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사극 가이드

사극 말투 가이드-호칭편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삼국~조선. 솔직히 고려 시대도 안 쓸 것 같고 삼국 시대는 바라지도 않는다. 글 쓰는 사람들이 제일 만만하게 보는 시대가 바로 조선인데 이 동방예의지국의 위계질서를 보면 질식할 정도다. 특히 호칭이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들 목이 날아가는 참사를 빚고 싶은게 아니라면 호칭을 제대로 쓰자. 주인공 목도 지키고 훨씬 유식해보인다.



1. 대명사
크게 1인칭, 2인칭, 3인칭 대명사로 나눈다.

1인칭: 일반적으로 나, 저 같은 대명사는 현대나 지금이나 쓰인다.
소인-낮은 신분의 사람이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자신을 가리킬때 쓰는 일반적인 1인칭이다. 다만 벼슬이 있는 양반은 왕족에게 소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변형으로 ‘쇤네’가 있는데 소인네를 줄인 말로 주로 일반 백성과 노비들이 쓴 말이다.
소녀-우리 조상님들은 굳이 남녀를 구분하셔야겠단다. 소인과 똑같은 개념이나 여자들이 쓰는 말이다. 미혼 여성이 주로 쓰는 말이나 기혼 여성들도 애교 부릴때 주로 쓴다. 딸이 부모님에게 자신을 가리킬때도 ‘소녀’라는 말을 쓴다.
소자-아들이 부모님에게 자신을 가리킬때 쓰는 말.
-이순신 장군님의 영원한 명대사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를 미루어 짐작해도 알 수 있듯이 신하가 임금에게 자기 자신을 가리킬때 쓰는 말이다. 아까 소인에서 벼슬이 있는 양반은 임금에게 소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했는데 벼슬이 있는 양반은 임금에게 이 대명사를 쓴다.
신첩-왕비나 후궁이 자기보다 높은 왕족에게 말할 때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녀도 유도리 있게 오케이.
짐, 과인-‘짐’은 황제가(조선이 메이저니 거의 100%의 확률로 명나라 황제)자신을 가리킬때 쓰는 말이다. 임금이라도 짐이라고 입을 나불대면 그 즉시 명나라에서 폐위시킨다. 그래서 임금은 과인이라는 말을 쓴다. 우리 조상님들은 겸손을 미덕으로 여겼기 때문에 과인이라는 말의 뜻은 ‘부덕한 자’이다.
본궁-주로 빈 이상의 후궁들이 많이 쓰는 말.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말할때 쓴다. 후궁 뿐만 아니라 세자나 공주 등 자신의 궁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다만 안 쓸뿐. 솔직히 세자가 후궁과 같은 말을 한다는거, 조선 왕실로서는 상당히 쪽팔리는 일 아니겠나.

2인칭: 너 같은 대명사는 현대와 똑같다.
그대-솔직히 그만 나왔으면 하는 대명사. 자기와 비슷한 신분, 혹은 아랫사람을 존중해서 부르는 말이다. 따라서 궁녀가 세자에게 그대 어쩌구저쩌구 하면 곧바로 참수형이다. 당연히 노비가 양반에게 그대 이지랄 해도 안된다. 멍석말이 당해서 그대로 이 세상 뜨는 수가 있다. 양반이 노비에게, 세자가 궁녀에게도 그대라는 말은 많이 쓰지 않는다.
-왕이 신하들에게 쓰는 말. 따라서 당연히 한 나라의 군주만 쓸 수 있다. 세자도 유도리 있게 오케이.
자네-존중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친한 사이에서 쓰는 말. 자기와 엇비슷한 신분의 사람에게 쓴다. 남자만 쓰는 말도 아니다. 중전이 후궁에게 “자네는 어찌하고 싶은가.” 뭐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

3인칭:
그이, 이이, 저이-그 사람, 이 사람, 저 사람을 지칭하는 말. 아내가 남편을 칭할 때도 쓴다. 왕족 제외.
그 치, 이 치, 저 치-‘치’라는 말이 장사’치’ 처럼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앞의 그이, 이이, 저이를 낮춰 부를 때 사용한다. 이런 어휘만 좀 더 가미해줘도 훨씬 완성도 있다는 사실.
대감, 영감-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 벼슬아치를 부르는 호칭인데 대감이 높고 영감이 낮다. 뭐 영감은 어감 때문에 잘 안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조선 후기에는 다 대감 했다 한다.
나으리, 나리-후자가 맞는 표현이지만 전자로 써도 무방하다. 왕족 제외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다 붙이는 호칭이다. 그만큼 신분 낮은 서민이 쓰는 표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대부 집안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마님-여자에게만 쓰는 호칭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사실 성별 불문하고 쓸 수 있는 호칭이다. 상전, 혹은 지체 높은 사람을 마님이라고 한다. 주인마님, 대감마님, 작은마님(=도련님), 별당마님 등등 있다.






