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진, 미국 진출.

한유진, 미국 진출.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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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르르릉. 알람이 울렸다. 현재 시각 오전 6시. 오늘은 두근두근 새학기 날. 하 진짜... 전 학교에선 완전 또라이였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반듯반듯... 모범생 컨셉으로 간다... 헐 최유진 반드시 반듯반듯 라임봐라 크... 역시 유진이다...

  머리를 대충 감고 새 교복을 입어보았다. 처음에는 이 자유로운 나라 미국에서도 불편한 천 쪼가리를 걸쳐야 하나 했지만 비주얼을 보자마자 말을 잃었다. 흰색 셔츠에 초록색 넥타이와 체크무늬 치마... 이거 완전 넷플릭스 하이틴물 여주 아니냐 이거예요. 전나 예쁘다 이거예요... 온갓 하이틴물 여주같은 포즈와 표정을 하며 거울 앞에서 난리를 친 뒤 정신을 차리곤 다시 준비하는 데 몰두했다. 화장도 깔삼히 하고 오랜만에 향수도 은은히 뿌렸다. 하 완벽해. 최유진 도대체 단점이 뭐야? 역시 나란 여자. 벽이 느껴진다... 완벽... 무튼 가방 안에 필통과 노트 몇 권, 파우치를... 아 잠깐. 파우치에 헤어롤 챙겼나?

  다사다난했던 준비를 끝내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내가 이 타지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엄마 나 어떡해...? 아냐 아냐. 할 수 있다 한유진. 우리 레드브릭 하이스쿨에는... 다니엘과 에릭과 다이애나가 기다리고 있다고... 후욱... 좋아. 가는 거야. 심호흡을 한 번 하곤 현관문을 열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맡았다. 그래 이 빨간벽돌 고등학교 내가 다 짱먹어버리는 거야.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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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고 하긴 했지만 정열의 도시 뉴욕에 나 혼자 서 보니 기가 다 빨려서 어깨를 제대로 펴지도 못했다. 도대체 고등학교는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어, 다 왔다. 버스에서 황급히 내리곤 대충 학교처럼 보이는 곳 근처로 가 봤더니 팻말이 박혀 있었다. Redbrick High school. 우리 학교다!

  학교를 약간 헤매다 information이라고 쓰여있는 자그마한 건물을 발견했다. 드디어 찾았다. 나의 구원자가 살아계시는 곳. 감동적이여서 눈물이 날 뻔 했지만(?) 애써 참고 '그' 성지로 달려갔다. 오 나의 구원자님!!!


" Hi, you are... Yujin? Right? "
  안녕, 네가... 유진이? 맞지?
  

" 예에쓰. "

  맙소사. 너무나도 긴장을 해 버린 탓에 콩글리시를 내뱉어 버렸다. 아무튼 나의 친절한 구원자 선생님은 쨍한 주황색 반팔 티셔츠와 그에 하나도 매치되지 않는 연한 청바지를 입고 계셨다. 와우... 제가 코디 좀 해드려야겠는데. 무튼 선생님께서 웃으시곤 나에게 시간표와 지도를 건네주셨다. 미국 학교에는 참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다. 뭐야, 수영장도 있네? 신기하다. 막 수영 수업... 이런 것도 있나? 음... 그럴 리가 없다. 엥? 뭐야 있네? 찐이야? 헐. 대박...? 짜릿하다... 이것이 하이틴 여주의 삶...! 아니 지금 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첫 수업이 뭐지? 어... 3번 건물에서 존슨 선생님의 수학 수업을 들으라고요? 십원 아침부터 수학 시키는 건 만국 공통인가 보네. 툴툴거리며 3번 건물 교실로 들어가선 대충 빈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 Hi, you are the new kid, right? "
  안녕, 전학생, 맞지?


" Yeah... hi. "
  응... 안녕.


  금발의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아 당황스럽네... 이것이 아메리칸 스타일? 아 너무 찐따같았나? 라잌 널디...? 아 어떡해? 내 이미지 모범생이 아니라 아싸가 되는 거 아냐? 안절부절하던 때에 다시 그 여자애가 말을 이었다.


