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민여주. 매점가서 빵 좀 사와봐."
점심시간, 자리에 앉아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있었는데 구정모가 나를 부르더니 매점가서 빵 좀 사오라고 얘기를 하며 돈을 내 손에 쥐여줬다. 저기, 다른 애들도 있잖아···. 왜 하필 나···? 구정모한테 하고 싶은 말은 엄청 많지만 나는 심각한 소심쟁이라 알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 일어났다. 아, 진짜···. 1학기 초반에 나 왜 그랬냐···. 공만 안 찼으면 이런 일은 없는 건데···! 나는 내 머리에게 꿀밤을 한 대 쥐여주며 저번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게 되었다.
"야야, 함원진! 나 공 짱 잘 차거든? 보여줄게!"
"야, 잠ㄲ···!"
빠악-
"아, 씨. 완전 아파···. 누구야?"
"......헐."
"···너야?"
"아···. 미, 미안해···!! 너가 하라는 일 다 할게···! 그니까 나 좀 살려주라···."
"그래. 뭐든지 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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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이···. 짜증나!!"
저번에 있었던 일 생각하니까 또 짜증나네···. 나는 매점을 가면서 구정모 생각이 나 괜히 신경질을 냈다. 신경질을 내면서 가니 빨리 도착해, 얼른 초코빵 2개를 산 후 반으로 다시 돌아갔다.
"고마워. 잘 먹을게."
반으로 들어가니 내 자리 바로 옆에 구정모와 그 무리들이 서로 얘기하며 놀고 있었다. 아,씨···. 쟤네들은 왜 저기에서 놀고 있는건데···!! 나는 한숨을 쉬며 구정모에게 가 아꺼 샀던 초코빵 2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구정모는 고맙다며, 잘 먹겠다고 했다. 뭐야, 고맙다라는 말 잘 안 쓰면서···. 나는 좀 의아했지만 신경쓰지 않은 채 내 자리에 앉아 다시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문제집을 계속 풀고 있었는데 옆에서 구정모가 나를 툭툭 쳤다. 옆을 쳐다보니 친구들은 온데간데 없고 구정모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왜···?
"이거나 먹으라고. 나는 배 불러서."
구정모는 자기가 먹고 있던 빵 반쪽을 나에게 내밀더니 먹으라고 하였다. 뭐야, 갑자기···. 혹시, 이 빵 떨어진거···?? 그런거야?? 얼어진거냐고 묻는 나의 말에 구정모는 찌릿 눈빛으로 째려보며 얘기를 했다. 아니라고. 아니, 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거지···!! 아무튼, 이거 잘 먹을게! 빵을 먹으며 얘기하는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구정모다.
"···야. 너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나 좀 부담스럽거든···?"
"근데 그거 알아? 내가 널 안 쳐다보려고 해도 계속 너 보게 된다?"
구정모가 준 빵을 그냥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구정모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깜짝야. 왜 저리 빤히 쳐다봐, 부담스럽게···. 구정모는 내가 말한 질문에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저기가 안 쳐다보려고 해도 계속 쳐다보게 된다고. 구정모의 말에 나는 괜시리 얼굴이 붉어져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귀엽네."
저번에 구정모와 있었던 일이 있고나서 한동안은 구정모와 마주칠 때마다 내가 피해다니기 일쑤였다. 아씨, 구정모는 그때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는. 사람 참 곤란하게 만들어···. 반에서 책상에다가 머리를 쿵쿵 박고 있었는데 내 어깨로 누가 툭툭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슬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구정모와 같이 다니는 서우빈이 옆에 서 있었다.
"여주야, 정모가 옥상으로 오래."
"구정모가? 안 가면 안되나···."
"급한 일이라고 꼭 오랬어. 한번 가봐."
"···알았어."
뭐야, 나를 왜 불러···? 내가 서우빈을 쳐다보자 서우빈은 구정모가 지금 얼른 옥상으로 올라오랬다고 얘기를 해줬다. 지금? 굳이 꼭 가야하나···? 가기 싫다는 표정과 함께 말로 우빈이한테 얘기를 하니 구정모가 급한일이라고 꼭 올라오랬다고 그냥 한번 가보라는 식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 하···, 알겠어. 고마워, 우빈아. 나는 우빈이에개 고맙다는 말을 한 뒤, 반에서 나와 옥상으로 가기 시작했다.
옥상까지 힘겹게 올라가니 역시 옥상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조심스레 옥상 안으로 들어가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구정모가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친구들이랑 안 왔네···? 살금살금 구정모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구정모는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취하였다. 뭐야, 쟤 왜 저래···?
"왔어?"
