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녀 엑스트라에서 여주로_06
🎶 Baby Come To Me - 우주소녀
6.
1교시 체육을 끝내고 반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꿀잠을 자고 엎드린 채로 눈만 뜬 지금 반 분위기는 아까랑 별 다를 거 없이 느껴졌다. 다만, 교실 안이 조금 많이 조용한 거랑 내 주변에 여러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 빼면.

“야 얘는 뭐 맨날 잠만 자냐.”

“조용히 해. 원래 귀염둥이는 잠꾸러기인 거 몰라?”

“호석아 얘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잤어?”

“어, 그것도 자그마치 3시간 동안.”

“.. 지연이 누나 많이 졸렸나보네”
....? 누나라니
나를 누나라고 부를 사람이 누가 있지....?
일단 첫 번째 후보 전정국은 나를 누나라고 불러도 저런 다정한 말투 일 리가 없으니 패스. 그 다음 두 번째 후보 김태형은 애초에 나를 누나라고 부르지도 않고 반말도 안 쓰니까 패스.
… 그럼 남은 건 지민인데?
............ 지민이????????? 그 웃으면 말랑말랑하게 생긴 귀여운 지민이????
“지민이야아악!!???”
“.. 깜짝이야. 놀랐잖아요, 누나.”
“헐 진짜 지민이네.. 아, 그건 그렇고 언제 왔어?”
“저야 뭐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오구 그랬어 귀요미. 왔으면 누나 깨우지 ~”
“누나가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깨우기가 좀..”
“너무 착해 우리 지미니..”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 나머지 손을 뻗어 지민이의 머리를 자연스레 쓰다듬고 있는 와중에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를 향한 부담스러운 시선들..
“귀염둥아 너 취향 진짜 연하야?”
“야 일단 그 손부터 좀 치워”
“쟤는 뭔데 갑자기 와서 친한 척이야”
“지연아 점심시간인데 밥 안 땡기면 매점갈래?”
4명의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애써 무시한 채 지민의 머리를 두어번 정도 더 쓰다듬은 뒤 손을 머리 위에서 내렸다.
그 뒤로 교실 안은 불편한 정적이 내려앉았고, 그 자리에서 어쩔 줄 모르는 지연이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이 정적을 어떻게 깨면 좋을지 머리를 굴리며 고민 하고 있는 와중에 교실 뒷문이 쾅 하고 열리며 그 생각 또한 자연스레 지워졌다.
“야 유지연 밥 안 먹으러 가냐?”
분명 뒷문을 열고 들어온 건 김여주가 맞는데 말투가 왜 저래, 쟤 원래 말투가 저렇게 싸가지가 없었나. 아님 뭐라도 잘못 먹었나. 오늘 아침에 내 옆 자리 앉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확실히 뭐가 달라져도 단단히 달라진 것 같았다, 달라지지 않고서야 이 소설의 귀엽고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여주의 목에서 저런 싸가지 밥 말아 먹은 톤의 목소리가 나올 리가.
“어.. 나 오늘은 밥이 안 땡겨ㅅ,”
“어머! 석진 선배 오늘 점심에 닭꼬치 나온다는데 선배 그거 좋아하시죠? 제 것도 드릴게요 같이 점심 먹으러 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잘못됐다. 소설 속 내용이 달라질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여주의 성격이 달라질 정도로 내용이 완벽히 틀어질 줄은 몰랐다. 원작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이 상황을 본다면 이 소설의 악녀는 내가 아닌 김여주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 아주 대놓고 꼬리를 치고 있는 중이다
저 말을 하면서 자연스레 석진 선배의 팔짱을 끼는 데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더라. 원래 악녀는 난데 왜 쟤가 악녀 행세를 하고 있는 건지. 나는 이때까지 저런 애한테 남주들을 이어주려고 뼈 빠지게 노력해서 친해지려고 악을 쓴 건지.
“처음 보는 사람한테 팔짱 끼는 거 좀 무례한 거 아닌가. 내가 아무리 예의 갖추는 거 안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좀 선 넘은 거 같은데요 후배님. 그리고 저 닭꼬치 안 좋아합니다, 어디서 그런 거짓 정보를 들어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 알고 오셨네요. 오늘은 처음이기도 하고 지연이가 앞에 있어서 이 정도로 넘어가지만 다음에 한 번만 더 이러시면 지연이고 뭐고 저 진짜 그냥 안 넘어 갑니다.”
와 아니 석진 선배 맨날 웃는 얼굴만 봐서 무서운 거 전혀 몰랐는데 딱 정색하고 존댓말 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뱉는 게 뭐이리 무섭냐..
“... 선배”
저 툭 치면 울 것 같은 표정은 뭐지.
“지연아 먹고 싶은 거 있어? 다 사줄게, 우리 매점 가자.”
“.. 어 네..”
그 말을 한 석진은 그대로 지연의 손목을 잡고는 교실 밖으로 나갔고, 그걸 본 나머지 4명도 마찬가지로 김여주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그대로 교실을 빠져 나왔다.
그렇게 유지연을 포함한 6명이 교실을 나가고 텅 빈 교실 안에서 김여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주먹이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었다.
“.. 유지연 니가 뭔데.. 니가 뭔데 다 너만 봐? 전학생이면 그래도 착하게 대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무시해버리네. 두고 봐 유지연. 이 김여주가 네 자리 어떻게 뻿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잘 보라고.”
그 말을 한 김여주는 꽉 쥐었던 두 주먹에 힘을 풀고 푹 숙였던 고개를 든 채로 김여주의 자리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이내 한 쪽 입꼬리만 올린채 교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 시각 매점으로 향한 6명은 점심으로 먹을 것들을 양손 가득 들고 신나게 떠들며 2학년 2반 교실로 들어가 지연의 자리 주변으로 의자를 하나 둘 끌고 와 다같이 둘러 앉았다.
“지연아 지연아 이거 마실래?”
“에? 바나나유우 선배 최애 우유 아니에요?”
“맞긴 한데 지연이 네가 먹는다면 백 번 천 번 양보할 수 있지”
“형 개수작 부리지 말고 그냥 드세요”
“남준아 개수작이라니.. 형 서운하다?”
“바나나우유 까드려요? 말을 하시지.”
“야 이리 줘 내가 그것도 혼자 못 깔까봐? 좋은 말 할 때 줘라”
“싫다면요?”
“야악 김남준!!”
어후 진절머리.. 저게 정녕 고3과 고2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맞는 것인가
여튼 점심시간이 꽤 긴 덕분에 한참동안 웃고 떠들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신은 나를 배신한 것인지 이 시간도 얼마 가지 못 하고 아까와 같은 이유로 깨져버렸다.
“어머 오빠들 친구들 후배님 여기 다 모여 계셨네?”
김여주가 불과 몇 분 전과 동일하게 교실 뒷문을 쾅 소리나게 열고 우리가 모여있는 곳으로 자연스레 의자를 끌어 석진 선배와 남준이 사이로 들어오는데 어찌나 기가 차던지. 우리가 언제 얼굴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눌 정도로 친해진 건지, 나랑 호석이는 같은 반이라 오며가며 봤다 쳐도 나머지 4명은 매점 가기 전에 만난 게 다 일 텐데.
얘도 진짜 쓸데없이 자연스럽다.
“음.. 여기 잘생긴 친구 이름이 ..어 그래 김남준, 남준이! 남준아, 내 머리핀 예쁘지. 어때?”
“어 그래.”
“아 그러지 말고 제대로 좀 봐줘봐. 나랑 잘 어울려? 응?”
“넌 뭔데 아까부터 껴드냐. 너 때문에 분위기 안 좋아진 건 안중에도 없나보지?”
“어.. 선배는 이름이 민윤기.. 윤기 선배!”
“내 이름 부르지 마.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야”
“아이 선배 그러지 말구요!!”

