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야기-
다니엘에게 냅다 데이트 신청을 해버린 여주! 과연 다니엘은 받아줄까?
-계속-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후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미쳐버리겠네. 내가 라붐의 솔빈 씨 마냥 지금 나와 어디 좀 가자를 시전해 버렸고··· 다니엘은 거기에 또 좋다고 즉흥 데이트를 했다. 만난 지 겨우 두 번 만에. 미국은 원래 이런가요? 제발 살려주세요 내공 백이라는 제목으로 지식인에 글까지 쓸 뻔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다니엘! 너 오늘 학교 마치고 시간 있어? 있으면 나랑 어디 좀 가자!"
"어? 그래, 난 좋지. 어디 갈 건데?"
"어?"
어?
어??????
어??????????????????
그렇게 나와 다니엘은 학교가 마치자마자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주 한 소속사에 빨대 꽂혀 쪽쪽 빨리고 있는 통장처럼 기가 빨렸다. 아니··· 어? 진심? 진짜? 내가 발로 걷는지 손으로 걷는지 모르겠다. 아··· 진짜 미치겠네. 얘는 데이트라는 걸 안 해 봤나? 아니 이게 데이트가 아닌가? 혼란스러워 죽을 지경이다. 아··· 주여.
'"근데 우리 뭐 보러 가?"
"어? 이, 일단 가서 정하자. 배, 배 안 고파 다니엘?"
"무슨 소리야? 우리 점심 먹은지 두 시간 반도 안 됐어."
"어? 그, 그렇구나! 하하."
망했다. 아··· 브이 라이브에서 마술을 시도하다 실패한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 아··· 개 망했어. 한유진 17살 모쏠 인생 데이트는 처음이다. 당장이라도 네이버를 켜서 데이트 성공하는 법을 검색하고 싶었다. 서로다른너와내가하나의꿈으로모여어쩌구저쩌구 이름 긴 그룹의 노래처럼 트렌디한 연애 문법 뭐 그런 거라도 공부하고 싶었다. 아··· 미치겠네 진짜. 다니엘은 옆에서 뭐 좋다고 헤실거리며 내 옆에서 걷고 있었다. 야 말 좀 해 봐··· 어? 입은 뒀다 뭐 하냐고! 하아··· 뭐 어쩌겠는가.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 다니엘이 갑자기 내 허리를 손으로 받쳐 제 몸으로 끌어당겼다.

"유진, 괜찮아? 땅만 보고 걷지 마. 옆에 자전거 지나갔어, 방금. 조심히 다녀."
"어? 어··· 고, 고마워. 미안···"
"아니, 미안할 필요까지야··· 그냥 조심하라고."
"응···"
아··· 어떡해. 바보 같아 보였을 것 같아. 영화관은 왜 이렇게 먼 거야 또··· 내 인생 첫 데이트라서 잘 하고 싶은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 하려고 해서 망쳤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울고 싶었다. 다니엘이 잡아줬을 때 설렜던 건 또 뭐야? 미칠 것 같았다. 얜 나한테 관심도 없겠지? 우리 학교에 있는 예쁘고 돈 많은 애랑 사귀겠지 뭐. 이번에는 이왕 망한 거 시원하게 망해야겠다. 다음에 더 잘 하면 되지. 다음이 없으면··· 그건 지금 생각 안 할래.
영화관에 도착하고 표를 끊으려고 하니··· 보고 싶던 로맨스 영화는 매진이고 이상하고 소름 끼치는 공포 영화가 딱 두 자리 남아 있었다. 미치겠네. 저기요 갓니스. 제가 시원하게 망한다고는 했지만 그걸 현실로 만들면 안 되죠. 예? 대답 좀 해 보슈.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티켓 두 장을 샀다. 다니엘은 제법 마음에 드는지 헤실헤실 웃었다. 좋냐? 하아··· 그래, 네가 좋으면 됐다. 얼굴이 최고다.
다니엘과 나는 어정쩡한 거리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뭐랄까, 기분 좋은 어색함이었다. 그건 분명 기분 좋은, 좋은 어색함··· 이었다.
"네가 안쪽에 앉을래? 아님 바깥쪽?"
다니엘이 제 자켓을 벗으며 나에게 물었다. 다니엘은 무언갈 물어볼 때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그게··· 꽤 귀엽다. 섹시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17년 인생 중에(따지고 보면 16년이지만) 이렇게 잘생긴 일반인은 처음 본다. 와··· 잘생겼다. 그리고 나는 실수로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 버렸다.
"와··· 진짜 잘생겼다."
"응?"
아··· 환장하겠네. 다니엘이 한국어를 알아듣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는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나는 당황하면 튀어나오는 콩글리시로 아이 돈 케얼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다니엘이 안쪽, 내가 바깥쪽에 앉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니 이내 영화가 시작했다.

영화는 그저 그랬다. 별로 무섭지도 않았고, 그냥 클리셰의 반복··· 이라고 할까. 근데 다니엘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영화를 보다 움찔거리며 계속 놀랐고 내 손을 붙잡기까지 했다. 꽤나··· 귀여웠다. 공포영화를 보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뭐, 말 다 했다. 영화를 실컷 보고 나니 시계의 시침은 벌써 6을 가리키고 있었다.
"6시네, 나··· 가야 할 것 같아."
"그래, 벌써 6시다. 잘 가, 유진. 그리고··· 영화 보던 중에는 미안했어."
"응? 아냐 아냐."
아무래도 손 잡았던 것 때문에 미안했나 보다. 귀엽긴··· 얘 다니엘 듣거라. 너처럼 잘생긴 남성, 특히 당사자가 좋아하는 남성은··· 어떤 짓을 해도 거의 용서가 가능하단다. (근데 진짜 어떤 짓이든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다니엘에게 손을 흔들며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를 하고 발을 떼려던 찰나, 다니엘이 말을 붙였다.
"그리고··· 나 한국어 알아들을 수 있어."
"어?"
어?
어???
잠시만. 지금 저 말이 의미하는 게 뭐지? 기억을 돌아보니··· 이런. 자리에 앉을 때의 일이 뇌리를 스쳤다.
*
"와··· 진짜 잘생겼다."
"응?"
*
오 마이 갓니스. 미치겠다. 그걸 알아들었다는 소리 아냐?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떡해? 나 얘한테 주접 떤 거 들킨 거야? 입이 벌어지고 눈을 크게 뜬 내 모습을 보고는 다니엘은 픽 하고 웃었다. 그러고는 잘 가, 하고는 미소를 띠며 손을 크게 흔들어 주었다.
"아···"
망한 것 같다.

TMI
· 아무도 안 물어보셨겠지만... 어제가 제가 팬플러스에 온 지 딱 일 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시간이 엄청 빠르네요 ㅎㅎ
· 그렇습니다... 다니엘은 사살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요!
· 늦어져서 죄송하고 오늘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구독과 댓글, 응원, 별점은 큰 힘이 됩니다! (•̀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