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매일 7시 45분에 온다

01 7시 45분

3월 초.

봄이었지만, 아침 공기엔 살얼음 같은 기분이 묻어 있었다.

교문을 들어서는 강해나는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이건 굉장히 비정상적인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평소의 해나는 등교 30초 전 질주형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하… 눈 뜨자마자 잔소리 폭격 실화냐… 엄마 왜저래 진짜ㅠ"

 

 

엄마) "강해나, 이번 시험도 그 모양이면 폰이랑 태블릿 다 압수다. 각오해!”

그 위협에 못 이겨, 결국 해나는 조기 등교라는 연극을 시작했다.

 

 


**

 

 

이른 아침 해나는 교실 문을 열었다.
당연히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근데…

있었다.

 

창가 쪽 끝자리에 이상혁이가.
혼자 앉아서 책 펴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해나는 가방을 끌어안은 채 멈춰 섰다.


"...헐, 이상혁? 너 학교에 사냐? 왤케 일찍옴?"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해나를 힐끔 보더니,
묵묵히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어떤 말도 없이.

 

“…오케이. 벽이랑 말한 걸로 칠게~”

 

해나는 중얼거리며 자기 자리로 갔다.
쪼금 기분 나쁘고, 쪼금 더 궁금해진 첫날이었다.


**


다음 날.

해나는 또 일찍 왔다.
딱히 의지가 넘쳐서라기보단, 전날 공부 하나도 안 한 게 찝찝해서 그랬다.

7시 45분쯤, 교실 문이 열렸다.


상혁이다.

 

그는 해나를 보고 0.5초 멈칫했다가,
말없이 제자리로 가 앉았다.

 

“… ?에헹? 진짜 뭐왐. 타이머라둬 맞춰놨노ㅑ?”

해나는 웅얼웅얼 말하면서, 초코우유를 전부다 들이켰다.

 

 


**

 

 

 

그 다다다음 날.

해나는 매일 7시 30분에 도착했다.


그리고 먼저 앉아선 아예 작정하고 상혁이 오는 걸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확히,


7시 45분.

 

문이 열린다.
상혁이, 들어온다.
아무 말 없이, 창가 자리 착석하고, 책 펴고, 창문을 바라봤다.

해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박… 너 진짜 사람 맞아? 정시등교 로봇임?ㅋㅋㅋ”

 

이런 말을 듣고도 상혁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

 

 

그리고, 4월의 어느 날

해나는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오늘은 시간이 더디게 간다는 느낌.

 

7시 47분이 넘었는데, 상혁은 오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비어 있는 그 자리가, 괜히 눈에 밟히는 건...

늘 존재감 없는 애였는데 (없었나),
막상 안 보이니까 너무 티가 나는 게 어이가 없었다.

 

해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애가 항상 바라보던 창밖을 따라봤다.

 

"...여기에 뭐가 있길래 계속 쳐다봤던 거야"

 

 

***

 

 

학교 밖 골목 어귀.
검은 자켓을 입은 한 남학생이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엔 간단한 문장 하나가 떠 있었다.

 

“타겟 A. 루틴 이탈 확인. 감시 유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