“너야말로 진짜 뭔 개수작이냐.”
“개수작은 아니구요! 그냥 제 머리핀 어떠냐구요! 다들 한 번씩 봐주세요, 이거 저랑 잘 어울려요? 네?”
김여주 저거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진짜 도통 모르겠네.
갑자기 들어와서는 뜬금없이 머리핀이 예쁘지 않냐, 저랑 잘 어울리지 않냐 이런 별 시답잖은 말들만 해대니 참 오늘 여러모로 어이가 없다.
“.. 예뻐 여주야 너랑 잘 어울려.”
누군가는 저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이 불편한 시간이 조금이나마 끝날 것 같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5명의 얼굴을 한 번씩 쓰윽 훑어보곤 도저히 저 사람들은 입을 열 기미가 안 보이길래 그래 나라도 대답하자 생각으로 말을 바로 뱉어버렸다.
“..아. 하하 고마워 지연아,!”
내가 대답하니까 심기가 어지간히 불편했나보네 아까까지 헤실헤실 웃고 있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지우고는 정색을 한 채로 대답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저 여우 속마음이 훤히 다 보인다 이제. 내가 보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김여주가 대놓고 봐라 내 속마음은 이렇다 이러고 있는데 모를리가.
김여주는 내 말에 대답을 끝으론 자기는 화장실 좀 가야겠다며 자리를 얼른 피해버렸고, 점심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호석이와 나를 제외한 4명은 각자 반으로 돌아갔다.
•
5교시가 끝난 지금 다음 수업이 이동 수업인 탓에 애들이 전부 나가 교실 안은 조용해졌고, 교실에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호석이와 내가 나감으로써 교실 안은 텅텅 비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나와 호석이는 문과 창문을 닫고 난 후 이동 수업 교실로 향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적막한 교실의 침묵을 뒷문 여는 소리로 깨며 교실 안으로 들어온 김여주가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자신의 자리가 아닌 지연의 자리로 가 그대로 가방 지퍼를 열어 자신의 머리에 있던 머리핀을 빼내 지연의 가방 속으로 넣었다.
“니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이건 나를 믿을 수밖에 없을 걸? 유지연 기다려 조만간 아주 재밌는 일이 하나 생길 거 같으니까 ~”
김여주는 그 말을 하며 지연의 가방 지퍼를 다시 닫았고 자신의 자리로 가 교과서를 챙겨 이동 수업 교실로 이동했다.
“시발 뭔 이런 좆 같은 상황이 다 있냐.”
완벽범죄를 바랐던 김여주의 뜻은 그 자리에 서 있던 누군가로 인해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끝나버렸고, 그 누군가의 목소리를 끝으로 6교시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자유연재(3305자)
오늘 분량이 좀 적은 거 같아서 내일 또 올리러 올게요!
(시험 끝나고 신나서 노느라 이틀 늦게 온 거 안 비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