난 분명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었는데 구정모는 그 인기척을 어떻게 느낀건지 내렸던 고개를 뒤로 돌리며 나를 향해 왔냐는 인사를 건넸다. 어? 아, 어···. 짧은 대답을 끝내고 그저 쭈볏쭈볏 서 있었는데 구정모는 자기 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나에게 건넸다. 나는 그 손짓을 보고 천천히 다가가 정모의 옆에 섰다. 오라고 해서 온건데 정모는 아무 말도 안하고 그저 한숨만 쉬며 서 있었다. 아니, 불렀으면 말을 해야될거 아냐. 왜 말을 안해···? 슬슬 한계가 도달할 때 쯤 왜 말을 안 꺼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에 구정모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너 왜 나 피해?"
"···어?"
구정모가 깊은 고민을 하며 말한 질문은 왜 자기를 피하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구정모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닫게 되어서. 그래서 피한 것이라고는 절대로 말 못 할 것 같아서 입만 꾸욱 닫았다. 그런 내 행동을 본 구정모는 그저 한숨만 계속 쉬었다. 아, 왜 한숨만 쉬는건데. 그럼 너는. 너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너 혼자 한숨쉬고, 표정 안 좋고, 괜히 사람 어정쩡하게 만드냐고! 나는 결국 뚜껑이 열려 폭팔한 상태로 계속 한숨만 쉬면서 표정을 구기는 구정모에게 큰 소리로 얘기를 했다.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했는데도 구정모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돌아져 있던 몸을 다시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도 몰라, 내가 왜 이러는지. 그럼 너는. 너는 뭐 때문에 나 피하는건데. 저번에 내가한 말 때문에? 그 말 때문에 이러는거야?"
"........."
구정모는 지금 자신이 저러고 있는 행동과 표정을 왜 하고 있는건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답을 해줬다. 아니, 그걸 왜 몰라···. 내가 해탈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구정모는 다시 왜 나를 피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저번에 한 말 때문이냐고 묻는 구정모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맞아. 그 말 때문에 너 보는거 너무 힘들다고. 속으로는 대답을 하지만, 정작 입으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구정모는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쓸어 내리더니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가 피한거는 너가 저번에 한 말 때문이었어.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 너가 그런 말을 하니까 너무 복잡하고 어이 없었어. 그 일이 있고 나서 나 혼자 쌩쇼하고 말도 아니었다고. 원래는 무시까는 건 기본이고, 일만 시키는 구정모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갔단 말야."
"···야."
"근데 나라면 원래 이런 일 있어도 잘 안 피해. 근데 나 왜 이러는지 알아? 내 마음을 알아버렸어. 내가 너 좋아하나봐. 그것도 아주 많이···."
구정모의 행동에 나는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결국 그 때에 있었던 생각을 구정모에게 다 털어버렸다. 내 생각을 꾹꾹 담아 말을 하면서 구정모를 쳐다봤을 때, 정모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어차피 너는 나 안 좋아하잖아···. 결국 나는 눈물을 떨구며 겨우 말을 꺼냈다. 그래, 나 혼자 쌩쇼한거지···.
"···우리 앞으로 만나지도 말고 말도 섞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눈물을 손으로 닦은 채 구정모한테 말을 했다. 만나지도 말고 말도 섞지 않았음 좋겠다고. 안 그러면 내가 너 더 좋아할 것 같아서, 너만 보면 네 앞으로 다가가고 싶어서. 나는 뒷 말을 얘기하지 못한 상태로 그냥 교실로 뛰어 내려갔다. 마지막 구정모의 말은 듣지 못한채.
"···나도 너 좋아하는데."
그 일이 생긴지 며칠 후, 나는 그 일을 잊어버리려고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서 놀고 다른 일을 더 많이 했다. 근데 안 잊혀지는건 뭐지···. 멍 때릴때마다, 갑자기 할 짓이 없을때 내 머릿속에는 계속 구정모가 생각이 났다. 아씨, 나 구정모 잊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왜 자꾸 이러냐고.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며 창가 쪽 운동장을 바라봤다. 이래도 잊혀지지가 않네. 세수나 하도 와야겠다. 나는 세수도 할 겸 자리에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다시 반으로 들어가려고 걸었다. 반에 거의 다다르니 앞에 누군가 익숙한 형체가 보였다. 가만보자···. 구정모···? 뭐야, 쟤가 왜 저기에 있어···? 구정모가 반 앞에 있어 가지고 나는 뭐 어쩔줄 몰라서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이런 나를 구정모가 본건지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 야···. 잠, 잠깐만.
"너 저번에 옥상에서 그냥 갔잖아. 나 할 말 있었는데, 마침 여기서 만났네."
"···엥?"
구정모는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저번에 옥상에서 할 얘기가 있었는데 내가 먼저 가버려서 못했다고, 그래서 기다렸다고 얘기를 해줬다. 잠깐만, 옥상 일이라면···.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구정모를 쳐다봤다. 그러자 구정모는 피식 웃으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 얘 왜 이래···?
"좋아해. 나도 너 좋아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