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滿月)

[11화] 나의 달에게 (완)

따르릉,


“ 최범규 일어나라 ”

“ 우으.. ”

“ 일어나 ”

“ 조금만.. 조금만 더 잘게.. ”

“ … ”


퍽,


“ 아..!! ”

“ 그러게. 얼른 일어나라고 했지 “

” 자기야.. 그래도 아침부터 스트레이트를 꽂는 건 너무 했잖아.. “

” 니가 운동 배우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내 탓하면 안되지 “

” .. 진짜 “

” 그리고 그놈의 자기 소리 그만 좀 하지 “

” 그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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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

“ … ”


퍽,


“ 아!! 이번엔 진짜 제대로 때렸어..! “

“ 헛소리 말고 얼른 나와 ”

“ 네에.. ”


나와 범규는 동거를 시작했다. 물론 동거 시작 전 나와 만난다는 사실을 아시고 그분께서 매우 극대노를 하셨다. 

헤어져라 어쩌라 하셨지만 아예 법적으로 몰래 혼인신고를 해버리겠다고 끝장을 보고 온 최범규 덕분에

다행히 허락을 받았다.


스윽,


” 다 씻었어? “

” … “

” 뭐야 왜 그렇게 가만히 서 있어? “

” .. 여주야 “

” 응? “


꼬옥,


“ ㅁ..뭐야 갑자기..! “

“ 우리 진짜 그냥 확 혼인신고 해버릴까? ”

“ .. 아침부터 미친거야? “


아침부터 헛소리가 심하네 얘 이거 회사 가서 잘하는 거 맞아..? 왕따 당하거나 갑질 당하는 건 아닐까? 아무리 회장님 아들이라 그래도 말이야


” .. 너 진짜 맨날 나만 너 좋아하지? ”

“ 좋아해 “

“ ㅇ..어? “

” 내가 너 아니면 또 누굴 좋아한다고 “

” .. 심쿵했어 방금 진짜 “

“ 얼른 가서 옷이나 갈아입고 와 ”

“ .. ㅎ 그전에 ”

“..?”


스윽,

촉,


“ ..!! 미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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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 “

” 너 진짜..! “


맞을 것을 예상했는지 바로 옷방으로 뛰어 도망가는 범규다. 아니 저렇게 겁 먹을거면서 굳이 장난을 치는 이유가 뭐야 대체..?!

난 현재 직장을 잠시 쉬고 있다. 나로써는 정말 큰 결정이다. 뭐 이 결정에 지분 70프로는 최범규지만


한달 전,


” 아.. 왜 이렇게 상태가 안 좋지.. “

” 여주씨 요새 너무 무리해서 그런 거 아니야? “

” 모르겠어요.. “

” 열 나는 것 같은데..? 얼굴이 빨개 “

” 진짜요..? “


한동안 엄청난 야근과 추가근무로 내 몸이 혹사당했던 적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있었던 가난 때문에 일을 하다 내 몸이 혹사 당하는 것이 익숙했다.

오히려 그게 맞다고 여겼다.

하지만 26년 간 혹사 당한 몸은 더 이상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결국,


“ 여주씨 이거 회의자료인데 부장님한테 갖다줄 수 있어요? ”

“ 아.. 네 잠깐만..ㅇ ”


콰당,


“ 여주씨..!! ”

“ … ”


그대로 회사에 쓰러진 나는 의식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스윽,


” 최범규..? ”

“ 흐.. 여주야.. 죽지마.. ”

“ 범규야..? ”

“ 이렇게 죽으면 안돼.. 진짜 ”


멀쩡하게 눈 뜨고 있는 내 앞에서 이미 제사를 다 지낸 것 같은 얼굴로 내 손을 잡은 채 엉엉 울고 있는 최범규가 보였다.


“ 나 아직 살아있어.. ”

” 어..? 살아난거야..?! ”

“ 아니.. 애초에 안 죽었다니까 ”


그때,

꼬옥,


“ 나 진짜.. 놀랐잖아 ”

“ ㅁ.. 미안해 ”

“ 몸살 기운에다가 과로까지 오고.. 진짜 ”

“ 아.. 나 회의자료 어떻게 됐지..? “

” 너 진짜!! ”

“..?!“


아마 그때 처음으로 최범규가 내게 호통을 쳤을 것이다. 순간 응급실이 조용해졌고 난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 ㅇ..왜?! “

“ 너.. 회사 그만 둬 “

“ 뭐?! 싫어 “

” 또 안 쓰러질 자신 있어? “

” 그건.. “

“ 너 지금 또 회사 가잖아? 그러면 ”

” … “

“ 내가 너 안 봐. ”

“..!!”


