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滿月)

[2화] 한 걸음

다음날이 되었고 난 역시나 아침부터 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역시나 반 아이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었고 난 또 다시 그들이 지쳐 날 때리지 않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 어허이~! 내 친구 왜 괴롭혀?! ”

“..?!!”

“ 뭐? 친구? ”


최범규가 반으로 들어오며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소리 쳤다. 그로 인해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의 행동이 멈추고 모든 시선들이 전부 내쪽으로 쏠렸다.


“ 여주, 내 친구야. 그러니까 괴롭히지마 ”

“ 허.. ”

“ 웃기지마~ 얘가 어떻게 범규 니 친구야? “

” 진짠데, 그치 여주야? “

” 진짜냐? “

” .. 하지마 “


같잖은 동정이라고 느꼈다. 지가 뭔데 나를 방어해주는지도 모르겠다. 난 널 불쌍히 여기는데, 그런 니가 날 구해주는 꼴이 참..

 그냥 그 아이의 행동이 나를 향한 동정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 뭐? “

” 어..? “

” X랄 하지 말라고, 너 내가 같잖게 굴거면 꺼지라고 했지 ”

“ 허..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 개웃기네 ”

“ … ”


결국 난 너에게 못된 말들을 뱉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같잖은 동정은 어쩌면 내가 내게 느끼고 있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침시간은 지나갔고 난 이제 더 이상 니가 내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 여주야! 우리 같이 앉자 ”

“ ..뭐? “

” 같이 앉자고! 얼른 앉아. 내 옆자리 인기 많거든? “

” 허.. “


역시나 넌 내 예상과는 참 다른 사람이었다.

난 일부러 니 옆이 아닌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 여기 있으면 니 시선이라도 좀 덜 받겠지 싶어서

그렇게 수업시간이 끝난 후 점심시간이 되었고 어김없이 혼자 급식실로 향했다.

그렇게 혼자 급식을 받아 앉으려는 그때,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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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 최범규 등장입니다! “

” 너..!! “

” ㅎㅎ 내가 어제 점심 같이 먹자고 했잖아! 얼른 앉아 “

” .. 진짜 “


스윽,


” 아~ 얼른! “

” … “


결국 난 니 성화에 못 이겨 너의 앞에 앉았고 넌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밥을 먹는 내내 웃고 있었다.

난 너를 피해 운동장 벤치로 도망쳤고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은 고요함에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예쁘네 ”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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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

” 너 여긴 또 어떻게..!! “

” 나는 모르는 게 없으니까 ”


어떻게 또 나를 찾아낸건지 내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는 또 그 웃음을 짓고 있었다.

결국 난 폭발하고 말았다.


“ .. 진짜 적당히 좀 해 ”

“ 어..? ”

“ 내가 그렇게 싫은 티를 냈잖아, 무시하는거냐? ”

“ 나는 그러니까.. ”

“ 오히려 이제는 걔네들보다 니가 더 날 괴롭히는 것 같아 ”

“ … ”

“ .. 간다 “


그때,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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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약속 했었던 거 아니었나..? 우리.. “

” 허.. 그게 약속이냐? 니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간거지 “

“ .. 넌 딱 한 걸음만 와주면 돼 “

“ 뭐..? ”

“ 내가 계속해서 다가갈 수 있으니까 넌 지금부터 딱 한 걸음만 더 걸어와줘 ”

“ … ”

“ 부탁이야, 여주야 ”

“ 넌 대체.. ”


왜 자꾸 내게 다가오려 안달인지 모르겠다. 나랑 있으면 뭐가 좋다고 계속해서 같이 있으려는지도, 나랑 있을 때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계속해서 웃었는지도

나도 내가 싫고 재미없는데 넌 어떻게 그런 내 옆에서 그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는지 모르겠다.


