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더 지나고 지나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해 바로 취업 준비에 들어갔고 현재는 직장에 취업해 월급쟁이가 되었다.
운동은 여전히 다니고 있고 태현이도 20살이 되었고 나와 같은 대학으로 왔다.
편의점 알바는 여전히 다니고 있다. 혹시라도 니가 날 찾아오면 이곳으로 찾아올 것 같아서
“ 여주씨 어디 가? ”
“ 아 저 저녁 약속 갔다가 알바 가려고요 “
“ 취직했으면 이제 알바는 그만 둬도 되는거 아니야? ”
“ .. 그러게요 ”
편의점 사장님도 내게 그만둘 것을 제안하셨으나 내가 거절했다. 하나의 미련이었다. 네가 날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를 바라는 미련
저녁 약속은 태현이와 관장님과의 약속이었다.
” 자~ 강태현의 스무 살을 위하여~! “
” 뭐야 누구 맘대로 건배사를 그렇게 정해? “
” 치.. 그냥 하면 안돼? “
” 안돼. 오늘은 여주 축하해주려고 모인 자리잖아 “
” ..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
” 푸흐.. 그럼 이렇게 하면 되죠 “
"..?"
스윽,
” 강태현의 스무 살과 김여주의 직장생활이 빛나기를 바라며~! “
” ㅎ.. 좋다! “
탁,
꿀꺽,
“ 크흐.. ”
“ 누나는 진짜 안 마셔? ”
“ 응. 알바 가야 해 ”
“ .. 범규는 아직도 소식이 아예 없는거야? “
” .. 네 “
야속하게도 정말 그 날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전화번호도 바뀌었고 뒤늦게 SNS에서 계정을 찾아보았지만 뭐가 그 아이 계정인지 알 수 없어 그냥 포기했다.
네 말처럼 니가 다가와줄거라 믿었다.
” 누나 진짜 그냥 그 형 버리고 나랑 만나면 안돼? “
” 치.. 너 썸녀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
” 아 걔는 썸녀 아니라고..! “
태현이가 대학교에서 예쁜 여자아이와 붙어있는 것을 얼마 전 보았다. 둘이 잘 어울렸는데 만나면 내가 다 뿌듯할 것 같았다.
“ 아 맞다 오늘 눈 온다고 했는데 우산 있어? “
” 진짜..? 편의점에서 하나 사야겠다 “
” 벌써 눈이 올 때가 됐네 “
” .. 그러게요 “
이번에도 난 이 겨울을 너 없이 보내야하는 걸까. 봄도 여름도 가을도 그 사계절을 너 없이 3번이나 보냈었는데
이번 겨울은 너와 보내고 싶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난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알바를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 달 예쁘네.. ”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은 깜깜했고 보름달 홀로 그 밤을 빛내고 있었다. 겨울이 되어 밤도 길어졌는데 이 기나긴 밤을 홀로 보낼 보름달이 안타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캐롤를 부르며 걸었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그 설렘에 벌써부터 그런 것 같았다.
식당도 카페도 모든 가게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며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때,
” 야 XX 장난해? “
” .. 미안 “
” 내가 오늘까지라고 했지? 오늘까지 갖고오라고 했잖아!!! “
” ㅈ..진짜 미안해.. “
” 넌 XX 미안하다는 얘기 밖에 못 하지? “
웬 여학생 5명이 비좁은 골목에 한 여학생을 둘러싸며 욕을 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그 한 학생을 괴롭히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가장 가운데에 있던 여자애가 손을 올렸고
결국 나는
퍽,
“ 아!!! 누구야?!! ”
“ 나다, 이 X아 ”
“ 하.. ㅋㅋㅋ 진짜 야 니 친구도 맛이 갔네? ”
“ 맛은 니가 제일 간 것 같은데 썩은 내도 나잖아 “
” 뭐?!! “
내가 이러려고 복싱을 배웠나 싶긴 하지만 그 여자애들을 하나 둘씩 제압했다. 정확히 제압을 했다.
그렇게 그 아이들은 나를 보며 욕 한 마디씩 뱉었고 그대로 어디론가 도망가버렸다. 어린 애들이 왜 벌써 저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그 애들도 날 그렇게 괴롭혔으니..
“ 감사합니다.. ”
“ 어디 크게 다친 곳 있어요? ”
“ ㅇ..아니요 ”
“ 혹시 모르니까 병원은 꼭 가고요 ”
“ 네.. 진짜 감사합니다 ”
스윽,
” .. 시간 조금이라도 있으면 운동 하나 배워요 “
” … “
” .. 싸움 말고 운동, 그거는 나 지키려고 하는거니까 “
유독 니가 더 많이 생각나던 날이다. 나에게 소중한 것을 가르쳐준 너의 목소리가 유독 그리워지는 날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 여학생은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어디론가 걸어갔고 난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일부러 일찍 나오길 잘한 것 같다.
스윽,
“ .. 보고 싶네 “
그 4년간 빠짐없이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지금도 이렇게 보고 싶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르륵,
“ 흐.. 진짜 나 왜 이러냐.. ”
눈물도 4년 내내 흘렸는데 아직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 어째서일까
난 손으로 눈을 벅벅 닦았고 계속해서 눈물이 나와 어쩔 줄 몰랐다.
그때,
탁,
“ 눈 그렇게 비비면 안 좋은데.. ”
“..!!”
스윽,

