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때 그 타코야끼?”
“자세, 발성, 말빨로 상대의 기썬~을 제압... 네?”
“저번에 타코야끼 같이 먹은 사람 맞죠?”
“김석진씨?”
“와, 여주씨!”
검은 모자를 벗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이 매점에서, 며칠 전에 같이 노상을 까며 타코야끼를 먹었던 김석진의 얼굴이. 서로를 알아본 여주와 석진은 아까 과자 때문에 싸운 건 잊었다는 듯 얼굴에 다른 표정이 물들어있었다. 석진은 반가움으로, 여주는 당황스러움으로.
언젠가 마주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마주칠 줄 몰랐던 여주는 석진의 등장에 도토리만큼 눈을 땡그랗게 떴다.
“아니 직업이 그림자세요? 무슨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만 입고 계세요. 알아보지도 못했네.”
“저도요. 잔뜩 젖어있어서 못 알아봤네요.”
“잔뜩 젖어... 아! 머리 안 말리면 이 생기는데.
맛동산 하나만 양보해 주세요. 빨리 집에 가서 머리 말려야 해요.“


“여주씨라도 양보하기 좀 그래요. 저번에 맛동산을 다 털어가서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단호한 석진의 태도에 여주는 우물쭈물하다 결국 필살기를 꺼내들었다. 음식 사준 걸로 생색내기. 생색내기엔 좀 부끄럽지만 한국은 밥심의 나라. 항상 효과는 좋았다.
“아시는 분이 이러세요? 제가 저번에 타코야끼도 사드렸잖아요.”
음식 나눠먹는 걸 좋아하는 여주는 다른 이들에게도 곧잘 음식을 사주었다. 자기 좋다고 한 행동이기에 딱히 돌려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때 써먹으면 그보다 좋은 게 없다. 지금까지 여주의 경험을 토대로 하면 석진씨도 넘어올 것이다.


“알았어요. 대신 앞으로 맛동산 털어가지 않기.”
역시.
“네. 대신 석진씨도 절대 안 돼요.”
“당연하죠.”

“그럴거면 전화번호를 교환해서 맛동산 공구를 해! 둘이 먹는 양보니 도매로 대량 구매해도 금방 먹겠는데.”
“오, 좋은데? 호석아, 땡큐! 여주씨, 전번 교환하고 맛동산 공구하실래요?”
“전 당연히 오브 콜스죠!”

“마침 내일 주말이니 같이 공구 알아보고 주문해서 월요일에 타코야끼 트럭 앞에서 나누면 딱이겠네요. 혹시 내일 약속 있으세요?”
석진은 빠르게 계획을 짜서 읊조렸다. 회사에서 익힌 것이 이렇게 쓰일 줄은 석진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가 무진장 맛동산이 먹고 싶었거나. 무계획형인 여주도 먹을 것에 있어서는 계획을 수용했다. 맛동산 공구를 목적으로 합쳐진 석진의 계획과 여주의 추진력은 무서울 것도 막을 것도 없었다.
“아니요. 맛동산 공장 견학 가도 될 정도로 완전 널널해요.”


“그럼 내일 같이 공구 알아보죠.”
방금 여주가 두 번 기적을 겪어다고 했나? 수정하겠다. 여주는 하룻밤에 세 번의 기적을 겪었다. 딱 한 번 타코야끼를 나눠 먹었던 동네 주민과 맛동산 공구를 하는 것까지.
참고로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