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다 지나가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날은 왠지 모르게 학교에 일찍 가고 싶었다. 정말 마법처럼 그날은 유독 그랬다.
“ 엄마 나 갔다올게 ! ”
“ 잘 다녀와 ~ ”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꽤 무거운 책가방을 등에 얹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평소에 많이 늦은 것이 아니면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
물론 새학기고 일찍 준비해서 그냥 새로운 마음에 타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학교에 도착했고 빠르게 나의 반을 확인하러 갔다. 그래 아마 나 혼자겠지..
드르륵,
“ 역시 아무도 안 왔.. ”
“ … ”
“ 누구야..? “
머리가 복슬복슬하고 노란 남자애..? 아니 여자애인가..? 누군가가 방학 전 내 책상 옆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머리가 완전..
” 복슬이 같아.. “
” 우으.. “
우리 집 복슬이가 따로 없었다. 노랗고.. 복슬복슬..
스윽,
쓰담쓰담,
나도 모르게 계속 만지게 된다. 초면이고 이러면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그리고 은은히 퍼지는 복숭아 향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간지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 향 엄청 좋다..
그 순간,
“ 초콜릿 향인가.. ”
“ ..!! “
깨어난 건지 갑자기 들리는 중저음에 놀란 나는 급히 만지던 머리에서 손을 떼었고
그때,
탁,
” ..!! ㄱ..그게 “

“ 초콜릿. 맞네 ”
“ … ”
두근,
두근,
그 말을 뒤로 그 아이는 다시 책상에 숙여 잠을 잤고 난 조용히 옆으로 가 내 책상에 앉았다. 괜스레 붉어진 것 같은 얼굴을 식혔고 얜 뭐지 싶었다.
이런 얘를 방학 전에 절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요즘 자율적이라지만 이런 노란 머리를 빼박 교칙 위반이라고
날라리도 아니고.. 머리가 왜 이래
시간이 지날 수록 친구들이 하나 둘씩 반 안으로 들어왔고 다들 이 아이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는 듯 했다. 그래 아무리 전학생이라도 아니 새로운 교실에서 너무 평화롭게 자고 있잖아..!
잠시 후,
탁탁,
“ 자 다들 이제 자리에 앉아 ”
“ 네 ~ ”
“ 방학이 끝나서 그런가? 다들 아주 죽을 상이네 ”
“ … ”
“ 그래도 우리 반에 뉴페이스가 있으니까 다들 그렇게 실망하지는 말고 “
” … “
” 전학생이 분명 오늘 온다고 했는데.. “
그때,
탁,
” ..!! “
” .. 저 여기 있는데요 ”
그 복슬이가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손을 들었고 선생님도 처음 보는 전학생의 모습에 굉장히 놀라신 것 같았다.
암만 봐도 우리 복슬이 스타일이란 말이지..
“ 어..어! 그래 그 나와서 애들한테 인사 한 번만 하고 들어갈래? ”
“ .. 네 ”
그 아이가 터벅터벅 교탁 앞으로 걸어갈 때마다 아이들의 눈빛이 휙휙 바뀌는 듯 했다. 호기심 가득있던 얼굴이 이제는 그저 뭐지 저 이상한 놈은..? 이란 표정이었다.
스윽,
“ .. 윤정한. ”
“ 윤..정..한 ”
이름은 역시 복슬이가 아니었구나? 근데 목소리가 생각보다 높네..? 아까는 꽤 낮았었던 것 같은데
“ 끝이니..? ”
” .. 네 “
” 아하하.. 혹시 정한이한테 궁금한 거 있는 사람~? “
다들 애써 눈치만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 누가 새학기 첫날부터 그렇게 나대겠어..
그때,
스윽,
“ 저요저요! ”
“ 어~ 그래 승관이 ”
“ .. 역시 쟤다 ”
우리 반에서 제일 까불기로 유명한 부승관이 역시나 손을 들었고 순식간에 반 아이들의 모든 시선은 전학생과 부승관에게 쏠렸다.
“ 왜 전학 온거야? ”
“ … ”
” 강제전학? 뭐 그런 건가? “
” .. 하 승관아.. “
역시나 까불이 버릇은 누구 못주나 보다..
그때,
” 어. 맞아 “
” ..?!! “
아니 시방 저게 지금 무슨 말이여.
” 미..친 “

” 강제로 온거야. 여기 “
” 진짜 미쳤다.. “
강제전학 커밍아웃을 해버리다니.. 아니 그나저나 나 그러면..
강제전학 온 얘 머리를 그렇게 박박 긁고 쓰다듬어댄거야..?!
나가 죽어라. 김여주
윤정한의 그 한 마디에 교실 전체는 싸해졌고 다들 눈치 보기만 급급해보였다. 물론 나는 그 놈 눈 안 마주치려 애를 썼고..
쉬는 시간,
“ 하.. 미치겠다 ”
“ 아까 강제전학이라고 딱 말하는 거 봤냐? ”
“ 진짜 그때 무서워 죽는 줄 알았음.. ”
“ .. 그렇게 막 나빠 보이지는 않았는데 ”
“ 뭐라고? ”
“ 아.. 아니야 ”
그래 사람을 첫 인상만 보고 어떻게 알 수 있겠어.. 그 얼굴로 뭐 나쁜 짓 하고 다닐 수도 있지. 무엇보다 그 얼굴에 성격도 좋은게 더 비현실적이다
그때,
“ 야 너 이리 와봐 ”
“ ..?!! ㄴ..나? ”
“ 손가락 안 보이나 ”
“ 아.. 응 ”
윤정한은 꽤 거리를 두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따라오라 말했다. 애써 모르는 척 해보았지만 그 자식의 손가락은 너무나도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난 먹던 초코칩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후 조용히 그 놈을 따라갔다. 그래 초면에 그건 못할 짓이었어..
학교 뒷 편,
“ … ”
“ … ”
조용히 따라 학교 뒷편으로 왔는데 불러놓고 왜 아무말도 안 하지..? 그나저나 아까부터 대체 어디를 저렇게 두리번 거리고 있는거야
뭐 찾는 거라도 있나
그래 그냥 내가 먼저 사과하고 튀자.
“ 저기..! ”
“ ..? ”
“ 아까 아침엔 미안했..ㅇ ”
그 순간,

“ 짠 ! 서프라이즈 ~ ”
“ ..??? ”
얘 진짜 뭐하는 놈이야..?
너무나도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서프라이즈라고 말했다. 아까는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째려보더니..?
“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이렇게 따로 불렀어 ”
“ 어..? ”
“ 내 짝꿍이잖아. 아까 내 머리 쓰다듬은 거 나랑 친해지고 싶다는 뜻 아니었어? “
“ 응..? 어..? “
세상에 더 미친놈 같다. 이 모든 게 그 이유 때문이라고..?
“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우리 ”
“ 그래.. 뭐 ”
강제전학 온 친구랑 사이 나빠서 좋을 건 절대 없어 보이니 좋은 게 그나마 낫지
“ 아 이거는 선물 ! ”
“ ..?? ”
스윽,
“ 이건 초코칩이잖아..! ”
언제 내 취향도 파악해온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내가 우리 학교 매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사왔다. 이 자식 내 친구로 합격인데..?
“ 초콜릿 엄청 좋아하는 것 같길래 ”
“ 아 어떻게 알았어..? “
” 그냥.. 느낌으로 ! ”
“ 어..? ”
“ 아무튼 ! “
” … “
스윽,

“ 잘 부탁해. 내 짝꿍 “
” … “
이때부터던 것 같다. 내 주위에서 은은한 복숭아 향이 퍼지기 시작했던 것은