최범규는 진짜 영리하다. 내가 약한 부분을 어떻게 저렇게 잘 알고 사용하는지.. 이 이후로 회사 접근 금지를 당한 나는 백수가 되었다. 휴직을 냈지만 뭐 사실상 백수다. 

최범규는 지금도 내가 일을 하겠다고 하면,


“ 범규야.. 나 그 슬슬 일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

“ 일? 뭐 회사 일? “

” 응..! 나 진짜 이제 다 괜찮아졌는데.. “

” .. 여주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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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안된다고 분명 말했어. “

“ … ”

“ 내가 네 몪까지 다 벌어오겠다니까 ”

“ 그치만.. ”


이렇게 완전 정색을 하며 금지시킨다. 본인은 한 평생 돈이 없었던 적이 없었으니 이런 초조함을 모르겠지만 난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단 말이야


현재,


“ 자기야 나 어때? ”

“ 예쁘네. 넥타이 새로 산거야? ”

“ 응응! 예쁘지? ”

“ 근데 잠깐만.. ”


최범규의 넥타이가 또 이상하게 되어있었다. 얘는 대체 나이를 몇 살을 더 먹어야 넥타이를 제대로 맬까..?


“ 어떻게 다 큰 성인이 넥타이도 못 하냐.. ”

“ 치.. ㅎ 내가 진짜 못해서 이렇게 나오는 것 같아? ”

“ 뭐? ”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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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예쁜 여주 가까이서 한 번 더 보려고 그러지 ”

“..!!”


두근,

두근,


진짜 얘는 전생에 여우였던 게 틀림 없다..


“ 너.. 아침부터 진짜 “

“ 빨개진 김여주 얼굴 보는게 내 낙이란 말이야 “

“ 그건..! ”

“ 아~ 이제 난 출근해야겠다 ”

“ .. 자 가방 “

” .. 그전에 “

"..?"


스윽,

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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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나 갔다올게 자기 “

” … “


그 말을 뒤로 최범규는 출근을 했고 난 역시나 또 빨개졌을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소파로 가 앉았다.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래..



그날 밤,

드르륵,


“ 나 왔어.. ”

“ 왔어? “


꼬옥,


또 오자마자 들러붙는 최범규다. 


” 너 오늘따라 붙는 게 유독 심하다?

“ 힘들어서 그래.. 나 진짜 힘들었어 ”

“ .. 그러니까 나도 일 한다..ㄱ “

” 아 안돼! 그건 절대 안돼! ”

“ 그럴거면 힘들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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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

” 아니.. 그게 “


순간 욱한 마음에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씨.. 김여주 하여튼 이 놈의 입이 방정이라니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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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주 멍청이. 바보 “

” 아 최범규우.. “

” 수고했다는 말도 안 해주고.. 진짜 ”

“ 그게.. 아니 그러니까 ”

“ 됐어. 나 오늘은 혼자 잘거야 ”


쾅,


제대로 삐졌다. 완전 제대로 삐지고 말았다. 완전한 내 실수인데.. 늘 미안하다는 말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잘 삐지지 않는 최범규이기에 한 번 삐지면 완전 제대로 삐진다. 풀어주려면 적어도 2,3일은 걸리는데..

진짜 어쩌지..


똑똑,


“ 범규야.. 최범규? ”

“ … ”

“ 나 들어간다..? ”


덜컥,


” 최범규.. 화 아직 안 풀린거지? “

” .. 몰라. “

” 내가.. 그 미안해.. 범규야 “

” … “

” 응? 내가 진짜 미안해.. “


그때,

꼬옥,


“ 진짜.. 내가 김여주는 못 이겨먹겠다 “

” 화.. 풀린거야? ”

“ 다음부터는 좀 먼저 달래줘.. 나 오늘 진짜 힘들었었단 말이야 “


토닥토닥,


” .. 수고했어. 최범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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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난 네 옆이 제일 좋다니까 “

“ 치..ㅎ 너 그 말 몇 년째 하고 있는지 알아? ”

“ 그만큼 내 마음이 그대로란 얘기지~ “

” .. 그렇네 “


몇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네 마음이 너무나 예뻐서 그래서 니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늘 나를 향해 있어서, 그 예쁜 마음이 항상 날 행복하게 해주니까


“ .. 최범규 ”

“ 응? ”

“ 사랑해 ”

“ .. 나도 ”


그 어둠 속에서 날 구해주었던 네가 여전히 날 빛추어주고 있어 참 든든했다. 내가 길을 잃게 되더라도 니가 있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나의 달이 너무나도 예쁜 너라서

참 밝은 나의 달, 앞으로도 깊고 어두울 밤들 속에서 내 앞을 비추어 주기를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