“ 진짜 딱 한 걸음만 더 와줘 ”

“ … ”

“ .. 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이따 반에서 봐 “

” … “


그렇게 넌 반으로 올라갔고 난 계속해서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니가 내게 이러는 이유를


하교 시간이 되었고 난 혹여나 알바에 늦을까 잽싸게 뛰어 편의점으로 향했다.

하루를 먹고 사는 것도 버거웠던 내게 그 아이들이 행하는 폭력들은 그저 소꿉장난에 불과했다. 아프지만 않는다면 그런 폭력들과 폭언들은 넘길 수 있다.

사실 난 그때의 내 모습은 그들이 나를 보며 하는 말들과 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난 모습도, 마음도 전부 거지꼴이었으니까. 냄새나고 더럽고 갈기갈기 찢어져있었으니까.

그래서 난 어릴 때부터 나만 생각했다. 나를 위해 행동하고 말했다. 언제나 내 앞길에 대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니가 내게 다가온 그때부터, 나로만 가득 차 있던 내 머릿 속에 니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 .. 대체 ”


자꾸만 내 예상과 벗어나는 너를 예측하기 위해 난 계속해서 너에 대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뭐 이래도 넌 늘 내 예상을 빗나가는 사람이었지만,


“ 오늘은 비품정리까지 하고 가면 돼 “

” 네. “


추가수당을 받고 늘 새벽시간까지 추가로 일을 하는 나였다. 그날도 새벽이었다. 다들 몰랐겠지만,


“ .. 오늘도 오려나 ”


그렇게 시간이 지나 새벽 시간이 되었고 난 왜인지 모르게 신경이 쓰여 계속해서 밖을 수시로 내다 보았다.


그때,

짝,


그때와 똑같이 뺨을 때리는 소리가 고요하던 거리에 울려퍼졌다. 순간 놀라 밖을 보니 그때와 똑같이 한 여자와 그 아이가 서있었다.


“ 대체 얼마나 더 속을 썩여야 편해?! 어?! ”

“ .. 죄송합니다 ”

“ .. 하 ”


난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런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될리가 없으니까


그때,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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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넌 딱 한 걸음만 와주면 돼 ))


그 찰나의 순간에 너와 눈이 마주쳤고 낮에 니가 한 말이 내 머리를 탁 쳤다. 이상하게 정말 마법처럼 그 말이 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결국 무언가에 이끌리듯 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지금 새벽이에요, 이렇게 시끄럽게 하시는 건 매너가 아니죠 ”

“ ㅁ..뭐요?! ”

“ 그쪽 화나신 건 알겠는데 좀 조용히 해주세요 ”

“ 허.. 학생 몇살이에요?! ”

“ 거기 걔 친군데요. ”

“..!!”

“ 진짜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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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 제 친구 맞아요 “

” .. 뭘 웃어, 아무튼 걔 저랑 수행평가도 같이 해야되니까 오늘은 이만 먼저 가세요 “

” 허.. “

” 금방 하고 들어갈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


그렇게 그 여자는 또 혼자 차를 타고 휙 가버렸다. 하여튼 무슨 지 아들을 저렇게 인형처럼 다루냐


“ .. 에휴 ”

“ 고마워, 친구 ”

“ .. 그냥 둘러댄 말이야. 의미부여같은 거 하지 말고 ”

“ 싫어. 의미 엄청 넣을거야 ”

“ 이게 진짜.. “

” 근데 갑자기 왜 도와준거야? “

” 그거야 니가..! “

"..?"

” .. 한 걸음만 다가와 달라고 애원하길래 ”

“ ㅎ.. 진짜? ”

“ 그래! 그러니까 이제 진짜 끝이야 ”

“ 그래. 이젠 내가 계속 다가갈게 “

“ … ”


정말이었다. 단지 그 한 걸음 다가와주면 된다는 그 한 마디에 난 다가갔다. 죽어도 다가가기 싫었는데 난 그 한 마디에, 너의 눈에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거부할 수 없이

그렇게 너와 난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