2. 왕족을 부르는 법
제일 중요한건 왕족이다. 왜냐? 양반에게 반말하는 것보다 왕족에게 반말했을때 목이 날아갈 확률이 10배는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 왕족에게 반말하면 100% 죽는다. 먼저 왕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알아보자.
왕: 상감 마마, 마마, 전하, 나랏님, 임금
상감마마는 왕만을 지칭하는 호칭이다. 중전이라도 현역 왕이 아닌 사람에게 상감마마 이런다? 바로 죽는다. 마마는 조금 더 짧은 버전이다. 그렇다고 마마도 아무에게나 쓰는 건 아니다. 진짜 아무에게나 쓰는거 아니다. 후에 자세한 설명이 있다. 사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할건데 상궁은 마마 ‘님’ 이다. 전하는 황(태)자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제국의 황(태)자와 왕국의 임금은 동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랏님은 다소 상스러운 말이다. 상민과 노비들이 쓰는 말. 임금은 조금 위험하다 싶을 수도 있는데 관리나 양반은 임금 뒤에 존칭을 붙여 “임금께서~“ 뭐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상민도 아예 못 쓰는건 아니다.
중전: 중전 마마, 마마, 중전
중전은 가례를 올린 임금의 본처를 말한다. 따라서 중전은 그저 ‘왕비’라고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약간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왕비를 ‘왕의 아내’로 해석한다면 후궁도 왕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마마를 쓰는 것은 왕과 똑같다. 또한 임금이라는 호칭과 똑같이 중전도 뒤에 존칭을 붙여 “중전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존칭을 붙이지 않으려면 화자가 임금이어야한다. Ex) “내 비록 원치 않았으나 중전을 비로 맞이한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소.”
세자: 세자저하, 저하, 동궁 마마, 마마
사극 로맨스계의 양대산맥을 잡고 있는 세자. 세자란 임금의 자리를 물려받기로 예정된 왕자를 말한다. 따라서 왕과 중전 못지 않게 극존칭을 사용해야 한다. 임금이 전하였으니 세자는 거기에서 한 단계 낮은 ‘저하’라는 호칭을 쓴다. 또한 세자가 거처하는 궁은 동궁이었기 때문에 거처하는 공간으로 부르며 ‘동궁마마’라고도 하였다. 물론 세자의 부모인 임금과 중전은 그냥 ‘세자’라고도 하고 ‘동궁’이라고도 한다. 다만 후궁들은 세자보다 지위가 낮기 때문에 ‘세자저하’, ‘동궁마마’라고 깍듯이 이야기 해야 한다. 임금, 중전과 마찬가지로 “세자께서~”는 오케이.
세자빈: 세자빈 마마, 빈궁 마마, 마마
세자빈은 세자의 정실 부인이다. 따라서 세자빈 뒤에 마마를 붙이는 호칭이 제일 일반적이다. 또한 세자빈을 ‘빈궁’이라고도 칭하며 ‘빈궁 마마’라고도 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세자빈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쓰는 호칭이고 세자, 임금, 중전은 주로 ‘빈궁’이라 한다. 세자빈 또한 “세자빈께서~”도 된다.
대군: 대군 자가, (이름)대군
솔직히 대군이 등장하는 글은 팬픽판에서 잘 못 본 것 같다. 대군이란 왕의 정실 아들 중 대군으로 책봉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아랫사람들은 대군 자가라고 깍듯이 이야기하고 그들의 가족은 이름 혹은 형, 오라버니 라고 한다. 하지만 후궁이 낳은 자식은 감히 대군을 이름으로 부를 수 없다. 조선시대에서는 적서차별이 심했기 때문에 후궁의 자식은 대군에게 대군 자가 하고 깍듯이 이야기 해야 했다. 또한 앞의 예시와 같이 “(이름)대군/대군께서~” 도 된다. ‘자가’라는 호칭은 좀 낯설다. 대군 마마가 더 익숙한 말이지만 이는 고증 오류라고 한다(이재난고 참고). 또한 세종 대부터 대군과 군에 내리는 이름을 전국 각지의 지명으로 붙였다. ‘수양’ 대군(수양은 해주의 별칭이다.), ‘금성’ 대군 등등.
공주: 공주 자가, (이름)공주
천한 노비 따위가 양반을 만나 신분상승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공주 또한 인기 없는 배역 중 하나다. 공주는 왕의 정실 딸로, 뒤에 자가라는 호칭을 붙이고 왕과 중전은 (이름)공주로 부른다. 세자를 비롯한 정실 남자 형제들이 공주보다 오빠라면 그냥 이름으로만 부르고 동생이라면 ‘누님’이라고 격조 있게 말한다. 조폭 아니다. 누이+님 이다. Ex) “누님께서 아바마마의 옥체가 걱정된다 하시었소.”
군: (이름)군, 군 자가
군은 왕자 중 대군으로 책봉받지 않은 사람을 말하는데 후궁 소생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지간한 또라이일지라도 중전의 아들은 대군으로 책봉을 받기 때문이다. 사실 어딜가나 군이 등장하는 소설은 본 적이 없다. 세자나 대군에 비해 메리트가 떨어져서 그런가. 군 앞에 (이름) 또한 지명으로 붙인다. 군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없어 대군과 비슷한 호칭을 썼다고 추정한다.
옹주: 옹주 자가, (이름)옹주
옹주는 후궁 소생의 딸이다. 공주와 비슷하게 옹주 마마라 하였고 특정한 호칭을 쓸 수 있는 사람도 공주의 예와 같다.