" I'm Emily. How about you? "
  난 에밀리야. 넌?
" And... I think it's better for you to sit. "
  그리고... 좀 앉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Oh... yeah. I'm Yujin. From Korea. "
  아... 응. 난 유진이야. 한국 출신.

  오우 쓋... 죽는 줄 알았네. 아무튼 나의 첫 친구는... 아 잠깐만. 쟤가 날 친구로 생각 안 하면 어떡하지? 나 혼자 착각하는 건가? 아 아무튼. 걘 나에게 웃으며 오늘 배울 곳과 내 교과서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하... 두 번째 구원자. 그래 울프 내가 울프. 아우~! 아 싸랑해요~! ... 미안하다. 아무튼...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 에밀리는 활발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았다. 좋아. 이런 식으로 친구를...


" Now let's begin. Oh, there is our new kid. "
  이제 시작하자. 아, 저기 우리 전학생이 있구나.

  네? 아니 잠시만요 선생님 전 아직...


" Can you introduce yourself? "
  자기소개 좀 해 줄래?

  오우 노우 선생님 제발...!!!!!!!!!


" 예... 엄... 마 마이 네임... "


  젠장할 콩글리시가 또 튀어나와버렸다. 아 정신차려 한유진! 아아아아악...


" My name is Yujin. I'm from South Korea and... um... Thank you. "
  내 이름은 유진이야. 나는 대한민국에서 왔고... 음... 고마워.

  하얗게 불태웠어... 발음도 괜찮았어... 좋아... 후욱... 심호읍을 하며 자리에 앉으니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ㅎㅎ 참... 박수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뭘 해도 그런 가 보다. 아무튼 그렇게 졸린 수학 수업을 어찌저찌 끝내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밖에 나가자마자 구속된 범죄자한테 몰려드는 기자들마냥 나에게 엄청난 눈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낮가리는 관종인 나에게는... 엄청... 엄청... 부담스러웠다...!
이름이 뭐야? 어디서 왔어? 나랑 사과주스 먹으러 갈래? ...? 이건 뭐야. 저스틴 비버 좋아해? 예쁘다! 나랑 수업 같이 듣더라! 안녕? 아리아나 그란데 좋아해? 두유노비티에스? 두유노강남스타일? 아악 그만...!

  그리고 나는 아무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처럼 황급히 뛰쳐나와 지도와 시간표를 보며 건물을 찾아갔다. 2교시는 말콤 선생님의 화학 수업. 5번 건물. 된장 무슨 이 빨간벽돌 고등학교가 과학고도 아니고 이과 수업만 하네?! 아 그래서 5번 건물은 또 어디야?! 아 바로 뒤네. 머쓱...

  5번 건물에 들어가 최대한 구석의 빈 자리에 앉아 노트와 필통을 가지런히 책상에 올려놓곤 책상 위에 털썩 널브러졌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이 엄청난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국인이 살아남긴 무리야. 살려줘. 으아아아악... 마음 속으로 절규를 외치던 중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가 나를 부르며 내 어깰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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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y, Is there a seat here? "
  저기, 여기 자리 있어?


" No... "
  아니...


  오우 마이 갓. 마이 존잘님. 세에상에. 비 빈 자리가 없나? 많은데? 왜? 굳이? 내? 옆에? 님... 이러면 곤란해... 갈대 같은 한유진은 심장이 빤쓰빤쓰... 두근댄다고... 내 옆에 앉은 남학생은 파란 머리였고... 잘생겼고... 잘생겼고... 잘생겼다. 얼굴... 아니 용안을 감상하자마자 욕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꾸욱 참으며 내적감탄을 했다. 한유진 인생... 넷플릭스가 되어 버리는 겨...?!?!


" You are... Yu...Yujin? right? "
  네가... 유... 유진이? 맞나?


" Yeah. What's your name? "
  응. 네 이름은 뭔데?


" I'm Daniel. Call me Danny, rose. "
  난 다니엘. 대니라고 불러, 이쁜아.


  오우 잠시만 다니엘...? 로즈...? 이쁜이...? 하 잠시만 댄... 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이거 부정맥인가...? 이즈 디즈... 어 트루 럽...? 엄마 딸 타지에서 죽어... 사랑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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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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