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 최범규 일어나라 ”
“ 우으.. ”
“ 일어나 ”
“ 조금만.. 조금만 더 잘게.. ”
“ … ”
퍽,
“ 아..!! ”
“ 그러게. 얼른 일어나라고 했지 “
” 자기야.. 그래도 아침부터 스트레이트를 꽂는 건 너무 했잖아.. “
” 니가 운동 배우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내 탓하면 안되지 “
” .. 진짜 “
” 그리고 그놈의 자기 소리 그만 좀 하지 “
” 그럼.. “
"..?"

“ 여보? ”
“ … ”
퍽,
“ 아!! 이번엔 진짜 제대로 때렸어..! “
“ 헛소리 말고 얼른 나와 ”
“ 네에.. ”
나와 범규는 동거를 시작했다. 물론 동거 시작 전 나와 만난다는 사실을 아시고 그분께서 매우 극대노를 하셨다.
헤어져라 어쩌라 하셨지만 아예 법적으로 몰래 혼인신고를 해버리겠다고 끝장을 보고 온 최범규 덕분에
다행히 허락을 받았다.
스윽,
” 다 씻었어? “
” … “
” 뭐야 왜 그렇게 가만히 서 있어? “
” .. 여주야 “
” 응? “
꼬옥,
“ ㅁ..뭐야 갑자기..! “
“ 우리 진짜 그냥 확 혼인신고 해버릴까? ”
“ .. 아침부터 미친거야? “
아침부터 헛소리가 심하네 얘 이거 회사 가서 잘하는 거 맞아..? 왕따 당하거나 갑질 당하는 건 아닐까? 아무리 회장님 아들이라 그래도 말이야
” .. 너 진짜 맨날 나만 너 좋아하지? ”
“ 좋아해 “
“ ㅇ..어? “
” 내가 너 아니면 또 누굴 좋아한다고 “
” .. 심쿵했어 방금 진짜 “
“ 얼른 가서 옷이나 갈아입고 와 ”
“ .. ㅎ 그전에 ”
“..?”
스윽,
촉,
“ ..!! 미친 ”

“ 굿모닝~ “
” 너 진짜..! “
맞을 것을 예상했는지 바로 옷방으로 뛰어 도망가는 범규다. 아니 저렇게 겁 먹을거면서 굳이 장난을 치는 이유가 뭐야 대체..?!
난 현재 직장을 잠시 쉬고 있다. 나로써는 정말 큰 결정이다. 뭐 이 결정에 지분 70프로는 최범규지만
한달 전,
” 아.. 왜 이렇게 상태가 안 좋지.. “
” 여주씨 요새 너무 무리해서 그런 거 아니야? “
” 모르겠어요.. “
” 열 나는 것 같은데..? 얼굴이 빨개 “
” 진짜요..? “
한동안 엄청난 야근과 추가근무로 내 몸이 혹사당했던 적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있었던 가난 때문에 일을 하다 내 몸이 혹사 당하는 것이 익숙했다.
오히려 그게 맞다고 여겼다.
하지만 26년 간 혹사 당한 몸은 더 이상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결국,
“ 여주씨 이거 회의자료인데 부장님한테 갖다줄 수 있어요? ”
“ 아.. 네 잠깐만..ㅇ ”
콰당,
“ 여주씨..!! ”
“ … ”
그대로 회사에 쓰러진 나는 의식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스윽,
” 최범규..? ”
“ 흐.. 여주야.. 죽지마.. ”
“ 범규야..? ”
“ 이렇게 죽으면 안돼.. 진짜 ”
멀쩡하게 눈 뜨고 있는 내 앞에서 이미 제사를 다 지낸 것 같은 얼굴로 내 손을 잡은 채 엉엉 울고 있는 최범규가 보였다.
“ 나 아직 살아있어.. ”
” 어..? 살아난거야..?! ”
“ 아니.. 애초에 안 죽었다니까 ”
그때,
꼬옥,
“ 나 진짜.. 놀랐잖아 ”
“ ㅁ.. 미안해 ”
“ 몸살 기운에다가 과로까지 오고.. 진짜 ”
“ 아.. 나 회의자료 어떻게 됐지..? “
” 너 진짜!! ”
“..?!“
아마 그때 처음으로 최범규가 내게 호통을 쳤을 것이다. 순간 응급실이 조용해졌고 난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 ㅇ..왜?! “
“ 너.. 회사 그만 둬 “
“ 뭐?! 싫어 “
” 또 안 쓰러질 자신 있어? “
” 그건.. “
“ 너 지금 또 회사 가잖아? 그러면 ”
” … “
“ 내가 너 안 봐. ”
“..!!”
최범규는 진짜 영리하다. 내가 약한 부분을 어떻게 저렇게 잘 알고 사용하는지.. 이 이후로 회사 접근 금지를 당한 나는 백수가 되었다. 휴직을 냈지만 뭐 사실상 백수다.
최범규는 지금도 내가 일을 하겠다고 하면,
“ 범규야.. 나 그 슬슬 일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
“ 일? 뭐 회사 일? “
” 응..! 나 진짜 이제 다 괜찮아졌는데.. “
” .. 여주야 “
"..?"

