅 비어있었다. 분명 저번에 마트에 있는 대로 맛동산을 털어왔는데 어느새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리를 굴려봐도 언제 다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여주는 누가 다 먹었냐고 짜증을 내며 외투를 주섬주섬 입었다.
여기서 한 가지 알려주자면 여주는 자취를 한다. 혼자 산다는 말이다. 그럼 누가, 언제 다 먹었냐고? 아마 이틀 전에 트월킹 하며 먹은 것과 저번 주 일요일 저녁 한숨을 쉬며 먹은 것은 다 맛동산이 아니었나 보다. 아님 먹은 사람이 여주가 아니거나. 하지만 쓰레기통에 가득 차 있는 것은 빈 맛동산 봉지들이었고 과거에 맛동산을 먹고 있는 코끼리 뺨치게 두꺼운 다리의 소유자는 누가 봐도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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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저기, 진짜 맛동산 주식 같은 거 있나요? 아니면 투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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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주인 누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