“ .. 오랜만이야. 여주야 ”
“ 너.. ”
꼬옥,
“ 이번엔 다가오는데 좀 오래 걸렸어 “
“ 최범규 너.. “
“ .. 역시 난 니 옆이 제일 좋아 “
순간 훅 들어오는 익숙한 향기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또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정말 아직도 날 기억해주고 있어서
그렇게 난 최범규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고 최범규는 그런 나를 안아주며 내 어깨를 조용히 두드려주었다.
잠시 후,
“ 여주야.. 삐졌어? ”
“ .. 말 걸지마 ”
다 울고나니 왠지 모르게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서운했다.
“ 전화번호는.. 엄마가 바꾸자고 해서.. “
” … “
” SNS는 공부하려고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삭제했었던 거야.. ”
“ … ”
“ 미안해.. 응? ”
“ … “

“ 자꾸 그러면 내가 다시 비행기를 타는 수가 있어 “
“ .. 안돼 ”
“ 그럼 나 좀 봐주던가.. 응? ”
다시 비행기를 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기에 결국 난 팔짱을 끼고 표정을 굳힌 채로 돌았다.
그때,
촉,
순간 최범규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고 난 벙쪄 몸이 굳어버렸다.
“ ..!! 너 뭐하는..! ”

“ 솔직히 우리 사이에 이정돈 괜찮으니까~ “
“ 누구 맘대로..! “
탁,
” 좋아했어. 김여주 “
” 뭐..? “
갑자기 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얘는 대체 감정기복이 왜 이래..?
또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좋아해도 아니고 좋아했어는 또 무슨 말이야..? 지금은 싫다는 얘긴가?
” 좋아했다고 ”
” 대체 무슨.. “
“ 예전엔 좋아했고 지금은.. ”
“..?”

“ 사랑해 ”
“..!!”
두근,
두근,
참 변함없이 날 빛추는 너였다. 환한 빛으로 어둠 속에 있던 날 빛추고 길을 알려준 사람, 그게 너였다.
그리고 나 또한 여전히 그런 네가 너무 좋다.
넌 보름달이었다. 구름도, 안개도 어떠한 어둠도 가릴 수 없을만큼 크고 밝은 보름달이었다.
난 드디어 그 보름달에 기대어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하나 뿐인 보름달인 너의 빛에 기대어 말이다.
_ 이 글이 완결이 아닙니다! 이 말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