“ 난 안된다고 분명 말했어. “
“ … ”
“ 내가 네 몪까지 다 벌어오겠다니까 ”
“ 그치만.. ”
이렇게 완전 정색을 하며 금지시킨다. 본인은 한 평생 돈이 없었던 적이 없었으니 이런 초조함을 모르겠지만 난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단 말이야
현재,
“ 자기야 나 어때? ”
“ 예쁘네. 넥타이 새로 산거야? ”
“ 응응! 예쁘지? ”
“ 근데 잠깐만.. ”
최범규의 넥타이가 또 이상하게 되어있었다. 얘는 대체 나이를 몇 살을 더 먹어야 넥타이를 제대로 맬까..?
“ 어떻게 다 큰 성인이 넥타이도 못 하냐.. ”
“ 치.. ㅎ 내가 진짜 못해서 이렇게 나오는 것 같아? ”
“ 뭐? ”
스윽,

“ 우리 예쁜 여주 가까이서 한 번 더 보려고 그러지 ”
“..!!”
두근,
두근,
진짜 얘는 전생에 여우였던 게 틀림 없다..
“ 너.. 아침부터 진짜 “
“ 빨개진 김여주 얼굴 보는게 내 낙이란 말이야 “
“ 그건..! ”
“ 아~ 이제 난 출근해야겠다 ”
“ .. 자 가방 “
” .. 그전에 “
"..?"
스윽,
촉,
"..!! "

” 사랑해~ 나 갔다올게 자기 “
” … “
그 말을 뒤로 최범규는 출근을 했고 난 역시나 또 빨개졌을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소파로 가 앉았다.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래..
그날 밤,
드르륵,
“ 나 왔어.. ”
“ 왔어? “
꼬옥,
또 오자마자 들러붙는 최범규다.
” 너 오늘따라 붙는 게 유독 심하다?
“ 힘들어서 그래.. 나 진짜 힘들었어 ”
“ .. 그러니까 나도 일 한다..ㄱ “
” 아 안돼! 그건 절대 안돼! ”
“ 그럴거면 힘들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

” 뭐? “
” 아니.. 그게 “
순간 욱한 마음에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씨.. 김여주 하여튼 이 놈의 입이 방정이라니까
결국,

” .. 김여주 멍청이. 바보 “
” 아 최범규우.. “
” 수고했다는 말도 안 해주고.. 진짜 ”
“ 그게.. 아니 그러니까 ”
“ 됐어. 나 오늘은 혼자 잘거야 ”
쾅,
제대로 삐졌다. 완전 제대로 삐지고 말았다. 완전한 내 실수인데.. 늘 미안하다는 말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잘 삐지지 않는 최범규이기에 한 번 삐지면 완전 제대로 삐진다. 풀어주려면 적어도 2,3일은 걸리는데..
진짜 어쩌지..
똑똑,
“ 범규야.. 최범규? ”
“ … ”
“ 나 들어간다..? ”
덜컥,
” 최범규.. 화 아직 안 풀린거지? “
” .. 몰라. “
” 내가.. 그 미안해.. 범규야 “
” … “
” 응? 내가 진짜 미안해.. “
그때,
꼬옥,
“ 진짜.. 내가 김여주는 못 이겨먹겠다 “
” 화.. 풀린거야? ”
“ 다음부터는 좀 먼저 달래줘.. 나 오늘 진짜 힘들었었단 말이야 “
토닥토닥,
” .. 수고했어. 최범규 “

” 역시.. 난 네 옆이 제일 좋다니까 “
“ 치..ㅎ 너 그 말 몇 년째 하고 있는지 알아? ”
“ 그만큼 내 마음이 그대로란 얘기지~ “
” .. 그렇네 “
몇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네 마음이 너무나 예뻐서 그래서 니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늘 나를 향해 있어서, 그 예쁜 마음이 항상 날 행복하게 해주니까
“ .. 최범규 ”
“ 응? ”
“ 사랑해 ”
“ .. 나도 ”
그 어둠 속에서 날 구해주었던 네가 여전히 날 빛추어주고 있어 참 든든했다. 내가 길을 잃게 되더라도 니가 있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나의 달이 너무나도 예쁜 너라서
참 밝은 나의 달, 앞으로도 깊고 어두울 밤들 속에서 내 앞을 비추어 주기를 바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