(+자가와 마마에 대하여
자가라는 호칭은 낯설고 드라마, 소설에서는 다 마마라고 해서 자가보다 마마가 편할텐데 사실 마마는 진짜 왕족이라고 해서 아무에게나 붙인 호칭이 아니다. 임금, 중전, 상왕, 대비, 세자, 세자빈 같이 왕실의 적통을 잇는 ‘최상급’ 왕족에게만 마마라는 호칭이 가능했다. 그러니까 대군, 군, 공주, 옹주에게 마마라는 호칭을 썼다가는 역모죄로 간다는 말이다.)
(++마노라 라는 호칭에 대하여
예? 마누라요? 할 수 있는데 원래 마노라는 성별을 불문하고 마마와 동급의 경칭으로 쓰였다. 국왕부터 후궁까지 마노라 라는 호칭을 가질 수 있었다. 고종 시절부터 변화가 생겨 현대의 의미가 생겼다.)

그 외에도 대원군(왕위에 오르지 않았던 왕의 아버지)합하, 대비 마마, 상왕 전하 뭐 그렇게 있는데 이렇게까지 가족 스케일이 넓은 사극은 팬플판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석하면 댓글로 물어보거나 알아서 검색을 하라는 말이다.





3. 양반을 부르는 법 들어가기 전에
양반도 나름 지배층이기 때문에 함부로 부르면 곤란하다. 아무리 도련님의 총애를 받는 여노비일지라도 호칭 제대로 안 붙이면 차이고 멍석말이까지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반은 관직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 양심 평타 이상, 재력도 평타 이상인 양반 집안에서는 어지간한 멍청이가 아니고서야(아니면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이어야 한다) 17세에서 20세 쯤에는 과거에 합격해 높든 낮든 벼슬을 지내기 때문이다. 관직은 세습이 아니었다. 세자처럼 아버지가 자리를 물려줄때까지 기다리는게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승진해서 그 자리를 꿰차야 한다. 아버지가 영의정이라도 그 아들은 아니다. 따라서 호칭편 2로 넘어가기 전에 간단히 조선의 관직부터 쭉 훑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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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욘나 많죠? 그래서 사진자료다. ‘정’이 ‘종’보다 높다는 것,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이 셋을 가리켜 ‘정승’이라는 별칭으로 칭했다는 것까지 박아두면 사극 말투 가이드-호칭편 1과 빠이빠이 하면 된다. 언젠가(아마도 1년 뒤)2부에서 만나요


ㅃ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